제주난개발저항지역연대가 지난 23일 '2023 활동토론회'를 연 가운데 엄문희 강정평화네트워크 활동가가 발제하고 있다. (사진=양유리 인턴기자)
제주난개발저항지역연대가 지난 23일 '2023 활동토론회'를 연 가운데 엄문희 강정평화네트워크 활동가가 발제하고 있다. (사진=양유리 인턴기자)

“난개발은 개발의 또 다른 말입니다. 숲을 만드는 건 어째서 개발이 아닌가.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배하지 않으면서 보전, 회복, 되돌리는 모든 작업들은 왜 개발이라 불리우지 않는가. 이러한 질문들과 함께 변질되어버린 개발의 개념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합니다.”

제주지역의 난개발(亂開發)에 저항하는 활동가들이 모인 '제주난개발저항지역연대(이하 저항연대)'는 지난 23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2023 활동토론회’를 열어 그간의 활동을 보고하고, 향후를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토론회 진행은 박성인 다른제주연구소 준비모임 대표가 맡았다. 엄문희 강정평화네트워크 활동가의 발제 이후 지역 지정토론자로 참여한 고권일(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주민회), 이광희(강정천을지키는사람들), 김정임(송악산개발반대대책위), 김은아(월정리해녀회)의 토론이 이어졌다.

저항연대는 지난 2022년 8월부터 강정마을을 비롯해 제주 제2공항 사업예정지인 성산, 해군기지진입도로, 비자림로 확.포장사업, 제성마을 벚나무 벌목, 서귀포시도시우회도로, 송악산 개발, 월정리 동부하수처리장 증설사업 등에 대한 저항 운동을 벌인 바 있다.

주최 및 진행한 활동으로는 △ 제주민중민주민생대회 △ 환경영향평가 조례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 △ 제주지질공원 반대 시위 △ 제2공항 환경영향평가 관련 기자회견 △ 유네스코 세계시민포럼 △ 난징대학살 추모식 △ 제주기후평화행진 △ 송악산 달마실 △ 제주생명평화대행진 △ 월정리해녀투쟁 등이 있다. 

제주난개발저항지역연대가 지난 23일 '2023 활동토론회'를 연 가운데 엄문희 강정평화네트워크 활동가가 발제하고 있다. (사진=양유리 인턴기자)
제주난개발저항지역연대가 지난 23일 '2023 활동토론회'를 연 가운데 엄문희 강정평화네트워크 활동가가 발제하고 있다. (사진=양유리 인턴기자)

발제를 맡은 엄문희 활동가는 “지금은 평화가 안보를 못 넘어가는 때, 환경과 자연, 지속가능한 세상이 개발 담론을 넘지 못하는 시대”라며 도내 난개발 문제의 원인으로 ‘제주특별법’과 ‘환경영항평가'의 한계를 꼽았다. 

엄 활동가는 “개발이란 단어는 원래 생물학에서 나온 용어로 현재의 경제적 언어가 아니었다”며 “개발의 본래 뜻은 ‘한 물체나 유기체의 잠재력이 발현돼 종국적으로 자연스럽고 모자람 없는 형태에 도달하는 과정’으로 생명의 분출과 자율적 생상을 뜻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경제 성장’이라는 의미로 축소돼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난개발은 개발을 기본값으로 상정해놓은 자본주의가 탄생시킨 개념이다. 환경 파괴에 가까운 현재의 개발의 의미는 재숙고돼야 한다”며 현재의 ‘개발’ 개념이 수정 및 확장, 폐기되지 않는다면 난개발 문제의 해소는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어 “곧 전국에 있는 그린벨트가 해제될 예정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러면서 지속가능한 개발과 산업, 발전을 이야기하는 모순적인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며 “개발을 이야기할 때 잊지 말아야 할 점은 개발에는 자연스럽게 있던 모든 현상들을 타진시켜버리고 뒤바꾸는 ‘착취의 원리’가 작동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주는 ‘제주개발특별법(현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개발의 절차를 갖고 있다”며 “그러나 환경영향평가에서 부동의 권한이 없고, 개발 과정에서 주민들의 참여 기회가 극히 제한적이며, 법에 명시된 바와 달리 환경영항평가협의회에서는 주민대표가 없는 점, 현행 규정상 환경영향평가서를 행위자(사업자)가 작성한다는 등의 한계점을 지닌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전예방의 원칙’을 제시했다. 개발이 실시됐을 때 시민이 아닌 행위자(사업자)가 직접 환경에 대한 위험요소가 없음을 증명하고 밝히는 방식이다.

