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여름,
천그루의 나무가 무참히 잘려나간 자리에
나무가 된 사람들이 있었다

2020년 봄,
사람들 모여 아이들과
숲 베어진 빈자리에 나무를 심었다

2년 전 잘려진 나무도
모아이*로 태어났다

낭심는 사람들
예술가들도 다양한 방식으로
잘려진 나무들을 위무하였다

2021년 봄,
기후위기와 팬데믹 시대
지구의 날을 맞아 다시 숲에 모였다

어린 나무들은 모아이보다 높이 자랐고
아이들은 더욱 여물어졌다

삼나무 숲을 지나 
제주에서 가장 긴 하천 천미천에 들었다

뜨거운 용암이 흐르며 만든 비경 속에
아이들의 흙피리 소리가 잔잔히 흘렀다

기나긴 천미천도 하천정비 사업으로
포크레인이 휘젓고 다닌다.

이대로 가면 
제주 하천들 원형이 남아나지 않을게다

뭣이 중헌디

아이들이 땅을 박차고
힘차게 날아오른다

베어진 나무를 위로하고
부서질 하천을 거닐며

해맑은 웃음으로 자연과 하나되는
아이들에게서 희망을 본다

더불어 숲이 되길
혼디자왈

*모아이: 이스터섬에 남아 있는 얼굴 모양의 석상.

 

김수오

제주 노형에서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수오 씨는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뒤늦게 한의학에 매료된 늦깍이 한의사다. 연어처럼 고향으로 회귀해 점차 사라져가는 제주의 풍광을 사진에 담고 있다. 낮에는 환자들을 진맥(診脈)하고 출퇴근 전후 이슬을 적시며 산야를 누빈다. 그대로가 아름다운 제주다움을 진맥(眞脈)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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