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제주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교육감불법선거 수사의 파장이 당선자 사퇴라는 초유의 사태에 이르렀다.

3일 오남두 제주도교육감 당선자는 제주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선인 자격 사퇴 의사를 밝혔다. 교육감 취임을 불과 8일 앞둔 시점에서다.

이날 오 당선자는 구체적인 사퇴 시점을 밝히지 않은채 "제주교육을 사랑한다"는 말로 대신했다.

다만 오 당선자의 공식 사퇴 시기는 당선자로서 사퇴의사를 밝힌 만큼 임기개시일인 11일 이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격적인 오 당선자의 사퇴의사 표명은 불법선거 혐의와 관련한 경찰의 2차 소환을 하루 앞두고 발표된 점으로 미뤄볼 때 구속 등 사법처리가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교육감선거 후보자 4명 모두가 불법선거 혐의로 경찰 소환조사를 받은 상황에서 혼탁선거로 선출된 교육감이란 불명예가 따라다닐 것이란 예상도 사퇴 결정에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도덕적 이미지에 손상을 입은 상태에서 확정판결전까지 교육감 임기를 지속한 들 정상적인 직무 수행이 어려우리라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오 당선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퇴를 결심하게된 배경을 묻는 질문에 "당선이후 많은 번민을 해왔다. 혼자 결단해야 하는 부분 등이 힘들었다. 제주교육이 정상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 결심했다"며 복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이날 사퇴의사 표명에 앞서 오 당선자는 2일 가족과 측근, 변호사 등과 자택에서 사퇴의사 표명과 관련해 의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오 당선자는 사퇴의사 표명 직후 김경회 부교육감과 짧은 대화를 나눴다.

오 당선자는 이 자리에서 "자기를 후원하고 지지해준 사람들을 생각하면 교육감직을 수행하고도 싶지만 제주교육의 안정을 위해서 사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오 당선자는 "할일이 많은데 (김경회 부교육감에게) 무거운 짐을 다 지워주게 돼서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다.

▲  부교육감 체제 언제까지

지난달 3일 이후 김태혁 교육감의 장기병가로 사실상 한달넘게 부교육감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도교육청의 비상 상태가 오 당선자의 사퇴의사 표명으로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교육감 궐위가 장기화 됨에 따라 일단 오는 3월 실시되는 도교육청 정기인사부터 혼란이 예고되고 있다.

도교육계를 둘러싼 검.경 수사가 진행중인 상태에서 인사폭과 내용에 대한 관심이 증폭된 가운데 인사권자인 교육감이 공석이 될 가능성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새 교육감 취임에 이은 첫 인사를 통해 침체된 분위기를 일신하겠다는 도교육청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에 따라 도교육청은 오 당선자의 사퇴의사 표명이 있은 직후 향후 대책을 논의하는 한편 4일께 그 결과를 공개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와 함께 교육감 재선거 실시 시기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4.15총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감선거와 관련해 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은 '당선인이 임기개시전에 사퇴할 경우 등의 선거 실시 사유가 확정된 때부터 60일 이내에 실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감 재선거를 치르게 될 경우 4월초순께 선거가 치러져 4.15총선과 맞물리는 상황을 맞게 된다.

그러나 선관위 업무가 집중되는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4.15총선 선거운동기간 개시일 이전인 3월말께 치러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도교육청의 부교육감 체제가 앞으로도 2달 넘게 지속된다는 것이다.

한편 오 당선자의 사퇴서가 오는 11일 임기개시 후에 접수된다면 법적으로는 교육감직을 얻게돼 재선거가 아닌 보궐선거로 교육감이 선출된다.

이 경우에도 '교육감선거 실시사유가 확정된 60일 이내'에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학운위 선출 어찌되나

이번 교육감선거에 투표했던 학운위원들 대부분이 다음달말로 임기가 만료돼 재선거는 새로운 학운위원들에 의해 선출될 예정이다.

그러나 각급 학교에서의 학운위원 선출이 통상 3월 중.하순께 실시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 학운위원들이 다시 투표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재선거가 3월중 실시될 경우 선거인단 확정과 명부 공람, 후보자접수, 소견발표회 등 빡빡한 선거일정을 맞추기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운 학운위원에 의해 선거가 치러지기 위해서는 학운위 구성을 새학기가 시작된 직후인 3월초순까지 앞당겨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금품.타락선거로 전락한 도교육감선거로 구설수에 오른 학운위원 조직에 얼마나 많은 자발적 참여가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지난해 학교운영위원 선출은 교육감 선거 투표권을 갖게 된다는 프리미엄에 힘입어 예년과 다른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었다.

그러나 이번 학운위 구성은 교육감선거를 둘러싼 경찰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을 감안하면 작년과 같은 열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교육계 안팎의 중론이다.

게다가 최근 한나라당이 교육감선거 과정의 탈.불법을 막기 위해 학운위 투표로 선출하는 교육감선거 방식을 전체 학부모 직접투표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한 교육관련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이달중 임시국회 회기안 처리를 추진하고 있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법의 통과 여부에 따라 현행 학운위원들에 의한 간선제와 학부모 직선제사이에 교육감선거 방식이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도선관위 관계자는 "재선거를 치를 경우 오남두 당선자와 후보로 나섰던 3명의 피선거권이 박탈되기 전에는 다시 후보로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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