제주난개발저항지역연대가 지난 23일 '2023 활동토론회'를 연 가운데 토론자들이 발제하고 있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고권일(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주민회), 김정임(송악산개발반대대책위), 김은아(월정리해녀회), 이광희(강정천을지키는사람들) 토론자. (사진=양유리 인턴기자)
제주난개발저항지역연대가 지난 23일 '2023 활동토론회'를 연 가운데 토론자들이 발제하고 있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고권일(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주민회), 김정임(송악산개발반대대책위), 김은아(월정리해녀회), 이광희(강정천을지키는사람들) 토론자. (사진=양유리 인턴기자)

엄 활동가의 발제에 이어 네 명의 토론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고권일 강정해군기지반대주민회 활동가는 “죽음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고 추모와 애도가 축소된 분위기가 난개발을 부추긴다"고 설명했다. 

고 활동가는 “죽음에 대한 위축된 태도와 추모의 부재는 죽음의 책임을 묻지 않는 사회를 만들었다”며 “이는 10·29이태원참사, 해병대 채 상병 사건 등 인간의 죽음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 대한 인간의 학살에도 적용된다. 자연에 대한 학살은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고, 난개발 문제는 생명과 죽음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설명하는지와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김정임 전 송악산개발반대대책위원회 대표는 “송악산은 1985년 관광지구로 지정, 2013년 뉴오션타워 조성 계획 대상으로 선정된 바 있으나 송악산 개발에 반대에 연대하는 시민들로 인해 개발을 막을 수 있었다”며 “이러한 개발 문제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환경영향평가 심의에 부동의 권한을 추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아 월정리해녀는 “최근 동부하수처리장 증설 계획 무효 소송에서 승소했다. 월정리해녀들의 싸움은 지역이기주의라는 사회적 낙인이 있었지만 이것은 공권력에 의해 힘없는 지역주민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하게 되는 상황에서 공평성, 형펑성에 대한 문제제기였다”고 발언했다. 

이어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제주의 난개발에 관해서는 우리 모두가 피해 당사자라는 감각을 가져야 된다”며 “환경영향평가법의 문제에서만 그칠 게 아니라 이를 계기로 제주도가 개발사업에 있어 환경에 대한 담론을 다시금 고민할 때가 아닌가하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고 역설했다. 

이광희 강정천지키는사람들 활동가는 “해군기지가 지어지며 큰 면적의 생태계가 파괴된 데 이어 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로 생태학적 보고라 할 수 있는 강정천의 환경이 위협받고 있다”며 “공사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에서도 절대보전지역 누락, 조류 조사 고의 축소, 멸종위기종 서식 유무 허위 기재 등 많은 불법행위들이 있었으나 묵인됐다. 공사업자와 공무원들이 이권을 두고 공생하는 관계, 그것을 용인하는 현 제도, 개발에 대한 시민들의 관점 등 다방면의 변화가 촉구된다”고 전했다. 

향후계획을 발표하며 엄 활동가는 “제주의 난개발 공사를 멈추는 것은 제주의 환경 훼손에 대한 피해 당사자인 우리 모두가 연대해야만이 가능하다”며 “송악산 달마실과 같이 다양한 운동, 함께 춤추며 하는 운동을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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