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의사 한테 들은 얘기다.
환부를 진찰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아픈 곳을 바로 만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픈데서 먼 부분을 먼저 만지고 천천히 중심부로 가야 한다고 한다.

갑자기 국소를 누른다면 환자가 공포심 때문에 아픈 곳을 정확히 모른다는 얘기다.
아픔을 느낀다고 해도 측정할 수 없는 게 또 문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상대의 본심, 진의를 이해하려고 하면 푹 찌르는 말에는 주의해야 한다.
날카로운 말은 언뜻 상대의 진실에 단도직입으로 추궁하여 효과를 얻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픈 곳을 건드리는게 무서워서 몸을 움츠리듯이 인간은 마음에도 방어벽을 만드는 모양이다.

듣는 입장에서는 진실이면 진실일수록 깊게 상처 입는다. 그 상처를 숨기려고 허세를 부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만일 상대가 허세만 부리고 조금도 본심을 얘기 해 오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조금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의외로 그런 사람을 몰아세우고 있는 것은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니까.
마음의 아픔을 진단하기는 어렵다.

아픈 곳은 직접 찌르지 말고 아프다고 해 올 때까지 기다려 보는 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가까운 사람끼리는 그게 더 안 된다. 특히 가족끼리. 아내와 남편사이는.
서로 아끼고 싶은 마음은 태산인데.

참 그게 이상하다.
가까운 관계는 오히려 상대를 깊이 상처 입히고 마는 관계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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