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한 행동들을 연습한다. 경계 위에 서보는 일은 경계를 흔들어보는 일이라서 그렇다. 나에게 “제주에 와서 환영해요”라는 말 자체가 그런 일이 된다. 나의 당당함이 부디 그대의 당당함으로, 나의 자연스러움이 부디 그대의 자연스러움으로 마주했으면 좋겠다는 바람 때문이다. 아무도 힘을 행사하지 않으며 아무도 스스로 힘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 연습을 한다.

“제주에 와서 환영해요!”라는 말을 다른 사람에게 건네준 적 있는가? 마치 스스로 자신을 환대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나는 일상에서 (우연히) 만난, 해외에서 온 이주민 친구에게 간단하게 그렇게 말을 건넨 적 종종 있다. 그러면 건넨 그 말에 이어서 이야기 꽃이 필 때도 있고, 맛있는 핸드메이드 음식으로 돌아올 때도 있다. 같은 말로 그대로 돌아오지 않더라도 제주에 흘러온 나에게 환영한다는 말만 같았다.

서로 환대를 이루는 즐거운 경험들이 쌓이며 어느 정도 자연스러워져서 그런지 한번은 처음으로 만난 한국 출신인 친구(?)에게도 그랬다. 서로 자기소개를 하는 중에 그 친구가 몇년전에 한국육지에서 제주로 이주했다는 말을 듣자 바로 “제주에 와서 환영해요.”라고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면서 환대의 장에 서버렸다. 그랬더니 그분이 그 말에 반가워하기보다 좀 어색했거나  당황했는지 나에게 바로 제주에 온 지 얼마나 되냐고 반문을 했다.

그 반응과 질문을 받고 내가 건넨 환대의 말이 따뜻함보다 어색함 (심지어 약간의 무례함?)이 더 크게 다가간 것 같아서 긴장이 올라와 얼굴이 뜨거워졌다. 아름답기만 한 것 같던 “환대”라는 말은 서로 권력의 행사일 수도 있다는 현실을 환기시켜 주었던 계기였다.

그런 환대의 인사를 자연스럽게 나누게 된 여정을 이야기할 시간과 상황이 안 돼서 묻는 그대로 제주에서 11년째 살고 있다고만 대답하고 대화가 끝나버렸다. 그분보다 더 일찍 제주에 왔다는 이유만으로 환대 인사를 건넨 건 전혀 아니었기 때문에 더 초조해졌다. 본의와 다르게 서로 환대의 장에 서기보다 자격의 심사터/경쟁터에 선 느낌이 들어서 불편했다.

‘시간이 얼마나 되어야 환대의 자격이 갖게 되는가? 아니면 ‘원주민’이어야 그 말을 할 자격이 되는가?’라는 질문이 턱 밑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정말 궁금했다기보다 분노를 표출하는 것과 더 가까울 수도 있다는 생각에 결국 그 질문은 하지 않았다. 나는 긴장되고 속상하고 화가 좀 났다는 것을 알았다. 그쪽도 그럴까?

맞다. ‘주인’과 ‘손님’이 각 환대를 베푸는 자와 받는 자가 되는 환대의 패러다임에서 그런 말을 하는 내가 주인의 자세를 취하며 자신에게 손님 대접을 했다고 해석이 되면 불편할 수도 있겠다. 나는 단지 내 삶의 주인으로서 다른 삶의 주인과 제주에서 이뤄지는 이 만남을 축하하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우리가 겪은 과거의 경험에서 온 상처와 편견들이 이미 우리 안에 자리잡고 있어서 서로가 평등한 환대의 장이 되기 어렵다.

“이곳에 와서 환영한다”는 환대의 말을 그 어디에서든 (상대방을 환영하려는)선한 마음만 가지면 연습 없이 자연스럽게 환영한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 상대하는 사람의 배경 등 여러 상황에 따라 어색함(위축감)을 느껴 스스로 그 말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이 사실을 다들 알아차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패러다임이니까 당연하다고 여기니 위축감때문이라고 해석하지 않을 수도 있고 위축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사람은 특권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는 것이 더욱 어렵겠다. 위축되었다고 표현하는 사람(또는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기도 해서 말이다. 어쩌면 표현할 수 있는 것 자체도 어느 정도의 특권일지도 모른다.

만약 이런 패러다임이 사람의 위축감과 특권으로 유지되는 것이면 어색함과 위축감으로 스스로 피하거나 구조적으로 피해야 하는 말과 행동들이 만들어진 거리가 경계라고 표현해본다. 그렇게 누군가가 외국인이 되고 이주민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어색한 행동들을(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 아닌 이상) 하려고 연습한다. 경계 위에 서보는 일은 경계를 흔들어보는 일이라서 그렇다. 나에게 “제주에 와서 환영해요”라는 말 자체가 그런 일이 된다. 나의 당당함이 부디 그대의 당당함으로, 나의 자연스러움이 부디 그대의 자연스러움으로 마주했으면 좋겠다는 바람 때문이다. 아무도 힘을 행사하지 않으며 아무도 스스로 힘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 연습을 한다.

에밀리
에밀리

 

글쓴이 에밀리는 대만 출신이다. 제주에서 정착하기 전에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도 그랬고, 지금 제주에서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보는 연습을  하는 중'이라고 말한다. 제주에서 아이를 낳았다. 육아에 시간과 에너지를 거의 다 쏟아붓는 일상 속에서 제주의 '인간풍경'을 글에 담고자 한다. 이 땅의 다양성을 더 찬란하게, 당당하게 피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매달 마지막 주말에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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