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공기, 산과 바다 그 어느 것 하나 청정하지 않은 게 없는 제주는 하늘도 청정 그 자체다. 그래서 제주의 하늘은 밤이면 별이 쏟아지는 별천지로 변한다. 이런 제주에 우주의 신비를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명소가 하나 생겼다. 이름하여 '별빛누리공원'. 개관(3월 20일 예정)을 코앞에 두고 마침내 웅장한 위용을 드러냈다.

5.16도로변 한라산 자락 턱밑(제주시 오등동 산 34). 제주시 동부권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별빛누리공원은 말 그대로 별자리와 우주를 관측·체험하는 공간이다. 건물 안팎의 모든 시설이 별자리 혹은 우주와 연관돼 있다.

체험은 오감(五感)을 통해 이뤄진다. 현란한 3차원 입체 영상과 시뮬레이션(시각·청각), 기기조작(촉각)이 동원된다. 후각, 미각이 빠졌으니 정확히 말하면 오감은 아니다. 그래도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하니까 이만한 산 교육장도 없다. 학생과 부모를 다 끌어들일 수 있는 요소를 고루 갖췄다.

제주시는 여기에 또 다른 목적을 더 얹었다. 야간 볼거리가 빈약한 제주에 랜드마크적 야간관광지를 짓자는 것이었다. 별자리 관측은 밤이 더 제격이다. 따라서 대부분 시설은 밤을 겨냥해 설계됐다. 관람은 실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날씨와 계절에도 관계없다.  
 

종합하면, 별빛누리공원은 천체탐구와 천문학습의 장이자 체험시설이며, 문화과학공원이자 전천후 야간관광시설이다. 이런 여러 가지 기능을 감안해 애초 '제주천체테마파크'였던 명칭도 전국공모를 통해 지금의 이름으로 바꿨다.

제주시내 어디에서든 차량으로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별빛누리공원은 산천단유원지에 조성됐다. 바로 옆 한라산골프장 운영 업체가 기부채납한 부지 3만3637㎡에 건축연면적 4328㎡ 규모로 지어졌다.

국비 70억원, 지방비 85억원 등 총 155억원이 투입돼 2004년부터 5년간의 역사(役事) 끝에 완성됐다. 주요 시설은 2개의 전시실과 입체영상관, 천체투영실, 관측실, 보조관측실, 세미나실, 연구실 등이다. 궁금증을 견디지 못해 미리 찾아간 것은 내부 마무리공사가 한창인 2월 18일. 우주를 연상케하듯 원 모양의 주차장부터 심상치 않았다.

이어 시야에 들어온 돔(dome) 형태의 건물 귀퉁이, 태양을 중심으로 9개 행성 모형을 배치한 태양계광장, 인간이 만든 가장 오래된 시계인 해시계... 비로소 우주 공간에 들어섰음을 암시하는 듯했다. 양쪽으로 2개의 돔을 부착한 것 같은 건물은 동남쪽의 크고 작은 2개의 오름과도 묘한 조화를 이뤘다.

요란한 기계음을 무릅쓰고 안으로 들어섰다. 맨처음 마주한 곳은 1층 전시실. 우주세계로 향하는 관문이다. 다이내믹한 우주, 별자리와 관련된 수수께끼 등 호기심을 유발한다. 설명이 4개 국어로 돼 있어 외국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꾸며졌다. 우주선 내부모형을 지날 땐 신비스런 느낌을 준다.

전시실과 맞닿은 입체영상관. 마지막 남은 공사현장이다. 50석 규모. 3차원 입체영상을 전후좌우, 상하로 움직이는 모션시뮬레이터에 탑승하는 순간 마치 영상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공사중'인 것이 못내 아쉬웠다.

2층엔 천체투영실이 가장 먼저 기다린다. 천장에 설치된 15m의 초대형 돔스크린을 통해 사계절 별자리와 10여 편의 영상물을 감상할 수 있다. 134석. 스크린이 천장에 달려있어 의자를 뒤로 젖혀야 한다. 누워야 한다는 얘기. '누워서 관람하는' 이색적인 공간이다.

유료로 운영될 이곳은 이 천체투영실과 1층의 입체영상관 뿐이다. 별도의 공원 입장요금은 받지 않을 계획이다. 확정은 안됐지만 요금은 2000원(어린이), 3500원(청소년), 5000원(성인)으로 책정했다. 천체투영실 옆의 2층 전시실도 볼거리 천지. 개인의자에 달린 터치스크린으로 황도(黃道)12궁을 들여다볼 수 있고, 화성탐사차(모형)를 직접 조종하면서 모니터로 화성의 표면을 관찰할 수 있다. 중력체험기는 지구와 목성, 화성, 토성의 중력 차이를 몸으로 실감케 한다.

이밖에 우주쓰레기 수거게임, 스윙바이, 태양계 행성들, 별자리 천구모형 등은 탐방객들의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마지막 순서이자 하이라이트는 2개의 천체관측실. 먼저 천장이 개폐식인 보조관측실에는 반사거울의 직경이 80~200mm인 반사·굴절망원경 8대가 마련됐다. 주관측실은 지름 7.5m의 개폐식 돔에 600mm 반사망원경을 갖췄다. 이곳 천장은 360도 회전도 한다. 600mm면 태양계 내 전체 행성을 관찰할 수 있다. 낮에도 별 관측은 가능하지만 점으로만 보이기 때문에 낮엔 주로 태양의 흑점 관찰용으로 어울린다.

이 두 개의 관측실은 각각의 단점을 상호 보완한다. 대개 반사거울의 직경은 관측 대상이 얼마나 떨어졌느냐가 아니라, 어느 정도 어두운 별까지 관측할 수 있느냐를 가름한다. 따라서 주관측실(망원경)은 똑같은 별도 크고 선명하게 볼 수 있고, 상대적으로 시야가 넓은 보조관측실(망원경)은 전체적인 모습을 관측하는데 유리하다. 두 개의 관측실 사이 옥상엔 제주시내를 굽어볼 수 있는 일반 쌍안경 3개를 구비했다.

지금까지 설명한 순서가 관람 동선(動線)이다. 제주시는 개관일이 다가오면서 잔뜩 기대에 부풀어있다. '한국관광의 1번지'이자, 국제자유도시인 제주에 비로소 반듯한 야간관광지가 생겼다는 뿌듯함이 그것이다. 강택상 시장은 최근 이곳을 안내하는 브로셔와 서한을 전국 5200여 중·고교에 보내 그들을 별빛누리공원으로 정식 초대했다. 
 
별 중엔 제주에서만 관측이 가능한 별자리가 있다고 한다. 바로 무병장수의 별, 노인성(老人星)이다. 신령스런 별로도 알려진 이 노인성은 지금이 관측의 최적기. 별빛누리공원이 문을 열 즈음엔 노인성이 관람객들을 환하게 맞이할 것이다. <제주시 공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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