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에게 가장 큰 목표는 국가대표다. 그리고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무대에 서는 거다. 메달 획득보다는 올림픽 출전 자체에 의미를 두는 선수들도 있다. 그만큼 그 과정은 땀과 고도의 전략, 자신과의 싸움, 선수들의 목마른 꿈이 담겨져 있다.

국가대표가 되기까지 어떤 종목이든 체력부터 기술까지 철저한 자기관리가 필요하다. 선수들이 흘리는 땀과 눈물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 최강의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과정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비인기 종목 선수들의 설움은 더 크다. 국제무대에서 선전을 거듭하며 국위를 선양해온 효자 종목이라지만 정작 국내에선 비인기 종목으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한다. 축구, 야구 등의 인기 종목이 환호와 근사한 퍼레이드로 축하를 받는다면, 비인기 종목은 매스컴의 소외를 받는다. 또 비인기 종목 선수로서의 비애를 느끼며 뒤돌아서 다시 싸우기 위해 이를 앙다물어야 한다. 아테네 올림픽을 위해 구슬땀을 흘려온 제주출신 국가대표 탁구선수 김정훈(22.국군체육부대)도 그중 하나다.

협회 파벌싸움의 희생양

그러나 김정훈의 올림픽 참가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및 아테네올림픽 아시아예선 국가대표선발전에서 당당하게 2위를 차지, 국가대표가 된 그이지만,특정인맥을 통해 선수를 선발하려고 하는 협회 윗사람의 알력다툼에 희생양이 됐다. 지난 3월말 최종 엔트리 명단에서 제외됨으로써 그의 소중한 꿈은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다.

협회 행정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대한탁구협회는 선발전 직후인 지난 1월 16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김택수와 김정훈을 대표선수로 결정하고 나머지 추천선수 1명은 이사회 개최후 결정한다고 공지까지 했는 데도, 최종 엔트리 제출을 앞두고 갑자기 올림픽 대표선수를 번복함으로써 파문에 휩쓸리고 있다.

게다가 여자팀 감독이었던 이유성 대한항공 감독과 유남규 농심삼다수 코치가 탈락한데 이어 여자부 선발전에서 2위를 차지했던 대한항공의 김무교선수도 탈락됐다. 제주도탁구협회는 "제주도 소속 선수를 배제하기 위한 처사"라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도대체 제주출신 국가대표가 몇명인가?

난 제주도체육회에 묻고 싶다. 도대체 아테네올림픽 출전을 앞둔 현역 제주출신 국가대표가 몇이나 되는가? 유도 -57㎏급의 양미영(한국체대)과 역도 63㎏급의 김수경(제주도청) 2명이 올림픽 티켓을 목전에 두고 있을 뿐, 지금까지 고작해야 축구대표 오승범(성남)뿐이다.

그것조차 제대로 관리 못한다면 제주도체육회는 직무유기다. 최종 엔트리가 제출되고 난 후 기자회견을 열고 서명운동을 하면 뭘 하겠다는건가? 제주도탁구협회에도 묻겠다. 그렇게 정보가 어둡단 말인가? 유감스럽게도 버스는 지금 떠나고 말았다. 뒷북행정을 탓할 수 밖에 없다.

선수들은 누구나 한번쯤 평생 잊지 못할 짜릿한 순간을 경험하고 그것을 머릿속에 간직한 채 살아간다. 그 정점이 올림픽무대다. 지금 김정훈은 아마 "지금껏 운동만 해 온 것이 억울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대한탁구협회에 묻겠다. 과연 실력에서 진, 협회 윗사람의 힘에 의해 선발된 선수들이 올림픽무대에서 제대로 힘을 쓸수 있겠는가?
 
당당히 겨뤄라!

문득 일본 유도선수 야키야마 요시히로가 생각난다. 한국명은 추성훈(30)이다. 그는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남자유도 81㎏급에서 우승한 직후 "유도를 계속하고 싶어서 귀화했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그는 비운의 스타다.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추성훈은 74년 전국체전 재일동포 대표로 출전해 우승했던 아버지 추계이 씨(54)의 권유에 따라 98년 4월 부산시청에 입단했다. 그러나 출중한 기량에도 선수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당시 체급 최강자였던 조인철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고, 국내 유도계의 텃세도 심해 갈등을 겪어야 했다. 결국 2001년 10월 일본 실업팀 헤세 간사이에 입단하면서 귀화, 3년 반 가량의 한국생활을 정리했다.

그리고 3개월 후인 2002년 1월. 후쿠오카 국제유도대회에서 우승하며 일본 국가대표로 발탁됐고, 일장기를 달고 나선 9월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안동진에 판정승을 거두고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협회 임원진을 향해 보란듯이 포효했다. 

늦었지만, 할 것은 해야 한다

지금 제주탁구계에는 꿈나무들이 쑥쑥 크고 있다. 고교랭킹 2위 강동훈(제주제일고)이 그렇고 제40회 전국남녀중고탁구선수권에서 강동훈과 짝을 이뤄 금메달을 일군 고병승(제주제일고)이 그렇다. 제주관광산업고는 제42회 회장기 전국중고학생종별탁구대회 여고부 단체전을 휩쓸며 제주 탁구의 저력을 선보였다. 특히 박성혜는 이 대회 단체전뿐 아니라 개인단식과 개인복식을 석권, 대회 3관왕에 올랐다.신촌교 여자탁구가 제30회 회장기 전국 초등학교 탁구대회 단체전 3위에 입상하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도세(道勢)가 적다고, 비주류라고 대표선발에서 밀린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또 기자회견을 하고 서명운동을 할 것인가?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윗사람 알력다툼에 선수들을 두번 다시 희생시킬 수는 없다. 꿈을 향해 뛰고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늦었지만, 서명운동에 힘을 모으자. 10만이 목표가 아니라 20만, 30만이라도 좋다. 하는 데까지 하자. 제주도체육계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그리고 대한탁구협회에게 요구한다. 이번 사태의 주역인 대한탁구협회 천영석 회장은 대표선수 파행 선발의 책임을 지고 마땅히 물러나야 한다. 그 것이 상생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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