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KBS 동경특파원 출신의 여기자가 쓴 ‘일본은 없다’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다.
학문적 깊이를 묻지 않더라도 일본을 곱지 않게 보는 이들에게는 짜릿한 쾌감도 함께 주는 재미있는 글이었다.
 

일본 사회의 단면을 무디지 않게 지적한 이 책으로 작자는 유명인사가 돼 지금은 프리랜서로 더 바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녀의 책이 공전의 히트를 치자 일본 신문의 주한특파원 등이 “우리도 ‘한국은 없다’라는 책을 못 쓸 것 같은가“라며 불쾌감을 표시하기까지 했다.
 

그 후 한 외교관이 ‘일본은 없다‘라는 책이 지나치게 일본을 폄하했다면서 ’일본은 있다‘라는 책을 써 서점가에는 ‘있다’와 ‘없다’ 두 책이 나란히 꽂혀 있었다.
 

국내에서 어느 책이 더 많이 팔렸을까는 물어볼 필요 없이 ‘없다’쪽 이었다.
'있다‘쪽은 ’없다‘쪽보다 이론중심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등 딱딱해 읽는 이들이 지루한 점도 있었다.
 

책이 나오고 일년 후 우리나라의 기자가 ‘로마인 이야기’를 쓴 시오노 나나미씨에게 물었다.
‘없다’와 ‘있다’ 두 책 중에 어느 게 많이 팔렸겠냐는 물음에 시오노 나나미의 답도 정확했다.
“두 책을 읽은 적이 없지만 상대방을 비하한 책이 당연히 많이 팔렸을 것”이라는 대답이었다.
 

최근에 ‘한국은 없다’라는 말이 심심찮게 회자되고 있다.
2월23일 19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이 중국 후베이성에서 열린 2008스타스 국제청소년축구대회에서 중국에 패배해 꼴찌를 하자 터져 나온 말이다.
 

92년 올림픽에선 패배 후 우리나라에만 약한 중국이 더 이상 “공한증(恐韓症)은 없다”를 선언하며 ‘한국은 없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3일의 올림픽예선에서 중국을 힘겹게 눌러 공한증은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여줬다.
그러나 경제의 공한증은 사라진지 오래다.
 

최근 중국은 삼성․포스코도 따라잡겠다고 큰 소리를 치는가 하며 우리의 자동차산업을 앞지르는 것도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다.
국가전체가 거대한 주식회사처럼 기업화한 중국은 오히려 세계에 공중증(恐中症)을 불러일으킬 만큼 무서운 세력이 됐다.
 

공산주의와 시장경제의 절묘한 만남으로 다른 나라는 벤치마킹도 불가능한 신화의 대행진을 가속하고 있다.
 

예견한 중국의 부상이 너무 빨라 우리를 어리둥절케 한다.
이미 ‘세계의 공장’임을 자임하고 나선 그들이기에 매사에 거침이 없다.
우리 국내가 이런 저런 사정으로 경제가 발목 잡혀 있는게 이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기회다.
 

그들로서는 우리들의 ‘안개속의 방황’이 더 지속되길 바라는지도 모른다.
우리들의 ‘동북아 중심국가’ 표현에도 중국은 ‘누구 마음대로냐’며 불쾌해 한다.
 

지금 상태로 가다간 중국이 중심이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일부 언론의 표현과 달리 ‘한국은 분명 있다’.
그렇다면 있는 모습을 분명히 보여주는 집합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선 경제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뛰어도 부족한 세계시장에 족쇄를 채우고 발목을 잡고 있으니 엄연히 있는 우리를 없다고 얕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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