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수 서장.
우리도는 지난 2007년 7월 WHO, 즉 세계보건기구로부터 국제안전도시로 공인받았다. 그러나 이후 대형 태풍 내습과 화재․가스폭발․교통사고 등이 잇따라 발생하여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입으면서 최근에는 제주안전도시의 위상이 많이 흔들리고 있다.

우리도는 2006년 7월 1일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이후 3년간 관광산업 활성화 기반 마련, 민간투자 대규모 관광개발사업 활성화, 영어교육도시 조성, 세계자연유산 등재 등 관광, 경제, 사회, 교육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안전에 대한 도민의식은 아직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1982년 3월 미국의 범죄학자 제임스윌슨과 조지켈링이 공동 발표한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 Theory)'에 의하면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하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이론으로,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1992년 미국 뉴욕 시장 루돌프 줄리아니는 ‘깨진 유리창’ 이론을 적용해 사소한 무질서 범죄에 대해서도 '조금도 봐주지 않는(zero-tolerance)‘ 분위기를 조성해 나갔다. 이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었고 다른 도시들도 뒤따라 시행하여 대부분의 도시지역에서 무질서한 범죄 발생율이 5년 연속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이론을 소방안전분야에 적용해 보면 불량 소방시설이나 다수인이 출입하는 다중이용업소 등에서의 비상구 폐쇄 행위나 가스시설 등 안전관리를 소홀히 할 경우 폭발사고 등으로 인해 재산과 인명피해가 커질 것은 뻔하다. 또한 고장 난 교통안전시설이나 불량 하천, 교량 등을 방치해 둔다면 필연적으로 화를 입게 될 것이다.

우리도에서도 이러한 각종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소방본부가 주축이 되어 경찰, 교육기관, 의료기관, 시민단체 등과 안전도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담당분야별로 화재안전, 교통안전, 노인안전 등 사고손상 감소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도 가장 안전해야 할 가정에서의 안전은 등한시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자체 조사에 따르면 도내 아파트 및 일반 주택에 소화기 비치율이 50%가 되지 않는다. 두 집 중 한 집이 소화기를 비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도내 고층아파트 970개동 중 250개동이 주차선이나 화단 등으로 인해 사다리차 등 특수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실정이다. 주택가 이면도로도 양면주차 등으로 인해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곳도 많다. 아직도 안전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경제적 논리 등을 이유로 안전을 소홀히 해온 경향이 있다. 즉 안전시설과 환경에 대한 투자가 비 생산적이라는 의식이 팽배해 있음을 말한다.

이제 사회환경과 도민안전의식이 바뀌어야 할 때다. WHO가 공인한 안전도시란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안전해지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도시’를 말한다. 깨진 유리창 이론을 되새기며 안전하고자 한다면 안전해지기 위해서 우리 스스로가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김태수.제주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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