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대목 경기가 실종됐다. 엊그제는 제주시 일도2동에서 전자제품을 팔고 있는 김 모씨(42)와 소줏잔을 기울였다. 그는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인해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백약(百藥)이 무효(無效)한 실정”이라고 긴 한숨을 토해낸다.

어디 김씨 뿐이겠는가? 지속적인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위축에다 따뜻한 날씨로 계속돼 방한의류와 난방용품 등의 시즌상품마저 매출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

‘소비는 미덕이다’는 케케묵은 케인즈적 사고와 ‘불황경제학의 복귀’라는 경제학 테마가 새롭게 다가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경기침체 상황을 의식한 듯 제조업체들까지 보상판매, 덤 상품제공 등 가격파괴 전략에 가세했다. 공무원들도 3만원 범위에서 선물 주고받기에 나섰다. 부모·자녀 생일상 차릴 때 지역상권 이용하기, 월 1회 이상 버스·택시 이용하기, 출장 또는 연고지 방문 때 관내 주유소를 이용하자고 한다.

그러나 경계해야 할 게 있다. 신용불량자가 400만명에 육박한 시대에 소비 위축을 우려해 저축을 경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우리에게 저축은 여전히 미덕이다. 아무리 소비가 급하다 해도 기본적인 저축 심리를 망각해서는 국가도 기업도 가계도 결코 흥할 수 없다.

최근 소비가 부진한 것도 따지고 보면 우리 국민들이 몇 년 전부터 저축을 외면하고 카드 빚을 내어 분수에 안 맞게 소비를 늘린 데 근본 원인이 있다.

문득 1970년대 초등학교 시설 담임 선생님이 한 말이 생각난다.

“소비하고 남는 것을 저축하려 할 것이 아니라 저축하고 남는 것을 소비하는 태도를 길러야 한다”

우리 경제가 이나마 성장한 게 허리띠를 졸라매고 저축한 개발세대의 절약과 내핍정신 덕이다.

소비를 늘리려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

최근의 극심한 내수부진은 오히려 가계신용 문제와 고용부진, 부동산 위축, 심리악화 측면 등에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저축은 여전히 미덕이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