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하는 분이세요”

인터넷 채팅때 상대방에게 던지는 단골 질문이 아니다. 열린 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서울시내 여고에서 학생으로 부터 받은 질문이다.

지난 4일 정 의장은 서울 동작구 숭의여고를 방문 1일 명예교사 자격으로 교단에 섰다. 신사참배를 거부한 이 학교의 정신을 기리고 개교 100주년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였다.

정 의장은 2학년 교실에서 자신의 중·고시절을 소개하며 꿈과 희망을 품고 긍정적이면서 적극적인 사고를 가질것을 주문하는 내용의 강의를 했다.

강의 도중 학생들로부터 질문은 뜻밖이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떤 일을 하세요?” 수업을 참관하던 모두의 입이 딱 벌어졌다.

정 의장은 태연한 표정으로 “아저씨는 국회의원이다”고 대답했다. 이어 “아저씨는 MBC기자를 17년 하며 특파원·앵커를 지냈어요. 그후 국회에서 8년동안 일했죠”라며 이력을 설명했다. “지난 1월에 열린우리당의 의장으로 뽑혔어요. 의장이란 여러분들의 급장같은 거죠”라며 설명했다.

두번째 질문도 정 의장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이번에는 “기자하다가 왜 정치인이 됐어요”라는 질문이 나왔다. 정의장은 “아버님이 지방정치를 하셨는데 뜻을 다 이루지 못하시고 돌아가셨어요”라며 정치 입문의 계기를 소개했다.

마지막 정의장의 주문에 대한 학생들의 방응은 냉담했다. 수업 막바지 정의장이 “정치인이 되고 싶은 사람 손들어보세요”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아무도 손들지 않았다.

여느 언론인보다 날카로운 질문(?)에 ‘무서운 10대들’임을 실감한다.

전날 학교측으로부터 정의장의 일일명예교사 행사를 들어 그가 누군지 잘아는 학생들이었다. 정치불신의 10대들의 심정을 황당질문(?)으로 대변했다.

야당 대표나 다른 국회의원이 일일교사로 나섰어도 이같은 질문과 냉담한 반응은 별차가 없었을 것이다.

전혀 모르는 채 시침을 떼고 태연하게 질문하는 10대들의 재치 발랄함이 깜찍하기까지 하다. 이는 비단 정의장 뿐아니라 우리 정치권의 국회의원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뿐만아니라 얼빠진 기성세대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강의 중의 질문이나 강의 끝의 주문에 대한 냉담한 반응이 이를 입증한다. 인터넷, TV, 신문 등 다양한 매체에서 접하는 것들이 어른들의 다양한 헛짓거리나 좋지 않은 일 투성이다.

그러기에 부정하려 드는 것이다. 초·중·고 사회시간에 삼권분립과 국회의 기능에대해 귀가 따갑게 듣고있는 10대들이다. 이는 국회 뿐만 아니라 기성세대가 갖고 있는 각자의 직책, 직분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과도 궤를 같이한다.

오늘 기성세대 모두는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당신 뭐하는 분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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