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지역사회는 코로나19 확진자 동선공개 문제로 9일 하루 혼란을 겪었다. 92번 확진자가 도내 교회에서 예배를 진행한 목회자인 것으로 파악되었는데, 원희룡 제주도정이 해당 교회가 어느 교회인지 즉각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희룡 도정은 하루 전인 8일 “집단성, 불확실성이 높거나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장소, 도민 사회 우려가 큰 장소에 대해서는 공개”한다는 내용을 담은 ‘제주형 코로나19 확진자 정보공개 지침’을 밝혔다. 원 도정은 이 지침에서 장소를 공개토록 하는 ‘집단성과 불확실성이 높은’ 장소에 대해 “환기가 어렵고 밀폐되는 등 해당 장소 특성상 복수 확진자가 발생하거나 추가 전파 우려가 큰 경우”라고 설명하면서 ‘학교, 학원, 유흥업소, 사우나 등’을 예로 들었다.

교회도 학교, 학원와 마찬가지로 원 도정이 제시한 기준에 충족한다. 집단성과 불확실성이 높으며 밀폐된 공간이어서 코로나 전파 우려가 매우 큰 공간이다. 전국적으로 교회에서 집단감염이 잇따라 발생했다. 그러나 원희룡 도정은 교회명을 즉각 공개하지 않았다. 불과 하루 전에 내세운 원칙을 스스로 내팽개친 것이다. 그 결과는 도민의 혼란과 불신으로 이어졌다. 교회명을 왜 공개하지 않느냐는 쓴소리가 이어졌다. 원 도정이 스스로의 약속을 하루 만에 깨버렸으니, 그에 따른 불신과 비판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도정이 입을 다물고 제 역할을 하지 않으니 마음이 바빠진 도민들은 스스로 정보를 찾아 나섰다. 그 교회가 성안교회라는 사실이 입에서 입을 통해 도민 사회에 알음알음 알려졌다. 원희룡 도정은 한참 후에야 그 교회가 성안교회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뒷북행정으로 영 우스꽝스러운 꼴이 되었다. 하지만 이대로 마냥 웃어넘기기는 어렵다. 코로나19 방역 정보를 도민들이 불신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번 사단의 가장 큰 원인은 원희룡 도정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지침을 내놓았다는 데 있다. 동선공개할 장소를 보다 세세하게 분류해 제시해야 옳았다. 이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얼마든지 발생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명확한 동선공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