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킹청탁 '봇물'… 예약담당자 골머리
총성 없는 전쟁 "차라리 안치고 말지"

▲ 28일부터 3월1일까지 3일 연휴를 맞은 도내 골프장은 이미 예약이 끝난 상태다.<사진은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김영학기자
삼일절 85돌. 그러나 골프장은 전혀 딴 세상이다. 일본의 독도망언, 이승연의 막가파 위안부 누드 파동 등은 둘째다. 사회지도층의 골프행각은 혼연일체가 돼 있다.

주 5일 근무가 확산되고 있는 데다 삼일절 국경일까지 겹쳐 28일부터 3월1일까지 3일 연휴를 맞은 골프장은 지난 2월 첫째 주에 예약이 모두 끝난 상태. 빈 시간을 찾기가 어려워지자 "일몰직전까지만 플레이하겠다"는 골퍼들도 적지 않다.

▲대기자도 밀려있다 =현재 도내에는 오라골프장을 비롯해 9개 골프장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일찌감치 예약이 끝난 상태. 골퍼들이 대부분 주말과 공휴일에 집중적으로 몰리기 때문에 주말골프는 치열한 전쟁 끝에 살아 남은 승자의 '전리품'과 같다.

이 때문에 골프장 부킹 담당자들이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다.

회원들은 부킹이 안된다고 야단이고, 힘있는 기관의 부킹민원은 쇄도하니 죽을 지경이다. 그렇다고 관련기관들의 부킹청탁을 마냥 무시할 수 없다. 속된 표현으로 '끗발'이 세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끼어들기 부킹'도 이뤄진다.

골프부킹이 전화로 이뤄지는 만큼 골프장 업주 측은 마음만 먹으면 회원에게 돌아가야 할 예약시간 일부를 몰래 빼내 비회원에게 나눠줄 수 있다.

골프장 측도 부킹부탁으로 들어줘 나쁠 게 없다. 공짜로 골프를 치게 해주는 것도 아니고 회원보다 2배나 되는 그린피를 받고 비회원을 많이 받으면 수입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라운딩 시간은 일출 때부터 일몰 때까지. 라운딩 간격은 대개 6∼7분 간격이다. 18홀을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을 감안해 라운딩 시간을 아침 6시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잡게되면, 36홀 골프장의 경우 140개 팀을 소화할 수 있다.

도내 A골프장 관계자는 "오는 3월1일의 경우 일찌감치 예약이 마감됐을 뿐만아니라 골프장마다 수십건씩 대기자가 밀려있는 상태일 것"이라고 말했다. 모 골프장 캐디들은 "대선자금 파문이니, 실업한파니, 제주교육계 비리파문이니, 사회가 어수선한데도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들의 발길이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면서 "접대성 골프도 많고 내기 골프도 여전하다"고 귀띔했다.

이른 바 '힘이 센' 기관의 공직자들은 다른 사람의 차량을 이용하고 가명을 사용하는 등 신분노출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골프는 금프?=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이다. 부킹이 어려워 필드에 한번 나가는 것이 금을 캐는 것 만큼이나 어렵다는 의미에서 '금프'라는 말도 생겨났다.

부킹이 어렵자 해외로 빠져나가는 골퍼들도 많다. 대개 태국, 중국, 사이판 등지로 나가는 3박4일 골프상품이 유행이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관광산업 활성화 차원에서 "성수기 때 도내 골퍼들의 주말 골프는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골프장 부킹이 안돼 여행사와 관광객사이에 적잖은 민원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양보하는 여유를 갖자는 것이다.  

골프부킹이 힘들어지면서 회원조차 골프를 제때 치지 못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초과예약' '끼워놓기' '티샷지연' 등이 대표적인 예다. 골프장 간부들은 유력기관들로부터 부킹청탁을 거절하기 어려워 아예 휴대전화를 끄고 자리를 비워버리기도 한다.  

도내 B골프장 관계자는 "요즘은 오후 1시30분까지 티업을 해야만 18홀의 정상적인 플레이가 가능하지만 '2시 이후에도 괜찮다'는 골퍼들도 많아 속앓이를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여름 때면 해가 길어 어느 정도 민원을 소화할 수 있겠지만, 이리저리 쪼개 민원을 들어줘야 하니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다.

또다른 관계자는 "골프장과 관련이 있는 법률만도 100개가 넘는다. 힘있는 기관 등에서의 청탁을 무시할 수 있겠는가?"라고 털어놨다. 골프장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힘 센 기관들의 청탁을 들어주지 않을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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