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0년대 초 구소련과 동구 공산권의 참담한 몰락은 공산주의의 조종을 알린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20세기 중반까지 자본주의 사회와 그렇게 팽팽하게 맞서던 공산주의 사회의 그같은 급작스런 몰락은 동시대를 살아가던 사람들 모두에게 크나 큰 놀라움이었다.

이제 이러한 역사의 대세를 돌이켜 보는 관점에서 극좌 공산주의자들의 사상적 결함이 여러 가지로 지적될 수 있을 듯 하다. 그 중 중요한 하나로 자본중심적 사고의 문제를 지적하는 학자들을 보았다.

다시 말해 시장을, 사회를 대하는 그들의 태도가 자본과 노동의 균형이라는 객관적 태도 위에서 접근한 것이 아니라 노동(력)을 자본의 종속적 실체로서만 파악하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노동하는 인간에게서 자본의 필요요소(노동력)만을 추출해 버리면 논리 전개에 있어 인간 자신은 사라져 버린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는 자본의 자기증식만이 존재할 수 밖에 없으며 문제의 분석은 독점적 권력으로서의 자본의 문제에만 집중된다. 그 자본은 인간에 적대적인,인간의 삶을 구속하는 실체로서의 자본일 뿐이다.

하지만 자본과 노동의 균형 위에서 시장을,사회를 바라보면 노동력을 제공하는 인간에게 있어 자본은 일부분 그들의 삶을 구속하는 실체일 수도 있겠지만 그들의 삶에 필요한 제 욕구들을 충족시켜 주는 중요한 수단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칼 하게도 이러한 자본중심적 사고의 문제는 사상적으로는 이들과 대척점에 있는 극우 국가주의자들에게서도 발견된다.

역사의 공간에서 시장에의 정공법을 택해 싸우다 참패한 극좌 공산주의자들이 자본의 사회적 필요 측면은 무시한 채 단지 인간의 삶을 구속하는 실체로서의 자본의 위험한 속성에만 주목해 문제를 야기했다면 반대로 이들은 국가발전의 동력으로서의 자본을 맹목적으로 찬미할 뿐 자본이 갖는 위험한 속성은 무시해 문제를 야기한다.

그것은 국가발전의 동력으로서의 자본에의 맹목적 숭배에 다름아니다. 이러한 자본중심적 사고는 물신숭배의 사회적 경향을 만들고 이 결과는 사회에 있어 삶의 질 문제를 심각하게 노정시킨다.

국가주도,관주도 개발의 시대, 과거 박정희 시대가 만들어 낸 우리사회의 어두운 자화상의 하나가 바로 이러한 자본중심적 사고의 문제일 것이다.

이러한 자본중심적 사고는 개발에 있어 합리성보다 효율성 중시, 내적 질보다 외형적 양 중시의 흐름을 낳았고 그것은 사회에서 균형,조화를 상실한 개발과 그 부작용을 만들어 냈다. 요즘 사회 문제화 되고 있는 농촌의 공동화, 실패한 농정의 문제도 그중 한 부분으로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자본중심적 사고가 다시 우리의 제주사회에도 주된 흐름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요즘 주창되는 개발의 철학적인 측면을 바라볼 때마다 우려가 드는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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