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에 타개한 <연인>의 원작자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생의 후반에 연하의 남자 얀 안드레아와 살았다.

그녀의 반려인 그는 마흔이나 연하였다. 그를 만난 것은 그녀의 나이 65세였을 때였다.
작가 지망생이자 철학을 전공했던 그가 어느 날 그녀의 집을 찾아왔다.

그는 ‘그녀를 본 순간 나는 숙명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그녀가 죽은 뒤에 회고했다. 뒤라스 그녀는 알콜중독으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5개월 이상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 어느 때도 그는 그녀 곁에서 한 치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전력을 다해 간병했다. 존경과 헌신으로.
‘내가 죽을 때까지 사랑할 남자’라고 뒤라스 자신이 말할 정도였다.
그녀는 그의 품안에서 잘 울었다. 그도 같이 울었다. 목 놓아 마음껏 울 수 있는 상대가 있는 이상 무엇이 두렵겠는가?

얼마 전 나의 대학 동창이 결혼을 했다. 마흔여덟에 초혼이었다. 남편이 된 사람은 방송국의 PD이고 열세 살 연하였다. 대학때 축구선수였던 그는 건강하고 핸섬한 나자였다.

나는 전에 그에게 물어 본 적이 있다.
“그 여자 어디가 좋습니까.”하고.
그는 커다란 몸을 움츠리며 부끄러운 듯 대답했다. 열심히 일하고 외곬인 점이 좋다고.

결혼식은 아주 가까운 친척 몇 사람만 모였다. 따뜻한 분위기의 파티였다. 훌륭한 결혼식이었지만 나는 도중부터 은근히 화가 났다.

중년이라고 불리우는 남자의 축언의 대부분이 ‘야! 놀랬다. 하필이면 50이 다 된 여자를 택할 줄이야’, ‘만일 내가 부모라면 반대 정도가 아니라 아예 입원했을 겁니다. 충격 때문에. 대단하십니다. 부모 돈 입장으로·····’등등이었다.

그들의 비양기와 잘난 척이 묘하게 섞인 찬사에 구토가 날 정도였다.
나는 그들의 부모와 신랑 신부의 마음을 살폈다. 그런데 양쪽은 전혀 그런 데는 신경을 쓰지 않는 듯 즐겁게 웃고 있었다. 참으로 행복해 보였다.

세상의 중년 남자들의 의식은 놀랄 만큼 고루하다. 유머센스가 없는 데는 놀랐다.
연하의 남자와 사랑을 하고 결혼하는 것이 그렇게 놀라운 일인가? 법에 위반되는 일인가?

열세 살 연상인 여자의 ‘일심’을 사랑하고, ‘외곬’을 사랑하는 이 사람이야말로, 나의 유일한 여자라는 판단에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나는 그 중년의 남자에게 별 볼일 없는 농담이나 허풍 따위는 떨지 말고 연상의 여자에게 표적이 될 만큼 멋있는 남자가 되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

아무튼 연하의 남자와의 사랑은 연령 차이가 있으면 있을수록 어렵다. 생각보다 몇 백배, 몇 천배. 남자 쪽이 두 배나 사랑하지 않으면 결혼까지는 도달할 수 없다. 아니 연애도 어렵다.
그러나 그가 있는 한 그녀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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