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려평생학교 중등 심화부 교실에서 늑깍이 학생들이 검정고시 준비에 열중하고 있다.
지난 7일 늦은 밤 제주시 이도1동 동려평생학교 중등 심화부 교실.

이 곳은 늦깎이 학생들의 뜨거운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었다. 가정환경 때문에 배움의 기회를 놓친 40~70대 여성 20여명이 국어공부에 열중하고 있었기 때문.

결전(?)의 날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사뭇 비장함마저 흘렀다.

오는 12일 제주 한라중학교에서 실시되는 '2009년도 제1회 고입.대입 검정고시'를 앞두고 있다고 동려학교 관계자는 전했다.

자원봉사 교사의 설명을 하나라도 놓칠까봐 집중에 또 집중. 수업 내용을 꼼꼼히 노트에 적느라 긴장감마저 배어났다.

대입 검정고시에 응시한 이모씨(75, 구좌읍 송당리)는 "부족한 영어공부를 위해 주말에도 학교에 나와 문제를 풀고, 오답노트도 작성하면서 복습하고 있다"며 "그동안 공부를 게을리 한 게 후회 된다"고 말했다.

▲ 밤이 늦도록 불이 환하게 커져 있는 동려학교.
동려학교 관계자는 "수업이 오후 6시30분부터 9시30분까지 진행된다"며 "그러나 일찌감치 낮에 나와 자습하는 학생들도 있다"고 말했다.

고입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고모씨(55, 제주시 도남동)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40여년 만에 책을 들었다"며 "늦었지만 꿈은 이제부터"라며 열의에 차 있었다.

동려평생학교는 배움의 기회를 놓친 교육소외계층을 상대로 한 교육단체다. 34년째가 됐다고 한다.

동려가 운영하고 있는 평생학교와 청소년학교에는 각각 183명과 23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다.

중학교를 중퇴한 10대 소녀부터 학교 교문조차 가보지 못했다는 80대 할머니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학생들이 있다.

또 59명의 교사들도 퇴근 후 피곤함을 떨쳐 내고 자원봉사를 벌이고 있다.

성과도 눈에 띈다. 학생들의 검정고시 합격률은 고입 80~90%, 대입 70~80% 수준에 달한다.

비결은 단순 문제풀이식의 교육이 아닌 정규학교와 똑같은 학창 경험과 느낌을 학생들에게 선사하는 덕분이라는 게 동려학교 관계자의 설명이다.

동려학교 관계자는 "야학은 정규교육의 기회를 놓친 교육소외계층에게 배움의 열정과 나눔의 온정을 통해 희망을 심어 주는 곳"이라고 말했다.<제주투데이>

<강정태 기자 / 저작권자ⓒ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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