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볍씨학교)
올티스 차밭 알바를 끝낸 볍씨학교 친구들. 그 뒤로 차밭을 덮은 차양막이 드넓게 펼쳐져있다. (사진=볍씨학교)

나는 지난 18~21일, 3일 동안 올티스(차밭) 알바를 갔다. 처음 올티스 알바를 가기 전에는 걱정이 좀 되었다. 선배들이 그 알바에서는 손재주와 눈치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나는 아직 이 두 가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우선 이 두 가지가 어디에 필요한지 물어보았다. 먼저 손재주는 차밭에 차양막을 씌울 때 나무와 차양막을 매듭으로 고정해야 했다. 그때 빠르고 정확한 방법으로 매듭을 묶어야 하기 때문이다. 눈치는 바람 때문에 차양막이 날아가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을 빨리빨리 잡아줘야 하기 때문에 필요했다.

나는 우선 지금 키울 수 있는 것을 먼저 연습했다. 선배들과 선생님께 매듭 묶는 방법을 배웠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서 손도 꼬이고, 매듭도 이상하게 묶어서 엉키는 경우가 있었는데 어느정도 연습을 하니 익숙해져서 그렇게 엉망으로 줄이 꼬여버리는 일은 없었다. 나는 선배들이 삼촌께 배운 방식, 그리고 동희쌤이 찾아내신 방식, 이렇게 두 가지 방식을 익혀서 알바를 가게 되었다.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운동을 하고, 밥을 먹은 뒤 차밭으로 출발했다. 도착해서 밭을 보니 엄청나게 넓었다. 삼촌께 묶는 방법을 다시 한 번 배우고 일을 시작했다.

우리가 하는 일은 말차의 재료인 연한 차잎을 얻기 위해 잎들이 햇빛을 보지 않도록 차양막을 씌우는 일이었다. 그런데 첫 차양막을 씌울 때부터 문제가 있었다. 소통이 잘 되지 않았다. 서로 끝에서 끝으로 말을 전달해야 하는데 우리가 가운데서 소리를 전달해주지 않고 소리를 지르지 않아 서로 소통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문제가 하나 더 있었는데 바로 반매듭을 배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내가 알바에 오기 전에 배운 매듭은 나무 아래쪽 튼튼한 Y자 모양 나무에 묶는 것이었고, 차양막에는 반매듭을 지어야 했다. 그런데 나는 반매듭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그냥 한가지 방식의 매듭으로 차양막과 나무를 연결해 버린 것이다. 다행히 이것을 빨리 눈치채서 바로잡을 수 있었지만 만약 더 늦게 알아채서 중간에 문제가 생겼더라면 일에 큰 지장을 주었을 것 같다.

한 번 이런 일을 겪고 나니 더 긴장하게 되었다. 반매듭을 배워서 일을 하기는 했지만 나는 아직 그 현장에서 직접 끈을 묶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학사에서 연습을 할때는 그냥 발가락에다가 걸고 해서 엄청 간단했는데 여기는 허리를 숙여 나무 아래에다 매야 하니 힘듦의 정도가 달랐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받침반 애들도 똑같이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전체적으로 일의 속도를 내지 못했고 오전 새참을 먹기 전까지 고작 여덟 줄 밖에 덮지 못했다. 그 당시에는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나중에 보니 이 여덟 줄은 엄청나게 적은 양이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부터는 더 소통이 되었고 우리도 어느 정도 이 일에 익숙해졌다. 오전보다는 많은 양을 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많이 느린 편에 속했다. 일을 마친 뒤 차를 타고 학사에 돌아오는 동안 오늘 일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바람에 뒤집어지는 차양막을 잡기 위해 뛰어야 하는데 그러지도 않고, 앞에서 차양막을 끌고 나가는 선두그룹이 힘들지 않게 뒤에서도 열심히 끌어줘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또 끈을 묶는 속도도 느렸다. 첫날 우리는 전체적으로 소통이 되지 않았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팀워크였다. 또 올티스 알바에서 가장 중요한 것도 팀워크였다. 나는 이 알바를 통해 우리가 협동심을 기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음번 알바에서는 전체적인 속도를 더 올리고 싶었다. 또 그러면서 내 개인적인 속도를 올리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이유는 나는 다른 아이들애 비해 매듭을 짓는 속도가 아주 많이 느린 편에 속했기 때문이다. 틈틈이 끈 묶기를 연습했다.

드디어 두 번째 알바날이 찾아왔다. 나는 첫날보다 더 적극적으로 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내 개인의 속도가 빨라진 것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모두 일에 속도가 올라갔고, 다들 일에 더 열정적이어서 나도 그 흐름을 타면서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선두에서 차양막을 끌고 갈 때 뒤에서도 다들 힘있게 끄는 것 같았다. 또 다 끌고 가서 차양막 길이를 맞출 때 끝에서 “당겨”라고 외치는데 그 소리를 중간에서 한 번 더 “당겨” 하고 전달해 주었다. 이 소리가 딱딱 맞아 떨어질 때의 기분은 마치 우리가 하나가 된 것 같다는 느낌을 주어 아주 시원했다.

