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단체는 다양한 제보를 접하고 그 내용을 사회에 알린다. 그중 대중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고 이슈가 되는 내용은 아무래도 동물 학대 의심 제보다. 하지만 정확하지 않은 상황 판단으로 오히려 원치 않은 피해를 입히게 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한 동물병원에서 고양이를 학대한다는 제보전화가 있었다. 성묘 두 마리를 '숨막히게 비좁은 케이지'에 가둬놓고는 절대 풀어주지 않으면서 학대한다는 제보였다. 동물을 상대하는 병원에서 어쩌면 그럴 수 있느냐면서 흥분한 상태였다. 언뜻 듣기에 학대라고 할 정황이 아닌 듯하여 자세히 들어보니 고양이를 잘 모르시는 분이 본인의 시각으로 보고 학대라고 판단해 제보전화를 한 것이었다.  

몇 년 전 사진 한 장이 SNS를 뜨겁게 달군 적도 있었다. 제주의 한 부속 섬에 여행을 갔던 분이 개가 학대를 당해 다친 것 같다는 사진과 글이 올라왔고, 지역 사회를 넘어 순식간에 전국적인 이슈가 됐다. 육지의 개인 활동가까지 공유하고 나섰다. 개를 치료하기 위한 후원계좌까지 열렸다. 제주동물친구들이 현지를 방문해 확인 해본 결과, 개의 상태는 예상과 달리 양호했고 얼굴의 상처는 동네 개들과 싸워서 생긴 것이었다.

동물병원에 데려가기 어려운 섬 지역이다보니 견주는 애를 태우고 있었다.  무려 10살이 넘도록 견주와 함께 한 개였다. 시골에서 10년을 사는 개가 흔치 않으니 나름 사랑받는 반려견이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 견주는 급속히 공유된 SNS 글속 에서 개를 학대한 파렴치한이 되어 세상 모든 욕을 다 듣고 있었고 그 사실을 알게 된 견주와 가족은 심한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되었다. 하지만 자초지종이 알려진 후, 그 어느 누구도 그들의 상처를 위로하거나 사과를 하는 사람은 없었다. 견주에게 비난을 했던 대다수의 사람들은 아마 그 사실을 알지도 못한 채 지금도 여전히 학대당한 개로 알고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상처로 인해 동물학대로 오해 받았던 개
상처로 인해 동물학대로 오해 받았던 개(사진=제주동물친구들 제공)

동물학대 사건 제보를 대할 때는 정확하고 객관적인 사실관계 파악이 최우선이다. 제보자가 피제보자에 대한 개인감정이나 섞거나 사실을 부풀려 제보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숨막히게 비좁은 케이지' 같은 자극적인 멘트에는 객관적 사실이 들어있지 않아 자칫 엄한 사람을 학대범으로 몰게 될 수 있다.

SNS는 양날의 검이다. 여론을 형성하고 민의를 모으는데 큰 힘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일방향적 여론몰이가 좋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거짓 영웅을 만들기도 하고 무고한 사람을 대역죄인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동물보호에 관심 있는 시민들은 약자인 동물을 대신하여 목소리를 내다보니 학대사건을 접하면 흥분부터 했다. 그렇게 격하게 반응을 보여 주어야만 뭔가 바뀌기도 했다.

그러나 흥분하고 욕하는 것만으로는 사람들의 인식이나 제도가 바뀌지 않는다. 학대가 의심되는 동물의 고통에 대한 공감을 넘어 이성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사건이 발생한 이유가 무엇인지, 현 제도의 문제가 무엇인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은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공유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흥분만으로는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없다. 객관적 상황 판단과 그리고 지속적 관심이 절실히 요구된다. 

김미성 제주동물친구들 대표
김미성 제주동물친구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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