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4·3과 '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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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여록] 4·3과 '오보'
  • 양김진웅 기자
  • 승인 2003.10.11 0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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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제주4·3 진상조사보고서' 수정안 검토소위원회의 회의결과에 대한 보도가 나간 후 서울에 있는 관련 인사로 부터 갑자기 전화가 왔다.

잘 지내느냐는 안부인사를 나눌 겨를도 없이 그는 대뜸 "4·3 보고서 수정안 통과 관련 보도가 어떻게 모든 도내 신문이 약속한 듯이 틀리게 나올 수 있느냐"고 물어왔다.

회의 당시 "국방부측이 제기한 4·3 무장폭동' 주장을 수용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언론 보도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게 그 이유였다.

▲  '사실무근'의 내용들

그날  2시간 넘게 진행된 회의가 끝난 직후 회의 참관자와의 전화 취재를 통해 오후 8시께 인터넷 뉴스로 긴급하게 내용을 보도했던 필자로선 순간 뜨악했다.

그는 또 "미군 및 이승만 전 대통령 책임 문제에 대해서도 '책임소재에 있어 미군과 이승만 전 대통령보다 당시 작전지휘관에게 책임이 있다'는 국방부 차관의 주장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내용도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위원장 고건 국무총리)가 주최한 4.3보고서 검토소위 회의에 직접 참가했던 그는 "당시 그 같은 국방부측의 주장이 있었으나 이념 논란 우려가 있어 제외됐다"며 "국방부 등을 비롯한 보수.우익 단체의 주장은 관련 회의때 마다 늘상 있던 일"이라고 말했다.

사실 4.3과 결코 무관할 수 없는 유족과 도민들에게 '논란'과 '우려'를 줄 수 있는 이날의 보도 내용은 제주지역 일간지를 통해 일제히 보도됐다.

하지만 결과는 '어이없는 오보'로 판명이 났다.

첫 보도에 "민간위원이 제출한 수정안 그대로 통과'라는 기사를 내보냈던 필자 역시  차후 타 언론 보도를 보고 '무장폭동 논란'이라는 엉뚱한 내용을 추가했다가 큰 곤욕을 치렀다.

그 날 서울 현지에서 취재를 했던 일간지 모 기자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직접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고 전해 들은게 실수였다"고 고백했다.

▲  문제는 '오보'  이후

물론 회의 내용을 함구하면서 빚어진 내용이지만 어떻게 보도 방향이 '극과 극'일 수 있는 엉뚱한 내용이 나왔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가타부타 말이 없다.

필자도 바로 인터넷 기사를 정정하고 4·3 보고서 관계자의 입을 빌어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을 보도했지만 명백한 '오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여전히 이념이 상존하는 시대에 명명백백한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상황에서 4.3에 대한 보도는 더욱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 만큼 여론 전달자에 있어서는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곤욕스런''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언론 본연의 책임과 의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오보'를 냈던 언론들은 아직 이렇다할 해명없이 함구하고 있다.

'오보'의 문제는 사실 확인이 된 이후 적절한 시점에 '보도에 대한 해명'이나 '정정 보도'의 게재 유무일 것이다.

또 잘못된 보도는 '자성'과 '반성'을 통해서 더 나은 보도를 위한 '약'으로 삼을 수 있다.

그나저나 오는 23일부터 5일간 섬 땅 제주에서 열리는 남북평화축전의 개최가 55년간 짖눌려온 '레드콤플렉스'를 극복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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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오름 2003-10-13 15:10:29
기사를 보니 양기자는 처음엔 제대로 썼으나 잘못된 보도를 믿고 이를 고치는 바람에 같이 오보를 한 셈이네요.
그래도 양기자는 사실 확인을 한 후에는 곧 정정보도성 기사를 냈고, 또다시 취재여록을 통해 오보가 나가게 된 배경을 밝히고 있네요.
그런데 나중에 사료가 될 종이신문들은 묵묵부답이니 어떻게 된 겁니까.

오보 2003-10-13 10:05:29
평상시 4.3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은 도민입니다.양김진웅님의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4.3관련기사에 대해 제민,제주,한라가 약속이라고 한 듯이 '오보'를 냈습니다.
그리고는 아직도 이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습니다. 괘씸하죠....
하지만 이를 지적하는 양 기자님도 떳떳해 보이지는 않는군요.
양기자님도 하루동안 인터넷을 통해,'4.3무장폭동 수용' '이승만 대통령 책임아니' 수용 등을 보도, 제주투데이도 '오보'를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양기자님은 이것을 단순한 헤프닝인냥 '뜨악' '큰 곤욕'으로 대충 넘어가려고 하는군요.
'자기 눈에 있는 대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에 눈에 있는 티만 본다'는 말이 갑자기 생각납니다. 먼저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시인하고 남의 허물을 잡아야죠.
인터넷 속성상 하루가 지난 후 기사를 수정했다고 해서 오보의 사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