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사진 김관모 기자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이던 2018년 8월 제주도의회에서 진행한 강연에서 제주도의 신개발주의와 난개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사진=제주투데이 DB)

“생태의 눈으로 돌아본 한국사회는 어떠한 모습일까?”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2006년 단국대 교수 시절에 한겨레에 쓴 칼럼(‘개발정치와 녹색진보’)의 첫 문장이다.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조 장관의 질문은 유효하다. 아니,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무게감을 느끼게 되는 질문이다.

칼럼에서 조 장관은 대한민국이 세계경제포럼으로부터 2005년 환경지속성지수 평가에서 146개국 중 122위를 기록했다는 사실을 거론했다. 환경지속성지수(Environmental Sustainability Index)는 현재 환경ㆍ사회ㆍ경제 조건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는 국가역량을 평가하는 국제평가지수다. 한국은 이 평가에서 122위를, 국토환경에 걸리는 환경오염의 부하량 지수에서는 1위를 기록했다. 개발주의에 치우친 한국사회가 받아든 낯뜨거운 성적표였다.

조 장관은 이에 대해 정확하게 진단했다. “이 모든 것은 한국 사회가 국토환경 용량을 훨씬 넘어서는 상태에 있음을 의미한다. 해서 발전이 거듭될수록 사회경제 시스템과 자연환경 시스템 사이의 균형 혹은 지속가능성은 일그러져, 생태적으로 회복 불가능한 ‘위험사회’의 벼랑으로 내몰리게 된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번도 끈을 늦추지 않고 몰아붙인 개발 드라이브의 결과다.”

이 같은 성적표에 환경부는 매우 난처한 표정이었다. 당시 환경부는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와 여건이 비슷한 국가(벨기에, 스페인, 영국 등)보다 상위권 진입을 목표로, 경제와 환경이 상생하는 녹색정부 구현 노력”하겠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국가권력과 정치인들은 한국사회의 개발 드라이브를 멈추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그러거나 말거나 4대강 사업을 마무리지었다. 당시 원희룡 한나라당 사무총장 등 4대강 사업을 적극 옹호한 인사들은 여전히 4대강 사업에 대한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4대강 개발 정권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박근혜 정권과 원희룡 제주지사는 합이 잘 맞았다. 국토부는 여전했고. 그리하여 제주섬에서는 제2공항이 강행 추진되고 있다. 행정 절차적으로는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한 환경부의 결정, 기본계획 고시 등이 남아 있을 뿐이다.

좁은 면적의 자연환경은 개발에 따른 영향을 심각하게 받을 수밖에 없다. 제주도의 경우 난개발과 그로 인한 한정된 지하수 자원의 오염과 고갈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거기에 더해 제2공항이 건설 되면 발빠르게 이어질 도시개발, 도로개발(당장 비자림로 공사로 인한 갈등을 보라) 등이 야기할 환경 훼손의 정도는 추산조차 되지 않는다. 제2공항 인근의 철새도래지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국토부는 철새들의 대체서식지를 마련하겠다는 답조차 하지 않는다. 대체서식지를 조성할 장소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조명래 장관이 취임하기 전까지 수장으로 있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제2공항 환경영향평가서 검토 결과, 현재 입지가 아닌 다른 입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모든 후보지에 대한 조류충돌 평가 시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 입지에 제2공항 건설을 강행 할 경우 심각한 환경 문제,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가 따르므로, 국토부가 시행하지 않은 이 두 가지 사안에 대해 검토절차를 제대로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명래 장관의 환경부는 이 두 가지 중요한 의견을 국토부에 제시하지 않았다.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한 환경부과 국토부의 최종협의가 남아 있다. 궁금하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자신이 수장으로 있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검토결과를 끝내 묵살할까? 

조 장관은 “국가는 태생적으로 반생태적이다. 국가권력을 어떻게 녹색의 권력으로 바꾸어낼 건가는 ‘발전의 녹색화’, ‘통치의 녹색화’, 나아가 ‘생태사회’로 나가는 데 핵심이다. 녹색진보는 생태적 순환·호혜·평등·진화의 원리에 부응하는 변혁을 추구하는 신진보로서, 사람 중심의 구진보와 구분된다. 녹색진보를 위해선, 해방 후 지금까지 추구해 온 한국의 산업적 근대화를 생태적 탈근대화로 ‘발전의 문법’을 바꾸어야 한다.”고 썼다. ‘국가권력’ 환경부의 수장 조명래 장관에게 묻는다. 장관이 보기에 제주 제2공항 건설계획은 제주도가 ‘생태적 탈근대화’를 이루며 ‘생태사회’로 나가는 데 도움을 주는가?

개발정치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생태사회를 추구하던 학자 조명래.

학자 조명래의 눈으로 돌아본 장관 조명래는 어떠한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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