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에는 저 혼자 와서 지낸 적도 있습니다."갖고 온 제물들을 벌여 놓을 때 곤도오도미오(近藤富男)씨가 말했다.

타카라스카(寶塚) ) 역에서 자동차로 약 40여 분 달리고 도보로 10여분 걸려서 찾아온 곳이었다.

1929년 3월 26일 효고현 타카라스카시의 산에서 턴넬 공사를 하던 공사장에서 다이나이머트 폭발 사고가 일어난 곳이었다.

지금부터 꼭 80년전의 일이었다.

당시 조선인 윤길문(尹吉文.21)씨가 현장에서 즉사하고  오이근(吳伊根.25)씨가 병원으로 후송도중 사망했고 윤일선(尹日善.25)씨와  처 여시선(余時善.19)씨, 윤이목(尹伊目)씨가  중경상을 입었다.

이러한 사실은 정확히 전해져 내려온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 부근에 사는 일본인 노인들 사이에 철도 공사를 하던 조선인들이 사고로 죽었다고 입소문으로 남은 얘기였다.

이 소문을 들은 정홍영(鄭鴻永)씨가 들어서 조사끝에 그 자료를 발견했다.

1929년 3월 28일자 (코베우신일보)와 다른 신문에도 이에 대한 기사가 앞에서 쓴 내용대로 발표됐었다.

1993년에 정홍영씨와 함께 사고현장을 방문한 곤도오씨는 당시 기사를 참고로 정확한 사고 지점을 확인하기 위해 세밀히 조사했다.

당시 오사카 쪽에서 생산되는 물자와 군수품을 동해쪽으로 운반하기 위해 철도 개설이 필요했다.

후쿠지야마선(福知山線)인데 산과 계곡이 계속되는 지형이라 턴넬이 필요했다.

특히 이곳은 무코오(武庫)강이 흐르면서 굴곡이 심한 곳이기 때문에 강변이 할퀴어 나가고 그로 인해 산사태를 이르키는 일이 종종 일어나므로 긴턴넬이 아니드라도 징검다리 같은 턴넬이 많이 뚫린 곳이었다.

이 공사장에 조선인 노동자들이 투입되었다.

3월 26일 아침 젖어버린 다이나머트를 건조시킬려고 모닥불을 피워놓고 말리다가 폭발했던 것이었다.

턴넬은 1호부터 6호 사이에 있는 3호 입구에서 일어났다.

80년전 조선의 젊은 20대들이 일본의 산 속에서 아깝게 죽어간 사고였다.

당시 일제시대를 생각하면 그렇게 많은 인명피해가 없는 사고라고 일축해버릴런지 모르겠다.

그러나 정홍영씨와 콘도오도미오씨는 매년 사고가 일어난 3월26일 현장을 찾아와서 제사를 지냈다.

많을 적에는 이십여명의 같이와서 지냈다고 했다.

그러던 중에 정홍영씨가 2000년에 72세 나이로 별세했다.

(처음 현장 답사를 한때도 우연히 3월26일 날이었습니다. 또 이날은 안중근의사가 처형된 날이기도 해서 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정홍영씨가 안계신 후에도 매년 찾아오고 있습니다) 재일동포는 타카라스카에서 국제친선을 위해 노력하시는 김예곤 회장 부부와 필자를 합해서 5명이고 일본인은 4명이었다.

곤도오도미오씨는 중학교 교사로서 효고현 재일외국인 교육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우리 일행을 안내했다.

같이 참석한 일본인 도이씨. 이마이씨, 와타나베씨도 한류문화가 화제에 오르기 전부터 재일동포 인권문제에 앞장서서 타카라스카시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었다.

2000년에 돌아가신 정홍영씨는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재일동포 역사와 차별철폐를 위해 오랫동안 동포 조직에서 활동하셨던 분이었다.

그 분의 뒤를이어 곤도오씨가 중심이 돼서 일본인들이 매년 제사를 지내는 곳에 필자는 김예곤 회장의 권유로 처음 참석했다.

이날 현장을 향해 가는 산길이 이곳 저곳에는 서리가 내렸었다.

오전 아홉시 제사를 마치고 음복을 하면서 필자는 물론 동포들은 80년전의 역사의 아픔을 잊지 않기 위해 매년 찾아 주는 일본인들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했다.

"한국식 제사를 모르는 저희들은 저희들 식대로 분향을 하고 그랬습니다."

이날 제물들을 준비한 김예곤 회장 부인의 벌여 놓는 뒤에서 분향 준비를 하는 곤도오씨의 말이 지금도 귓전을 맴돌고 있다. <제주투데이>


▶1949년12월 제주시 삼양출신,  1973년 병역마치고 도일, 1979년「현대문학」11월호 단편「오염지대」초회추천, 1980년<오사카 문학학교>1년 수로(본과52기), 1987년「문학정신」8월호 단편「영가로 추천 완료,  중편「이쿠노 아리랑」으로 2005년 제7회 해외문학상 수상, 2006년 소설집 <이쿠노 아리랑>발간, 2007년 <이쿠노 아리랑>으로 제16회 해외한국 문학상 수상, 1996년 일본 중앙일간지 <산케이탁?amp;gt;주최 <한국과 어떻게 사귈 것인가> 소논문 1위 입상. 2003년 인터넷 신문「제주투데이」'김길호의일본이야기'컬럼 연재중, 한국문인협회,해외문인협회,제주문인협회 회원. 현재 일본 오사카에 거주하면서 집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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