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의 행사로 여겨지는 남북민족통일평화체육문화축전(이하 민족평화축전)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단 한푼의 예산도 확정되지 못한 채 각종 계획이 '상상력'으로 추진되고 있다.

특히 국가 대(對) 국가의 대형 행사인데도 여태 중앙의 민족평화축전조직위(공동위원장 김원웅.이연택)에서 세부적인 시행계획조차 나오지 않아 제주도를 비롯한 각 자치단체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상상력 동원한 보고회'

30일 제주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민족평화축전(10월 23-27일) 도민보고회' 는 사실상 일반 도민은 한 사람도 없이 기관.단체장과 공무원 등 150여명이 참여한 '기관.단체장 보고회'로 치러졌다.

이날 제주도청 13개 부서에서 준비한 각종 계획을 발표하는 순으로 진행됐지만 사실상 경기종목과 경기장소를 포함한 대략적인 경기일정 외에 명확하게 드러난 사항은 거의 없었다.

실제 민족평화축전조직위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세부계획을 내려보내지 않아 사실상 제주도를 비롯한 각 자치단체에서는 '뜬구름 잡기식' 추진 계획을 내놓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축전 개막이 23일 정도 앞으로 다가왔지만 현재 북측선수단 숙소도 결정이 안된데다 심지어 남한 참가단 규모조차 확정되지 않아 계획 수립이  막막한 실정이다.

각급 여행사를 이용, 축전 상품개발을 통한 관광객 유치 계획 역시 여행사측에서는 "행사가 한달도 안남은 상태에서 쉽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심지어 북한 방문단 환영.행사 조차 "행사 개막 10여일 전에서야 윤곽이 잡힐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도 관계자는 "국가 행사인데도 한달전에야 행사가 확정되면서 부랴부랴 추진계획을 세우고 있는 형편"이라며 "경기종목과 일정 외에 결정된 것이 거의 없어 사실상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100여쪽 분량의 계획서를 만든 셈"이라고 말했다.

다른 실무 관계자는 "한마디로 공무원 경력과 짬밥을 이용해 상상력으로 만든 추진계획서"라며 "종합추진계획이 아니라 한마디로 '소설책'"이라는 고백까지 했다.

 '추진계획서' 가 아닌 '소설책'

이처럼 대부분 계획이 유동적인 것은 확정된 예산이 단 한푼도 없기 때문.

북한선수단 400여명을 비롯한 도내 선수단의 경우 체류비 일체를 '남북협력기금'으로,  경기 운영비 일체는 대한체육회를 통해 지원되는 '체육진흥기금'으로 충당한다는 계획만 잡혀 있을 뿐 '얼마인지' 전혀 모른 상황이다.

또 행사를 추최할 제주도 경우 특별교부금 35억원을 신청해 놓고 있지만 현재 중앙으로 부터 아무런 확답을 듣지 못한 상태다.

우근민 도지사는 "민간차원에서 치러지는 행사 성격으로 자금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중앙 부처 방문 결과, 교부금 20억원 정도의 지원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보고회에 참석한 한 전직 기관장은 "국가간 행사가 확보된 예산도 없이 너무 즉흥적으로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와관련 제주도 관광문화국은 "취재 기자단만 하더라도 도내 100여명을 포함해 국내 370명, 외신 100명, 북한 30명 등 600명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라며 "국내 선수단을 포함한 전체 인원 규모가 얼마나 될지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각종 이벤트와 취재 지원 등 제주홍보 비용은  자체 예산으로 치러야 할 판"이라며 "일단 특별교부세가 확정되면 그 선에서 행사를 치를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공식 보고회가 끝난 후 우근민 도지사는 "제주도를 '평화의 섬'으로 홍보하는 최대의 기회이기도 하지만 각종 안전사고를 비롯 '생각의 차이'에서 오는 각종 변수를 생각할 때 행사를 취소하고픈 심정"이라며 "솔직히 성공적으로 행사를 치르는데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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