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뉴스가 되는 인물이 몇 명 있다. 개혁 세력과 수구 세력의 대표 논객으로 꼽히는 유시민 의원과 월간조선 조갑제 대표가 바로 그런 인물이다.

오지철 문화부 차관 인사청탁 파문과 장복심 의원의 돈공천 의혹과 관련한 발언으로 ‘졸지에 언론의 지탄대상’이 되었던 유시민 의원은 오랜만에 입을 열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반면 조갑제 기자는 상식을 벗어난 유신찬양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먼저 유시민 의원부터.

ⓒ 유시민 의원 홈페이지
지난 7월 5일 자신의 홈페이지(www.usimin.net) 아침편지 코너에 ‘[반성문] 저는 경계에 실패했습니다’라는 글을 쓴 이후 거의 한 달 동안 쓰지 않았던 유시민 의원은 30일 ‘낙담, 그리고 가지 않을 수 없던 길’이라는 글로 요즘 자신의 심경을 피력했다.

유 의원은 먼저 자신이 “지금 ‘정치적 우울증’에 빠져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지난 한 달 동안 온갖 일들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런 문제들에 대한 견해를 물었지만 입을 열지 않은 것도, 기자들이 아는 핸드폰 번호를 없애 버린 것도, 텔레비전 토론회도 나가지 않고 인터뷰도 거의 하지 않은 것도, 모두 이 때문이라고 밝힌다. “정치에 대해서 별로 말을 하고 싶지 않을 정도이니 제법 심한 우울증”이라는 것이 유시민 의원의 자가진단이다.

그렇다면 그가 우울증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유시민 의원은 그 이유를 ‘정당혁명’이 잘 풀리지 않아서라고 답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새로운 종의 정당’이 될 수 있다고 믿었는데, 어쩌면 ‘도로옛날당’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라고 그는 우려하고 있다. 유시민 의원이 바라는 것은 “국회의원과 더불어 평당원들도 모두 주인 노릇을 하는 참여민주주의 정당인데, 이 바램을 열린우리당 안에서 실현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서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의 정치적 목표를 은연중에 다음과 같이 드러낸다. “열린우리당 경기도당 위원장으로서 할 일을 해야 하고, 또 제가 바라는 정당혁명을 열린우리당 안에서 실현하기 위해 만드는 참여정치연구회를 대중적인 조직으로 발전시켜야 하니까, 힘을 내야만 합니다.”

경기도당 위원장에 대한 강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3일 열린우리당 정책의총에서 유시민 의원은 손학규 경기도지사에게 한마디 하겠다며 “분수를 지키십시오, 당신의 상대는 대통령이 아니고 경기도당 위원장인 유시민입니다”라고 선전포고를 한 적이 있다. 이 발언은 역설적으로 유 의원이 자신의 상대로 손학규 경기도지사를 설정하고 있음을 드러내 준다.

참여정치연구회에 대한 강조는 당권과 관련이 있는 대목. 개혁당 세력이 주축이 된 참여정치연구회는 기간당원에 대한 엄격한 기준 도입과 평당원의 권한 및 참여 확대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당내 다수는 당헌ㆍ당규 개정과 관련 기간당원 자격요건을 완화하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무튼 유시민 의원으로서는 오랜만에 공식적인 발언을 통해 그 행간 속에 자신의 개인적인 목표와 조직적인 목표를 밝혀놓은 셈이다.

다음은 월간조선 조갑제 대표.

ⓒ 조갑제 대표 홈페이지
‘참된 보수’가 아닌 ‘진정한 수구’로 고착된 조갑제 대표가 또 물의를 일으켰다. 29일 노무현 대통령의 “유신이냐 미래냐,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는 발언에 자극을 받았는지, 자신의 홈페이지(www.chogabje.com)에 ‘유신시대는 암흑기였나?’라는 글을 올려 오랜만에 ‘뉴스’에 등장했다.

조 대표는 “집권세력은 유신시대를 들추어내면 박정희도, 박근혜 대표도 코너로 몰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며 “이들은 유신시대를 민주주의가 억압된 암흑의 시대라고 회칠하고자 하겠지만 유신시대를 민족사의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이었던 시기로 보는 사람들도 엄청 많다”고 상식을 벗어난 유신 찬양론을 늘어놓았다.

그는 1972~79년 사이 정치적 자유와 언론자유가 억압되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마지못해 인정하면서도 북한식의 전면적인 억압은 아니었다는 ‘탈출구’를 제시한다. 그래서 “여전히 야당과 언론의 정부 공격은 가능했다”는 것. “다만 대통령과 군대 및 정보부에 대한 직설적 비판은 제약을 받았다”고 그는 말한다. 그러나 이는 역사에 대한 왜곡이 아닐 수 없는 발언이다. 1972~74 ‘동아투위 사태’를 계기로 언론의 암흑기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조 대표는 마치 유신시대에도 언론의 비판적 기능이 남아있었다는 듯한 궤변을 늘어놓은 것이다.

더 나아가 조 대표는 유신으로 인해 국민이 정권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크게 제약되었지만, “선거와 국회의 기능이 약화됨에 따라 정치부패도 줄었다”고 유신을 찬양한다. 조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공무원의 부패도 이 기간에 크게 줄었다. 朴대통령은 정치코스트를 줄이고 행정력을 강화시킴으로써 국력의 조직화, 능률의 극대화를 꾀했다.”

결론적으로 유신시대 7년간 세운 공장은 지금도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기반이고 이때 닦고 놓은 도로와 댐들이 국가의 근본이 되었다는 것이 조 대표의 주장이다.

그런데 모순적인 것은 유신을 찬양하는 조 대표가 ‘유신시대의 민주화 운동’이 한국인의 자랑이라고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물론 자신이 자랑스러워 하는 ‘새마을 운동’을 지키기 위해서이지만. 조 대표는 자신의 글을 이렇게 끝맺는다. “유신시대의 민주화 운동과 새마을 운동은 모두가 한국인의 자랑이다. 집권 정치인들이 앞장서서 민주화 운동을 높이기 위해 새마을 운동을 죽이려든다면 이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던 사람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기사제휴=류증희 기자http://www.prometheu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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