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자왈생태체험관 홍보 팸플릿. (사진=곶자왈공유화재단 홈페이지)
곶자왈생태체험관 홍보 팸플릿. (사진=곶자왈공유화재단 홈페이지)

제주특별자치도가 수의계약(위탁자가 임의로 특정기관을 선택해 계약을 맺는 방식)을 통해 특정 법인에 10년이 넘도록 운영관리 위탁을 맡겨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제주도의 보물’ 곶자왈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관련 전시와 교육을 진행하는 곶자왈생태체험관. 이 시설은 ‘제주특별자치도 곶자왈 보전 및 관리 조례’에 따라 설치, 제주도지사가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체험관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전문성이 있는 민간 법인에 위탁해 운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시설을 12년째 곶자왈공유화재단이 ‘독점적으로’ 수탁자로 선정돼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다음 달 2일 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가 다룰 ‘곶자왈생태체험관 관리운영 및 곶자왈 공유화사업 사무의 민간 재위탁 동의안’은 곶자왈공유화재단에 3년 더 운영을 맡기는 내용이 담겼다.

양영식 제주도의원.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양영식 제주도의원.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도정질문서도 장기 수의계약 지적

사업비는 해마다 별도로 정하게 돼 있지만 올해 기준 4억8760만원이다. 도에 따르면 지난해는 4억8000여만원, 지난 2020년은 4억1000여만원 수준이었다. 매년 4억원이 넘는 예산이 소요되고 있다. 

이를 두고 사업자 선정방식을 공개모집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위탁자가 임의로 수탁자를 특정하면 여러 문제점이 발생한다. 다양한 기관의 경쟁을 막는다는 점에서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고 비리가 발생할 소지가 많다. 이는 곧 공공서비스의 질을 떨어트리고 국민과 도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정부나 지방정부 등 공공기관에서 위탁사업을 진행하는 경우 공정성 등을 위해 수탁기관을 공개모집을 통해 선정하는 것을 원칙(제주특별자치도 사무의 민간위탁 조례 제10조)으로 하고 있다.

양영식 도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 연동갑)은 지난 2019년 11월 도정질문에서 “민간위탁은 수탁기관 선정 시 공개모집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곶자왈생태체험관은 2011년 9월 이후 곶자왈공유화재단과의 수의계약으로 독점 운영되어 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도내 곶자왈을 보전하는 활동 단체들이 많은데 한 기관만 참여하고 있다”며 “공개입찰을 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곶자왈 자료사진.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곶자왈 자료사진.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제주도 "민간위탁심의 통과했으니 문제 없다"

제주도 관계자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26일 도 환경정책과 관계자는 “수의계약이라 하더라도 민간위탁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진 않는다고 본다”라며 “제주지역엔 곶자왈생태체험관 운영을 맡길 만한 기관이 재단 말고는 없다. 있으면 알려달라”고 답했다. 

하지만 여건상 공개모집이 어려워 수의계약으로 진행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이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절차가 민간위탁심의위원회이다. 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는 게 수의계약을 합리화할 순 없다. 

이날 양영식 의원은 제주투데이와 통화에서 “대표적인 무사안일 행정”이라며 “법적 하자가 없다는 이유로 문제가 없다는 건 아니”라고 일침했다. 

이어 “행정은 하던 대로만 하려고 하는데 고인 물은 우리 사회에 도움이 안 된다”며 “특히 ‘자연과 사람이 행복한 제주’로 만들겠다는 오영훈 도정에서 곶자왈은 지속가능한 제주의 우선순위다. 더욱 적극적인 행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행정편의적 관행..적극적인 행정 고민 필요"

시민사회에서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 않다.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제주지역엔 곶자왈 보전을 위해 수십 년 동안 자료 조사와 생태계 조사, 식생 조사를 활발하게 하고 운동하는 단체들이 여럿 있다”며 “해당 사업을 맡을 만한 역량 있는 기관이 없다고 하는데 정말로 재단이 역량이 있다면 공개모집도 통과할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해당 부서가 장기간 수의계약으로 사업자를 선정할 만큼 역량 있는 기관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수의계약이 공모 방식보다 덜 번거롭기 때문에 관행이 계속되는 것이다. 지방정부의 역할은 공무원의 편의가 아니라 지역사회에 더 나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오영훈 도정은 적극적인 행정, 능동적인 행정을 위한 고민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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