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1월 제주는 그야말로 ‘골프의 섬’이 된다. 먼저 눈길을 끄는 게 29일부터 사흘동안 클럽 나인브릿지에서 벌어지는 미국LPGA투어 CJ나인브릿지클래식(총상금 135만달러)이다.‘골프황제’ 타이거 우즈(29·미국)는 오는 11월 13일~14일 북제주군 한경면에 위치한 라온골프클럽에서 열리는 스킨스게임 ‘MBC라온건설인비테이셔널(총상금 2억원)’에 출전한다. 그리고 아시아지역에서 최초로 열리는 미국PGA투어인 신한코리아챔피언십(총상금 350만달러)이 있다.

국내 골프팬들은 PGA나 LPGA 톱프로들의 경기에 매우 익숙하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열리는 투어를 TV로 계속 접해왔기 때문. 게다가 세계 상위랭커들이 제주에서 경기를 펼치게 돼 제주관광을 알리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게다가 골프는 스포츠 종목 중에서도 브랜드 노출효과가 큰 종목이다. 선수들의 움직임이 느리고 중계시간도 길다. 그만큼 노출 효과가 크다. 더욱이 타이거 우즈가 참가하는 라온건설인비테이셔널의 타이틀 스폰서를 맡은 라온건설은 단번에 이름을 알리게 됐다.회원권 분양에도 효과를 봤다고 한다.

클럽 나인브릿지도 두 차례 CJ나인브릿지클래식을 개최하면서 '세계 100대 골프코스'로 선정되는 홍보효과를 거뒀다.

그러나 문제는 돈이다. 섣부른 대회 유치는 자칫 외화낭비를 가져올 수 있다. 막대한 대회 개최 비용과 스타 초청비용을 들이고도 결국 ‘남의 잔치만 벌이는 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태국 수도 방콕에서 남쪽으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파타야 나용 그린발리 의 74홀짜리 세인트앤드루 코스에선 한국 기업이 주최하고 한국 선수들이 참가하는 국내 골프대회가 열렸다. 주최 측 진행요원이나 참가선수는 물론 갤러리들까지 한국인이지만 행사 장소는 외국 땅인 ‘아이러니’가 연출됐다.

주최 측이 국내 골프대회를 태국에서 열기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경기장을 구하기 쉽다는 점 때문이었다. 태국은 그러나 PGA나 LPGA를 유치하지 않고서도 준비기간을 포함해 총 350여명의 인원을 열흘 이상 머무는 동안 간단히 골프장 사용료 1억원을 비롯해 5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셈이다.

우리가 대회 유치에 따른 스폰서와 참가선수의 질을 따지는 것도 이와 다름 아니다. 경제적인 측면을 놓고 고심하고 치밀하게 스포츠마케팅을 전개해야 기대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신한코리아챔피언십(총상금 350만달러)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대회가 눈앞에 다가왔는데도 대회를 추진한 관광공사는 총 경비 115억원 가운데 아직까지 타이틀스폰서(신한금융지주) 20억원을 포함에 전체 비용의 60%만 확보한 상태다. 계획대로 스폰서를 얻지 못하면 관광공사 예산을 써야할 형편이다.

가장 큰 문제는 대회를 무리하게 추진한 탓이다. 대회 타이틀스폰서는 물론 서브스폰서도 확정하지 않을 채 지난 1월 PGA투어 계약을 체결한 것. 경기침체에 따른 재원조달 부담 때문에 대회 규모가 축소됐고 미 PGA 투어 상금 랭킹 10위 이내 선수는 1명도 없다. 외국 선수 일색으로 최경주와 나상욱을 제외하면 국내 선수는 배제됐다. 대회의 질을 가늠하게 될 상위 선수들은 시즌 개막 전에 미리 1년 일정표를 정해놓고 미국에서 열리는 투어대회조차 까다롭게 골라 출전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에 신한코리아골프챔피언십처럼 시즌 도중 갑작스럽게 결정된 대회를 위해 머나먼 아시아 여행길에 나설 리 없다는 지적도 제기돼 출전 선수 확보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다.

관광공사는 이번 대회의 홍보효과가 449억원, 외래 관광객 유치를 통한 관광수입이 63억원등 560억원의 직·간접적인 경제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주장의 주요 근거로서 관광공사측은 미국 NBC에서 11월 28일 3시간동안 생중계를 하고 USA Network에서 11월 26일과 27일 2시간씩 생중계를 하는 것을 든다. 그러나 세계적인 톱 플레이어가 거의 출전하지 않는 대회에 미국 방송국의 중계가 과연 기대한 만치 효과를 낼지 의문이다.

그러나 배는 이미 항구를 벗어났다. 월드컵 이후 한국을 홍보할 마땅한 스포츠 이벤트가 없어 대회를 유치했다는 관광공사. 불황 속에서도 천문학적인 돈을 골프대회에 쏟아 붓는 만큼 남은 기간 대회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전력을 다해야 될 상황이다.

모자란 점은 하루바삐 보완하고 모처럼 이 기회가 세계 속의 ‘관광 제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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