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아무래도 절단하는 게 낫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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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아무래도 절단하는 게 낫겠답니다"
  • 제주투데이
  • 승인 2020.02.03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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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동물친구들 교육홍보팀 김유진
올무에 다리가 걸린 채 구조된 '올레'. 결국 올레는 올무에 걸린 다리를 절단했다.(사진=제주동물친구들 제공)
올무에 다리가 걸린 채 구조된 '올레'. 결국 올레는 올무에 걸린 다리를 절단했다.(사진=제주동물친구들 제공)

“아무래도 절단하는 게 낫겠답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에 가슴이 먹먹해지며 무언가가 울컥 목으로 치밀어 올랐다. ‘올레’는 그렇게 왼쪽 앞다리를 절단하고 세 발 강아지가 되었다.

올레는 설날을 며칠 앞둔 어느 날, 다리가 꺾인 채로 힘겹게 걸어서 우리 곁으로 왔다. 손을 내밀며 “아가야 이리와” 하고 부르자 비틀비틀 걸어와서 배를 내어 보이며 발라당 누워버린 녀석. 

지치고 힘들어 당신이 누구든 간에 당장 항복할 테니 제발 나를 도와달라는 구조의 몸짓이었을까? 녀석의 꺾인 앞다리를 살피자 언제 걸렸을지 모를 올무가 살을 파고 들어가 있었다. 일요일 저녁, 겨우 응급 진료를 하는 동물병원을 찾아 올무를 제거하고 치료를 받았다. 회복을 바라는 우리의 마음과는 달리 하루 이틀이 지나도 올레의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다리의 붓기는 점점 심해졌으며 온기가 없이 차갑고 딱딱하게만 변해 갔다. 서둘러 찾아간 동물 병원에서는 이미 다리를 살리기가 어려운 상태라며 절단할 것을 권유했다. 이제 태어난 지 석달 남짓 된 강아지 올레는 앞다리를 잃은 장애견이 되었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인간의 욕심이 너의 다리를 앗아갔구나. 세 다리로 한 걸음 한 걸음 애쓰며 마당 계단을 올라오는 올레를 보며 아무리 미안하다 되뇌어보아도 올레의 다리가 새로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한쪽 다리 절단 수술을 받은 후의 올레(사진=제주동물친구들 제공)
한쪽 다리 절단 수술을 받은 후의 올레(사진=제주동물친구들 제공)

과연 무엇을 잡기 위해 설치된 올무였을까? 옛적부터 먹어오던 꿩고기 맛이 그리웠을까? 아니면 농장에 들어와 농작물을 망치는 들짐승을 막기 위해서였을까? 이유가 어찌 되었고 목적이 무엇이었든 모든 올무는 명백히 불법이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19조 3항에서는 야생생물을 포획 채취하거나 죽이기 위하여 허가 없이 덫, 올무 등을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용만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법 10조에서는 덫이나 올무 같은 포획도구는 제작, 판매, 소지 자체가 불법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올무를 제작, 판매, 소지, 사용하는 것 모두가 불법이라는 뜻이다. 야생동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변명을 대는 경우도 있겠지만, 야생에서 살아가는 각종 포유류·조류·파충류·어류 등의 야생동물들도 마땅히 생태계의 구성원이며 보호받아야 한다. 이들을 포획하거나 학대,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는 불법 행위이다. 게다가 야생동물을 잡기 위해 설치된 덫이나 올무 때문에 다른 동물들도 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

하지만 올무의 제작, 판매, 소지, 사용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잘 몰라서 설치하고 사용하는 농민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도정과 시정의 적극적인 홍보와 계도가 요구된다. 야생동물로 인한 농가의 피해를 막기 위한 대안 제시 및 정책 집행도 필요하다. 농어촌 지역에 올무의 불법성을 알리는 현수막을 붙이는 등의 적극적 홍보와 더불어 현재 설치되거나 판매중인 올무나 덫을 대대적으로 수거하는 작업도 함께 진행해야 할 것이다. 제2, 제3의 올레가 생기지 않도록 관련 행정기관의 지속적인 관심과 적극적인 움직임을 기대한다. 

제주동물 친구들 교육홍보팀 김유진
제주동물친구들 교육홍보팀 김유진

올레의 입양 전제 임시보호처를 찾습니다. 도베르만으로 추정되는 3개월 정도의 수컷이구요. 지금은 아주 귀여운 네눈박이 강아지이지만, 앞으로 키 크고 늘씬한 롱다리 늠름한 청년으로 자랄 거란 이야기지요. 한창 귀염미 뿜뿜인 나이에 애교 많고 발라당 배를 보여주기를 즐기며 사람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순한 성격입니다. 문의전화 사단법인 제주동물친구들 064-713-1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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