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익순 씨.
사유재산제와 시장경제질서의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빈부의 격차는 어쩌면 당연한 현상으로 귀결된다. 사회가 복잡다단하고 경제규모가 확대될수록 빈부의 격차는 벌어진다. 자본주의 병폐이다. 이를 보완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시책이 사회보장제도이다.

사회복지는 소수 특수계층에 대한 인간적 삶의 본질적 문제이다. 우리헌법에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는 국민에게 보장되어야할 권리로서의 사회복지를 말함이다. 또한 “국가는 사회보장과 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 라고 사회복지국가 실현을 위한 국가의무를 선언하고 있다.

소득, 재산, 근로능력, 부양의무자 등을 조사하여 일정기준에 합당하면 기초생활수급자로 책정되어 의료, 교육비 등을 포함한 생계․주거비가 지급된다.

최근에는 경제위기를 감안한 한시적 생계비지원과 위기가구에 긴급복지를 지원하고 있다. 근로능력이 있는 저소득층은 자활사업에 참여케 하여 탈수급화를 모색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회서비스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복지전달노력에도 불구하고 행복을 나누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사업실패, 가정해체, 사회부적응, 알코올 중독 등 심신이 피폐되어 심연에 허우적대는 사회적 패배자들 말이다. 험난한 인생사에 찌든 어둠속의 하층민들. 부랑인과 노숙자가 그들이다.

제주도에는 현재 실제노숙인과 노숙이 우려되는 사람이 40여 명이 있으나 가변적이다. 소수인 것 같지만, 이들에 대한 보호관리는 그리 녹록치 않다. 이들은 일반수급자나 시설에 수용된 부랑인과는 다른 복지수요자들이다.

이들은 일정한 주거 없이 거리를 배회하고 밤이 되면 오일시장이나 공원화장실과 같은 곳에서 잠을 잔다. 식사는 하루 한번 무료급식으로 해결한다. 일일노동이라도 해서 몇 푼이 생기면 어김없이 음주를 한다. 항시 만취되어 몽롱한 상태다. 이들은 무질서한 생활과 결식, 과음으로 인해 수시병원으로 후송된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측은지심에 시린 마음 가누기 어렵다.

이들을 관리하는 희망 나눔 상담센터가 있다. 열악한 환경에 5명의 직원들이 이들의 소재를 항시 파악, 동태를 관리한다. 순찰 중 만취되어 거리에 쓰러진 부랑인이나 노숙자를 발견하면 그를 센터로 데려와 선도보호조치 한다. 식사와 목욕, 옷을 갈아입히고 음주에 대한 상담과 교화가 이어진다.

지적(知的)상태를 참작하여 시설에 입소시키는데, 시설규칙에 적응치 못하여 뛰쳐나오는 일이 다반사이다. 육지부에서 무작정 내도하여 방황하는 자는 잘 타일러 여객선을 태워 귀향시킨다. 귀가여비 돈 만원을 쥐어주면서.

이들은 만화책을 보거나 오름 트래킹을 하는 시간만이 만취상태에서 해방되어 순수한 인간성을 회복하는 시간이다. 이들의 사고에 내일이란 없다. 이들은 자유분방하며 타락된 낭만주의자들이다. 절망의 어둠속에 방황하는 이들의 희망 나눔은 결코 쉽지 않다.

제도적보장의 범주 내에 엄연히 존재하는, 치유하기 어려운 복지의 사각지대. 그들을 치유하고 재활시키는 일은 어쩌면 영원한 사회적 숙제인지도 모른다.<문익순.제주도 복지청소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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