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일째 제주도청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김경배 씨가 원희룡 제주도지사에게 제2공항 건설의 공론화 및 주민투표를 통한 도민 수렴 후 도의 입장을 정해달라고 공개서한을 보냈다.

▲도청 앞에서 단식농성 중인 김경배 씨@자료사진 제주투데이

김 씨는 23일 오전 11시 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김 씨는 "사전타당성용역 검증 검토위윈회 활동은 ‘용역검증결과가 기본계획수립 진행여부를 결정짓는다’는 합의 문항이  이행되지 않았다"며 "지사가 당연히 국토부에 공정히 결론을 내려달라 요청해야함에도 이를 방조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씨는 "제2공항이 들어서면 터전을 잃고 난민신세가 되고 말 지역주민은 물론 제주의 자연은 대재앙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며 "공군기지가 그 진짜 목적이라는 확신에 가까운 의심마저 갖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 씨는 "그럼에도 제2공항이 도민숙원사업이라면 얼마나 많은 도민이 제2공항 건설을 원하는지 직접 물어봐야 한다"며 "검토위 기간 중 밝혀진 부실 조작 부분과 국토부가 공개를 거부한 자료까지 모두 공개하게 하고 그를 토대로 도민에게 충분히 공정하게 알리는 과정을 거쳐, 도민 투표 등 도민의견 수렴과정을 이행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나와 제주를 사랑하는 모든 도민이 원희룡 지사님을 진정으로 제주를 사랑한 도지사로 부를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제주의 사람도 자연도 지켜야 되는 도지사의 본분에 충실하기 바란다"며 "이 요구에 대한 지사님의 합당한 입장표명과 조치를 약속할 때까지 결단코 저의 단식을 끝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도민 김경배가 원희룡 도지사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도청 앞 천막에서 36일째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 난산리 주민 김경배입니다. 단식30일을 넘어서며 기력이 점점 떨어져 면담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이렇게 공개서한을 보냅니다.

제주 제2공항 건설계획은 2015년 11월 10일, 고향을 잃고 난민신세가 되고 말 주민에겐 단한번의 예고도 없이 날벼락처럼 예정부지가 발표됐습니다.
이날 원희룡지사께서도 환영성명을 발표하며 고향을 잃게 될 성산읍 4개 마을 주민을 외면했습니다. 그후, 부지선정과정의 수많은 의혹들이 불거졌음에도 지사님은 공항이 들어서는 걸 전제로 한 행보들을 계속해왔습니다.

부지선정과정의 부실의혹 등을 밝혀내기 위한 검토위원회에서 점수조작 등 여러 가지 부실이 드러났습니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이렇다 할 해명도 없이 ‘결론과 권고사항 의결 후 제2공항진행 여부를 결정한다’는 절차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검토위원회를 종료시키고 제2공항 확정절차인 기본계획용역에 착수했습니다. 속전속결로 제2공항 건설을 확정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성산대책위와 지사님과의 합의에 따라 진행된 사전타당성용역 검증 검토위윈회 활동은 ‘용역검증결과가 기본계획수립 진행여부를 결정짓는다’는 합의 문항이  이행되지 않았습니다. 지사님은 당연히 국토부에 공정히 결론을 내려달라 요청해야함에도 이를 방조했습니다.

이 같은 국토부의 막무가내 국민기본권 유린행위와 도민을 지켜야 되는 역할을 다 하지 않는 지사님의 행보에 항의하기 위해 저는 목숨을 걸고 몸을 녹여내는 단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무리 국책사업이라 해도 쫓겨나는 주민이 납득할만한 합당한 근거를 제시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국가의 의무입니다. 그런데도, 대통령의 절차적 투명성 공약마저 내팽개치며 강행하고 있습니다.

저의 단식은 단지 저의 터전을 잃는 것만이 억울해서 하는 고행이 아닙니다. 제2공항이 들어서면 암울해지고 말 제주의 미래가 너무도 뻔히 보이기 때문입니다.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은 있는 그대로 잘 지켜져 자손대대 영원한 유산으로 남겨져야 하고 이 나라 국민 모두의 안식처가 되어주는 자연이 살아있는 보물섬으로 영원히 남아있어야 합니다.

지금도 제주는 상하수도문제, 쓰레기문제, 교통문제 등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제2공항이 들어서면 터전을 잃고 난민신세가 되고 말 지역주민은 물론 제주의 자연은 대재앙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제주도민이면 누구나 위태로운 삶을 살아야 되는 걸 우려하고 있으며, 공군기지가 그 진짜 목적이라는 확신에 가까운 의심마저 갖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주의 자연도 사람도 지켜야 되는 본분을 가진 지사님만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제2공항은 이 땅의 주인으로 살아온 제주사람으로부터 제주를 빼앗아 착취의 땅, 끝없는 아픔의 땅, 슬픈 제주로 만들게 될 것입니다.

도민숙원사업이라며, 제주관광객을 지금의 두 배 이상으로 늘려야 된다며 시작된 제2공항건설사업, 과연 얼마나 많은 도민이 원하는 지를 지금 반드시  도민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검토위 기간 중 밝혀진 부실 조작 부분과 국토부가 공개를 거부한 자료까지 모두 공개하게 하고 그를 토대로 도민에게 충분히 공정하게 알리는 과정을 거쳐, 제주의 미래를 도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도민 투표 등 도민의견 수렴과정을 이행하여 제주제2공항건설 진행여부를 판단해야합니다.

제주의 미래는 국토부는 물론이고 도지사라 해도 맘대로 좌지우지할 수 없는 도민 모두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와 제주를 사랑하는 모든 도민이 원희룡 지사님을 진정으로 제주를 사랑한 도지사로 부를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제주의 사람도 자연도 지켜야 되는 도지사의 본분에 충실하기 바랍니다. 국토부의 타당성 재조사 검토위원회 구성 및 운영 의견서에도 공론조사 시행 시 그 결과를 수용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제주 제2공항 도민의견 수렴요구 후 진행여부를 결정하자는 요구에 대한 지사님의 합당한 입장표명과 조치를 약속할 때까지 결단코 저의 단식을 끝내지 않을 것입니다. 

2019년 1월 23일

제주도민 김경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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