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도청 기자실에서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는 원희룡 지사.(사진=제주투데이 DB)

원희룡 지사는 20일 발표한 담화문에서 “분초를 다툴 정도로 붐비는 (제주공항) 하늘길은 불편의 수준을 넘어서 도민과 관광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주 하늘길이 '안전을 위협하는 수준'은 아니다. 제주지방항공청 관계자들은 항공기가 많이 드나든다고 해서 안전이 위협받는다는 생각은 오해라고 일축했다.

제주공항 현장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인 만큼 항공기 안전 문제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터. 항공 당국은 안전을 담보하는 범위 내에서 공항수용능력을 산출하고, 그에 따라 항공기 이착륙 횟수를 조정하고 관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항공기 이착륙 횟수를 안전을 확보하는 범위로 산정하며 위험 요소가 발생하는 경우 항공기를 대기, 회항 또는 지연시키는 방법 등을 통해 안전을 유지한다. 

즉 원 지사의 ‘안전 위협’ 발언은 항공기 운영에 대한 이해 부족에 기인했다. 아니면 의도적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의도적이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행여 ‘안전 위협’을 이유로 들며 제2공항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막연한 불안을 조장해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한 ‘안보정치’ 아닐까. 전문적인 검토를 통해 사실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항공기 이용자들의 불안을 조장·선동하는 것은 적폐 정치 중 적폐다.

성산읍에 제2공항을 건설을 결정한 <제주 공항인프라확충 사전타당성 조사> 보고서조차, 제2공항 건설 결정 이유로 제주공항의 항공 ‘안전 위협’은 거론하지 않는다. 공항건설은 항공 안전이 아니라 항공 수요에 관한 검토를 통해 계획 및 추진되기 때문이다. 항공 안전은 공항 운영의 실무 영역일 따름이다. 그간 도민 갈등의 책임을 국토부에 전가해왔던 원 지사가 국토부도 꺼내지 않는 ‘안전 위협’을 거론한 것이다. 그러나 원 지사의 기대(?)와 달리 현재 제주공항은 공항수용능력에 맞춰 안전하게 운영되고 있다.

원 지사의 안전 운운 발언은 자칫 제주공항 일선에서 항공 안전을 위해 불철주야 근무하는 종사자들을 힘빠지게 하는 말이 아닐까. 공항 운영 관계자들이 안전에 위협이 발생할 지경으로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원 지사의 발언은 언론을 통해 전국적으로 퍼졌다. 사실상 '가짜뉴스'가 퍼진 것이나 다름없다. 관광객들에게도 제주공항이 위험하다는 잘못된 정보를 주었다. 가뜩이나 어렵다고 아우성인 제주경제 아닌가. 그런 상황에서 관광객 방문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뉴스가 도지사의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제주관광은 안전하지 않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준 것이다.

어떻게 주워 담을 것인가. 원 지사가 제2공항 건설 추진을 위해 의도적으로 내뱉은 발언이라면 상황은 심각하다. 그러나 혹시라도 항공기 안전 문제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지 않고 내뱉은 발언이라고 인정한다면 제주공항은 안전하다고 밝히고 도민과 공항 관계자에게 사과해야 한다. 관광객들에게도 안심하고 제주공항을 이용해달라고 당부해야 한다. 그것이 정치인이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지는 행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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