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알뜨르비행장 격납고 앞에서 난징대학살 85주기 제주 추모식이 열린 가운데, 바숨 드림팀이 아코디언 연주를 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지난 13일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알뜨르비행장 격납고 앞에서 난징대학살 85주기 제주 추모식이 열린 가운데, 바숨 드림팀이 아코디언 연주를 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지난 13일 오후 3시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알뜨르비행장 격납고 앞. 이곳에 울려퍼진 아코디언의 벨라차오(Bella Ciao) 선율이 칼바람을 뚫고 모인 50여명의 사람들의 가슴에도 새겨졌다.

중일전쟁이 발발하던 1937년 12월 초,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 제국군은 도민들을 강제동원해 건설한 알뜨르비행장을 전초 기지로 삼아 약 700km 떨어진 중국 난징을 폭격했다.

제국군은 이를 위해 오무라 해군 항공대의 많은 전투기를 이곳에서 출격시켰다. 당시 수십만명의 중국군 포로와 비무장 군인, 민간인은 잔인하게 살해됐다.

그로부터 85년이 지난 지금, 제주도는 이 곳 일대에 평화대공원 조성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는 과연 무엇을, 누구를 위한 것일까.

'알뜨르에 부는 바람, 무엇을 위한 평화대공원인가'를 주제로 한 85주기 난징대학살 제주 추모제가 이날 열렸다.

제주에서 열린 관련 추모제는 이번이 8번째다.  도내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지난 2014년을 시작으로 매해 이어오고 있다. 

지난 13일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알뜨르비행장 격납고 앞에서 난징대학살 85주기 제주 추모식이 열린 가운데, 김정임 송악산을사랑하는사람들 대표(왼쪽)와 외국인보호소폐지를위한물결 소속 에밀리 왕 활동가, 엄문희 활동가, 캘리포니아 대학교수 에빈 래 에스피리투 간디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지난 13일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알뜨르비행장 격납고 앞에서 난징대학살 85주기 제주 추모식이 열린 가운데, 김정임 송악산을사랑하는사람들 대표(왼쪽)와 외국인보호소폐지를위한물결 소속 에밀리 왕 활동가, 엄문희 활동가, 캘리포니아 대학교수 에빈 래 에스피리투 간디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지난 13일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알뜨르비행장 격납고 앞에서 난징대학살 85주기 제주 추모식이 열린 가운데, 참석자가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지난 13일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알뜨르비행장 격납고 앞에서 난징대학살 85주기 제주 추모식이 열린 가운데, 참석자가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김정임 '송악산을 사랑하는 사람들' 대표는 여는 인사를 통해 " 이제는 이곳에서 시작된 일제의 군국주의 만행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를 받을 때다. 그렇게 위해서는 이 지역에서의 평화가 첫 발을 잘 내딛어야 한다. 그 한 축에 난징추모제가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제주도는 최근 이곳에 평화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며칠 전에는 송악산 개발예정지를 도에서 전량 매입하겠다는 계획도 나왔다"면서 "환영의 입장이면서도 또다른 난개발의 시작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여기 계신 분들이 주민들과 함께 힘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외국인보호소폐지를위한물결 IW31에서 활동하는 에밀리 왕도 함께 하는 발언을 통해 "끔찍한 폭력은 언제나 국민에 속하지 않는 사람, 인간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존재 등을 집단적으로 밀어내고, 배제하고, 삭제해도 된다는 생각에서부터 시작한다"면서 "전쟁을 끝내자는 마음으로 학살을 당한 모든 존재들을 떠올리며 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수이자 베트남계 미국인인 에빈 래 에스피리투 간디도 이날 추모제에 참석해 발언하기도 했다. 통역은 카레 뷔레이디가 맡았다.

그는 “세계의 비무장 투쟁들은 또 다른 지역을 희생하며 올 수 없다. 군사주의 역사들은 난징, 제주, 일본, 오키나와, 베트남, 한국, 그리고 괌으로 연결된다"면서 "우리의 평화 운동은 지역의 비무장 투쟁들의 연대를 구축,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3일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알뜨르비행장 격납고 앞에서 난징대학살 85주기 제주 추모식이 열렸다. (사진=박지희 기자)(사진=박지희 기자)
지난 13일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알뜨르비행장 격납고 앞에서 난징대학살 85주기 제주 추모식이 열렸다. (사진=박지희 기자)(사진=박지희 기자)
지난 13일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알뜨르비행장 격납고 앞에서 난징대학살 85주기 제주 추모식이 열린 가운데, 참석자가 헌화 후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지난 13일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알뜨르비행장 격납고 앞에서 난징대학살 85주기 제주 추모식이 열린 가운데, 참석자가 헌화 후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고봉희 대정농민회장은 "비행장 근처에 학살터가 있다. 이 곳은 일본에 의한 폭력과 한국군에 의한 폭력이 함께 있는 곳"이라면서 "힘이 아니라 서로 존중하는 마음이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거라고 확신한다. 농민들도 여러분들과 함께 손잡고 이 땅에서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도록 힘을 모을 것"이라고 힘 줘 말했다.

오키나와한국민중연대(미군기지에 반대하는 운동을 통해 오키나와와 한국 민중의 연대를 도모하는 모임)의 타카하시 토시오와 캐나다 밴쿠버 소재 평화 철학 센터 대표인 노리마츠 사토코도 전자우편을 통해 연대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추모제는 아코디언 공연과 관계자들의 발언에 이어 헌화, 강정평화합창단 공연, 지난해 11개 단체의 평화대공원 관련 성명서 축약본 낭독으로 이어졌다.

한편, 이 행사에는 ▲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주민회 ▲강정친구들 ▲강정평화네트워크 ▲개척자들 ▲대정농민회 ▲대정여성농민회 ▲비무장평화의섬제주를만드는사람들 ▲송악산개발반대대책위원회 ▲송악산을사랑하는사람들 ▲양용찬 열사추모사업회 ▲제주제2공항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 ▲평화의바다를위한섬들의연대 ▲한살림쓸데어시공항짓지마랑 ▲AOK(액션원코리아)한국 등이 주최했다. 

이들은 이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알뜨르평화대공원 조성과 관련, 제주의 평화에 대해 질문하는 토론회 등이 논의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13일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알뜨르비행장 격납고 앞에서 난징대학살 85주기 제주 추모식이 열린 가운데, 참석자가 헌화 후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지난 13일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알뜨르비행장 격납고 앞에서 난징대학살 85주기 제주 추모식이 열린 가운데, 참석자가 헌화 후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지난 13일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알뜨르비행장 격납고 앞에서 난징대학살 85주기 제주 추모식이 열린 가운데,  강정평화합창단이 추모곡을 부르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지난 13일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알뜨르비행장 격납고 앞에서 난징대학살 85주기 제주 추모식이 열린 가운데,  강정평화합창단이 추모곡을 부르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지난 13일 서귀포시 성산읍 상모리 알뜨르비행장 격납고 앞에서 난징대학살 85주기 제주 추모식이 열린 가운데, 격납고 내 전투기 모형에 리본이 달려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지난 13일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알뜨르비행장 격납고 앞에서 난징대학살 85주기 제주 추모식이 열린 가운데, 격납고 내 전투기 모형에 리본이 달려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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