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호의 일본이야기] 재일제주인 한가야 피아니스트 리사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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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호의 일본이야기] 재일제주인 한가야 피아니스트 리사이틀
  • 김길호
  • 승인 2015.08.2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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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1일 저녁 7시부터 오사카부 네야가와시(寝屋川市) 역에서 가까운 아르카스홀에서 본적지가 조천읍인 동포 2세 한가야 피아니스트의 리사이틀이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다음은 4.3사건의 진혼곡입니다. 그런데 이 지역에 사는 중학교 1학년 여학생이 시신으로 발견되었습니다. 그 학생은 트롬본 악기 연주를 했었다고 하는데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그녀의 진혼까지 곁들여서 연주하겠습니다. 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제30번 E장조 OP.109 제1악장에서 제3장까지 첫 무대 연주를 마치고 나서 다시 무대로 들어선 한 가야 피아니스트의 무대 첫 인사였는데 사건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
 
지난 8월 13일, 네야가와시에 살고 있는 남녀 중학생이 이 역에서 행방불명이 되어 여학생은 시신으로 발견되었고, 남학생의 행방은 알 수 없었으며 범인도 검거 못한 상태 속에서 이 사건은 전국 톱 뉴스로 계속 텔레비에서 방영되었고 신문도 일면 톱기사였다.
 
(홀에 있던 관객들은 나중에 알았지만 이 시간에는 행방불명이었던 남학생 역시 시신으로 발견되었고 용의자도 오사카 시내에서 검거되어 호외까지 배부되었었다.) 
 
그래서 다음 차례인 4.3진혼곡 <목 마르다>가 연주되었는데 필자는 처음 듣는 곡이었다. 리사이틀 팜플렛을 보았더니 박영희 작곡가가 2008년 한 가야 피아니스트의 위촉을 받고 4.3진혼곡으로서 일부러 만든 곡이었다.
 
연주곡 해설에서 <목 마르다>의 곡명은 박영희 작곡가가 신약성서 요한복음 19장 28절에서 인용했다고 썼었으며 한 가야 씨가 일본어로 번역했었다. 필자는 한국어 원문을 읽은 적이 없기 때문에 한가야 씨가 일어로 번역한 것을 한국어로 번역해서 소개한다.
 
"신약성서, 요한복음 19장 28절의 예수의 마지막 말을 이 곡의 제목으로 정했습니다. 4년 전(2004년)부터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 위에서 일곱 개의 마지막 말에 대해서, 여러가지 편성으로 작품을 쓰고 있습니다."
 
"무반주 합창곡(2006년), 테너와 오케스트라(2007년) 등, 예수의 <목 마르다>, 이 언어는 인간의 마지막 말입니다. 신체적인 <목 마르다>와 혼의 <목 마르다>를 우리들에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피아니스트 한가야 씨의 위촉으로 이 곡을 창조하면서 저는 한가야 씨 양친의 고향. 제주도를 가슴에 안고 제주도의 "소리"(목소리, 노래)를 들었습니다. 고깃배에 타고 먼 바다로 떠날 때에 부르는 힘찬 노래. 그 노래 속에 녹아 흐르는 눈물. 눈물..."
 
"<목 마르다>고 외치는 수많은 혼, 그 혼의 고통을 이 곡에서 표현하려고 한 것이 아니고, 그 분들의 강한 <생>이 지금도 그 자손들에 의해서 계승되고 있는 것을 "소리"(목소리, 노래)에 표현할려고 했습니다."
 
"그 분들이 죽음의 세계에서 큰 소리로 <목 마르다>고 부르짖는 진정한 소리들을 우리들은 언제 들을 수 있을 것인가. 우리들의 귀를 열지 않으면 안될 때가 언제인가.*
 
<여기에 진실이 있습니다. 가로막고 있는 진실을 보세요. 우리들의 할머니, 할아버지.> 
 
이 내용이 팜플렛에 게재된 <목 마르다> 연주곡 해설의 전문이다. 일본 국내에서의 리사이틀에서 이렇게 많은 비중으로 작품 해설을 소개한 것은 연주자는 물론 작곡가가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목 마르다>의 곡은 이중의 음을 동시에 내고 있었다. 광풍처럼 몰아치는 고음과 함께 잔잔한 파도처럼 가냘프게 이어지는 저음이 하모니를 이루고 있었다.
 
때로는 거칠고 황량한 제주 특유의 자연의 소리만이 아니고 암울했던 당시의 압박과 피압박이 뒤섞여진 신음 소리와 사자(死者)의 혼이 소리만도 결코 아니었다. 
 
당시의 제주도는 도민에게 있어서 "저주의 땅"이었으나 작곡가 스스로가 작품 해설에서 말하고 있듯이 그 상황만을 표현하기 위한 <목이 마르다>가 아니었다.
 
지금은 "약속의 땅"으로 클로즈업된 제주도지만 <목이 마른> 선조들의 자손들은 아직도 이 땅에서 면면히 흐르면서 생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표현하고 싶다고 했다.
 
<목이 마르다>의 연주를 더 듣고 싶었지만 다른 곡의 연주 때문인지 아니면 곡 자체가 짧은 곡인지 몰라도 필자에게는 무척 짧은 느낌이 들어서 아쉬었다. 
 
연주곡은 슈벨트의 "방랑자 환상곡" D 760 OP. 15의 제1악장에서 제4악장. 슈만의 "사육제" <4개의 음표로 된 재미있는 정경> OP. 9의 제1악장 "서곡"에서 제21악장 "필리스틴에 대항하는 다비드 동맹의 행진"들이었다.
 
<목이 마르다>의 박영희 작곡가는 1945년 청주에서 태어나서 서울대 음대 작곡과 및 동대 대학원 졸업. 1974년 독일 학술교류재단의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독일 프라이브르크음대 유학. 1991년 오스트리아 그라츠예술대학, 독일 카를수루에음대 객원교수, 독일 브레멘국립음대 주임교수 등 역임했다.
 
1995년 하이델베르크시의 여성예술가상, 2007년 한국국민훈장 석류장, 2008년 한국KBS해외동포상 등을 수상했고 2009년 베를린예술원회원이다.
 
한가야 피아니스트는 일본 도호음대를 졸업. 독일 국립 후라이부르그음대 유학. 1980년 제49회 일본 음악콩클 2위, 제44회 쥬네브 국제음악콩클 1,2위 없는 3위, 이탈리아 뷔오티 국제음악콩클에서 뒤프레마산 등을 수상했다.
 
현재 독일 카를수루에 음대 교수이며 니라현 이코마시 <이코마국제음악> 음악감독을 맡고 있으며,제6회를 맞는 금년은 11월 2일부터 11월 8일까지 당시에서 개최된다.
 
지난 7월 31일은 대구시민회관에서 한가야 리사이틀을 갖었고 오는 9월 초에는 서울대에서 일주일 간 객원교수로서 강의를 한다.
 
한가야 피아니스트는 조천읍 출신 한재숙 음악가와 현 정자(본적 화북) 화가 사이에 장녀로 태어났다. 모친 현 정자 화가가 나라시에서 개인전을 열었을 때 필자가 쓴 제주투데이 기사를 참고로 첨부한다.

http://www.ijejutoday.com/news/articleView.html?idxno=175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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