첫날에는 이 소리를 제대로 전달해 주지 않아서 소통이 잘 되지 않았었는데 오늘은 전달이 잘 되어 일이 전보다는 빨리빨리 진행되었다. 다시 오전 참 시간이 되었고 얼마나 했는지 그 양을 세어보니 스무 줄을 끝낸 상태였다. 첫날보다 두배는 더 많이 했기 때문에 나는 아주 뿌듯했다. 그런데 제원이 형이 와서 “첫날보다 많이 했을 뿐이지 아직 객관적으로 봤을 때는 느린거야”라고 했다.

그 순간 나는 지금에 만족하지 말고 더 속도를 올려보자고 마음먹었다. 소통은 잘 되었지만 아직 줄을 묶는 속도는 느렸기 때문이다. 그래도 소통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일의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이렇게 되니 나도 일에 재미가 붙었다. 오후에도 같은 일을 했는데 체력이 받쳐주지 못해 속도가 좀 느려졌다. 나는 일에 있어서 체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매번 느끼는데 이날 유독 많이 느꼈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쭉 같은 방법으로 일을 하려면 체력을 더 길러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두 번째 알바가 마무리 되었다.

다음날 마지막 알바를 가려고 했지만 그 날 비가 오는 바람에 알바가 하루 미뤄지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그 하루동안 매듭 묶기를 연습했다. 이때까지도 나는 매듭을 묶는 속도가 느린 편이었기에 더 빨라지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알바날이 되었다. 그런데 마지막 날에는 좀 걱정이 되었다. 이유는 동희쌤도 안 계셨고, 손이 빠른 누나들도 두명이나 빠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는 그동안 우리가 쌓은 팀워크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일을 했다. 나의 성장 또한 믿었다. 그렇게 마지막 알바를 시작했다.

전날 비가 온 탓인지 우리가 지나다녀야 하는 나무들 사이가 전부 젖어있어서 지나다닐 때마다 옷이 다 젖었다. 하지만 그것을 크게 신경쓰지 않고 일을 했더니 일의 지장은 없었다. 오히려 젖다 보니까 재밌기도 했다. 또 하다 보니까 내가 기분 좋은 일도 있었는데 바로 내 매듭 묶는 속도가 빨라진 것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첫날에는 너무 느려서 항상 뒤에 처져 있었는데 이제는 나보다 훨씬 빨랐던 선배들과도 속도를 맞춰 갈 수 있게 되었다.

또 소통도 이틀 전보다 훨씬 잘돼서 일이 더 척척 진행되었다. “당겨”, “묶어”하는 소리도 잘 맞아 떨어졌고, 일의 분위기도 좋아서 더 힘이 났다. 이렇게 일을 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 이모가 오전 새참을 들고 오시는 모습이 보였다. 평소보다 5분 정도 빨리 오셨다. 그래서 일찍 일을 마무리하고 쉬면서 얼마나 했는지 세어보니 23줄 이었다. 오늘은 전보다 사람도 더 없었고, 참시간도 빨리 찾아왔는데 더 많이 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신기했다. 우리가 정말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뿌듯했다.

오후에는 더 빠른 속도로 일을 진행한 것 같다. 그렇게 한참 일에 열중하고 있었는데 영이쌤께서 우리를 데리러 밭에 오셨다. 그런데 일감은 좀 남아있었다. 나는 “어쩌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선생님께서 일이 다 끝나기 전까지는 집에 돌아가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래서 이런 생각들을 정리하고 일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 그렇게 다 같이 속도를 더 올려 5시 30분이 좀 넘어서 일을 마무리 했다. 나는 “첫날 더 빨리 했더라면 오늘 이렇게 시간을 넘기는 일은 없었을 텐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직도 그 첫날의 일을 후회하고 있다.

하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그 넓은 밭을 다 끝냈다는 것이 너무 뿌듯했다. 걸어오면서 우리가 씌운 차양막들을 훑어보았다. 빛에 반사되어 검게 빛나는 모습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처음에는 아주 느렸지만 그만큼 빠르게 성장해서 결국에는 다 같이 이 결과물을 이뤘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다. 이제 6월 초에 우리가 묶은 끈을 푸는 알바를 가는데 그때는 처음부터 빨리해서 이번과 같은 후회는 남지 않도록 하겠다. 삼일 동안 다같이 수고한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했다. 이 올티스 알바로 팀워크의 맛을 배운 것 같아서 좋다. 6월이 기대된다.

류현우

안녕하세요. 저는 법씨학교 9학년 류현우입니다. 저는 일반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려고 했지만 지식은 핸드폰이나 컴퓨터 같은 인터넷으로도 충분히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일머리와 눈치, 그리고 체력을 키우기 위해 제주에 왔습니다. 또 작년 한 해 코로나 때문에 휴학을 했었는데 그때 너무 게으르게 살았던 것 같아 더 부지런해지기 위해 온 이유도 있습니다. 여기 내려와서 보니 체력도 많이 떨어져 있고, 끈기도 없어서 성실히 생활하지 못하는 면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 부분을 키우고 더 성실해지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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