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연구소에서 발간한 구술집 '4·3과 여성 5, 고통의 기억 그 너머에서'
제주4·3연구소에서 발간한 구술집 '4·3과 여성 5, 고통의 기억 그 너머에서'

제주4·3연구소가 구술집 <4·3과 여성 5, 고통의 기억 그 너머에서>와 학술지 《4·3과 역사》 23호를 발간했다고 26일 밝혔다. 

구술집 <4·3과 여성 5, 고통의 기억 그 너머에서>는 2019년부터 펴내고 있는 ‘4·3과 여성 생활사 총서’의 다섯 번째 시리즈로, 4·3을 극복하고 자신들의 삶을 살아낸 여성들의 구술 기록을 모았다. 

‘4·3과 여성 생활사 총서’는 앞서 제1편 <4·3과 여성, 그 살아낸 날들의 기록>, 제2편 <4·3과 여성, 그 세월도 이기고 살았어>, 제3편 <4·3과 여성, 덜 서러워야 눈물이 난다>, 제4편 <눈물이 나도 바당 물질하며 살았어>가 발간된 바 있다. 

이번 구술집 집필은 허영선, 양성자, 허호준, 염미경, 조정희가 맡았다. 또 강숙자, 고옥화, 김옥자, 문희선, 신희자, 정순의씨가 구술에 참여해 그들의 기억과 삶을 풀어냈다. 

“터진목에만 가면 어쩐지 서러워. 난 보상금 주지 말고 어머니만 살았으면 해져. 어머니를 어머니라고 불러보지 못한 게 평생 한이니까. 이제라도 살았으면 지구 끝까지라도 찾아가고 싶어. 나이 들어서 할머니가 된 지금도 어머니가 너무 그리워.”

“나는 지금도 깜깜한 밤이면 타닥타닥! 쥐랑 고양이가 내 몸을 휘젓고 다닐 것만 같아. 조그만 불빛에도, 조금만 바스락거리는 소리에도 잠이 깨. '망상장애'라며 한평생 정신과, 신경과 약을 한 움큼씩 처방해 준 의사들은 4・3을 모른다고만 하고….”

이번에 펴낸 5편에는 4·3의 참혹한 고통 속에서 그들이 겪었던 학살에 대한 목격과 경험, 4·3후유장애를 겪고 있는 여성들이 당했던 참혹했던 총상과 고문의 흔적이 담겨 있다. 슬픔에 잠길 겨를도 없이 험난한 삶을 살아갸야 했던 6인의 목소리가 실렸다. 

제주4·3연구소는 “묻혀졌던 4·3 속 여성들의 일상, 생활사를 기록한다는 것은 4·3의 진실규명 과정과도 같은 선상에 있다”며 “4·3 진실규명의 토대가 됐던 1차 자료가 ‘증언’에 있다는 것을 볼 때 이 책이 갖는 의미와 파급력은 크다”고 전했다. 

또 “지난 5년 동안 ‘4・3속 여성들의 일상, 생활사 기록’을 주제로 현장에서 많은 여성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문제 해결의 초석을 마련했다”며 “앞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 여러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다양한 주제를 찾아나서겠다”고 말했다. 

제주4·3연구소에서 발간한 학술지 '4・3과 역사' 통권 제23호.
제주4·3연구소에서 발간한 학술지 '4・3과 역사' 통권 제23호.

마찬가지로 제주4·3연구소가 펴낸 《4・3과 역사》 통권 제23호는 2001년부터 시작해 23번째로 발행되는 4·3 관련 전문 학술지다. 

이번호에는 제주4·3연구소에서 한 해 동안 제주포럼 및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연구와 4·3증언본풀이마당, 몽골이 과거사 문제와 관련된 글 등이 수록됐다. 

기획1 <냉전과 과거사>에서는 제주4·3연구소가 지난해 제주4·3 제75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동아시아의 과거사 해결, 현재와 전망’을 주제로 발표한 연구들을 실었다. 연구는 냉전사 관련 과제를 비롯, 냉전체제 형성기에 일어난 대만 2·28사건, 한국의 과거사, 제주4·3과 여성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과제를 던진다. 

기획2 <4・3과 미국>에서는 지난해 열린 제주포럼 4・3세션에서 발표된 연구를 실었다. ‘제주4・3모델의 세계화-진실, 화해, 연대’를 주제로 진행한 4・3세션은 특히 미국 사회에서의 공론화 방안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체적 접근을 시도했다.

특집1 <몽골의 과거사 문제>에서는 1921년부터 70여년 동안 국가폭력을 경험한 몽골의 이야기를 담았다. 국가폭력을 경험한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몽골에서도 국가폭력에 관한 언급은 금기시됐다. 한국에서는 민주화운동이 일던 1989년 민주혁명 이후 진상규명이 더디지만 진행됐다. 이번 특집에선 몽골의 과거사 문제와 국가 추도의 날 행사 취재기를 실었다. 

특집2 <글로 풀어내는 4・3증언본풀이마당>에서는 지난해 3월 31일 ‘4・3, 재심과 연좌제-창창한 꿈마져 빼앗겨수다’를 주제로 진행한 스물두번째 증언본풀이마당에 나온 대담들을 실었다. 증언본풀이마당은 4·3 체험새대의 증언을 통해 미체험세대에게 4·3의 현재성을 구현하기 위한 자리다. 이번 특집에서는 4·3 체험자인 양성홍, 강상옥 유족의 증언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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