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목란씨.
책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삶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말해준다.
 
시계추처럼 반복되는 무의미한 일상 속에서 나에게 행복의 의미를 가르쳐 준 책은 헬렌 니어링과 스코트 니어링 부부가 쓴  <조화로운 삶>이다.
 
1930년대에 뉴욕을 떠나 버몬트의 작은 시골로 들어가 물질문명에 저항하며 자연주의 사상을 몸소 실천하며 살았던 삶의 방식은 현대인들이 추구해야 할 삶의 지표로 삼기엔 지나치게 이상적일지 모른다. 하지만, 소유에 집착하지 않으며, 소박하고 충족되게 살았던 그들의 삶은 나에게 큰 가르침을 주었다.

좌절과 시련 속에서 읽었던 책은 마음의 비타민이 되기도 한다.  삶이 고단하다고 느껴졌을 때 누군가의 책상에서 몰래 집어 읽었던 황대권의<야생초 편지>는 오랜 장마가 걷힌 후 쏟아지는 한줄기 햇살이였다. 억울한 누명으로 시작된 13년 혹독한 교도소 수감 생활이 얼마나 처절할까?

하지만, 작가는 누이와의 편지에서 야생초와의 인연으로 만난 새로운 세상 이야기와 작지만 소중한 것에 대해 너무도 아름답고 평화롭게 적었다. 이 책을 읽을 때마다 거대한 세상 안에 존재하는 작고 약한 것들, 그들의 인내와 열정과 슬픔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든다는 것을 깨닫는다.
 
황대권의 또 다른 책, 유럽 인권기행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은 야생초편지보다 유쾌하다. 교도소 출감 이후의 생활을 볼 수 있는 이 책은  저자가  감옥 있을 때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끊임없이 지원을 받았던 유럽인권단체(인권사면위원회) 회원들과의 만남을 쓴 글이다.
 
야생초 편지를 읽었던 사람은 야생초에 의지해서 그 혹독한 수감생활을 견뎠다고 하지만, 사실은 자신에게 끊임없이 용기와 힘을 주었던 이들의 사랑으로 모든 걸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받은 사랑이 크기에 세상을, 심지어 자신을 괴롭혔던 사람들까지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는 그의 고백은 오랫동안 가슴에 얹혔다.

도서관에서 일하면서 가끔 내가 읽었던 책을 반납하는 분들을 보면 반갑다. 슬쩍 타인의 감상을 물어볼 때도 있다.

“이 책  괜찮나요?” 첫 대화가 조금은 어색하지만, 비슷한 느낌을 공유하고 나면 그 사람과 내가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 책은 사람과 사람을 소통시키는 중요한 매체이며, 책을 통해 타인의 차이와 공통점을 인정했을 때 얻는 다양성의 보편적 가치는 책이 주는 또 다른  선물인 것 같다.
 
이제 여름이다. 휴가라는 여유가 있다는 걸 생각하면 여름은 독서하기에 더 없이 좋은 계절이다. 책을 통해 새로운 이와의 만남을 기대하면 책 읽을 마음이 분주해진다. <김목란.서귀포시 동부도서관 자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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