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들판과 숲 이곳저곳 방목돼 풀을 뜯는 멋진 말들, 시기를 잘 맞추어 나가면 운 좋게 만날 수 있는 돌고래들, 라디오에서나 들었을 법한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 밭 한가운데서 후다닥 날아오르는 꿩들, 중산간 산길을 운전하다 마주쳐서 서로 눈이 휘둥그레진 노루들을 만날 수 있다. 바다부터 산까지 제주의 자연에 어우러져 사는 동물들의 모습은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제주도만의 매력이다.

이런 제주의 자연을 즐기고 살 수 있는 제주의 어린이들은 분명 선택받은 아이들임이 틀림없다.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 인간이 아닌 동식물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고 생태계 구성원으로서의 인간의 위치와 자연과 어우러져 사는 삶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주도의 어린이들이 유치원 혹은 학교에서 동물과 식물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생각과 태도를 배울 수 있는 공식 교육과정은 전혀 없어 매우 안타까울 따름이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이 있듯, 동물과의 올바른 관계 형성은 어릴 적 교육과 경험이 중요하다. 반려동물의 수가 급증하면서 어릴 적부터 동물과 함께 지내는 어린이들이 늘었다. 다양한 영상 및 매체를 통해 일찍부터 동물에 대한 이미지를 접하기 때문에 어릴 적부터 동물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 교육이 꼭 필요하다. 인간은 지구 생태계 구성원의 일부이며, 인간 이외의 다양한 동식물의 삶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보호해야 함을 일깨워주고, 일상에서 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학년에 따른 교육이 가능하다. 동물의 입장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사고와 태도를 배우는 일은 사람 사이의 관계도 조화롭게 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이는 결국 생명을 존중하는 성숙한 시민을 키워내는 첫 단추가 된다. 동물보호 교육은 동물과 사람의 아름다운 공존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장기적인 작업이다. 

유·초등생 동물보호 교육은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추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대한수의사회는 2012년부터 희망하는 초등학교와 학급을 대상으로 초등학생 동물보호교육을 시행해 왔다. 서울시교육청은 2018년부터 유치원생 및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동물복지교육 과정을 개설하기도 했다.

제주동물친구들은 지난 1월 도내 다른 시민단체들과 함께 제주도 교육청에 유·초등생 동물보호교육 의무화를 요구한 바 있다. 당장 교육 전문가나 교육자재 확보가 어렵다면 교육 경험이 풍부한 도내 동물보호 단체들과 함께 하는 방법도 있다. 관련 단체들이 협조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교육청에서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제대로 된 교육 과정 및 인력, 도구 등을 준비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어릴 적 받은 동물보호 교육이 어린이들의 일상에 자리 잡아, 제주도의 어린이들이 생명의 존엄성을 알고 생명존중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어른으로 자라나길 바란다.

제주동물 친구들 교육홍보팀 김유진
제주동물친구들 교육홍보팀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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