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국입춘굿 중 칠성비념. (사진=제주민예총 제공)
탐라국입춘굿 중 칠성비념. (사진=제주민예총 제공)

제주를 대표하는 봄맞이 굿 축제가 한바탕 벌어진다. 

제주민예총은 18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어 ‘2023 계묘년 탐라국 입춘굿; 성안이 들썩, 관덕정 꽃마중’ 일정을 발표했다. 

입춘굿 본행사는 오는 2월2일부터 4일까지 사흘간 제주목 관아와 관덕정 일대에서 열린다. 사전 행사로 오는 20일부터 2월1일까지 진행된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3년간 대면 행사를 쉬었던 만큼 올해는 다양한 시민참여 프로그램이 마련돼 그동안의 아쉬움을 풀고 안녕을 기원하는 장으로 펼쳐진다. 

행사는 크게 △입춘맞이 △거리굿 △열림굿 △입춘굿 등으로 구성됐다. 

이성희 연출감독이 18일 오전 제주문화예술재단 2층 회의실에서 2023 탐라국입춘굿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이성희 연출감독이 18일 오전 제주문화예술재단 2층 회의실에서 2023 탐라국입춘굿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시민이 함께 하는 입춘맞이_1월20일~2월4일

입춘맞이는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위해 온라인으로도 병행해 진행된다. 제주민예총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소원지를 쓰면 본 행사 시 현장에 설치된다. 

올 한 해 집안의 안위와 풍요를 기원하며 올리는 제물 ‘굿청 기원차롱’ 접수는 온라인과 전화로 신청 받으며 희망자에 한해서 2월 4일 입춘굿 현장에서 심방에게 제비쌀점을 볼 수 있다. 

또 입춘굿이 열리는 굿청에서 심방이 이름 하나하나를 고하는 ‘열명올림’에 참여하고 싶을 경우 전화와 온라인으로 접수하면 된다. 

오는 26일부터 31일까지 제주자연사박물관에서 ‘입춘교실’을 열어 입춘등을 만들고 오는 20일부터 2월4일까지 복 항아리 동전 소원빌기가 제주목 관아 연희각 앞에서 진행된다. 

열명. (사진=제주민예총 제공)
열명. (사진=제주민예총 제공)

#거리굿_2월2일

춘경문굿. 오전 9시30분부터 문전제(집안의 평안을 지키는 문신에게 드리는 제)의 의미를 되살린 굿. 제주도 관청과 교통의 관문 오일장 등을 돌며 액운을 없애고 무사안녕을 빈다. 제주큰굿보존회 서순실 회장과 민요패소리왓, 국악연희단 하나아트, 풍물굿패신나락 등이 참여한다. 

새봄맞이 마을거리굿. 오후 1시30분 마을마다 돌며 액을 막고 춘등을 나누며 마을의 무사안녕과 가내 풍요, 상가의 번영을 기원하는 지신밟기 형태로 진행된다. 제주시 민속보존회가 참여한다. 

도성삼문 거리굿. 제주읍성의 3문(남문, 동문, 서문)에서 황수기를 맞아들여 입춘굿이 열리는 관덕정까지 행진한다. 특히 기존 대규모 거리 퍼레이드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 주민들이 주체가 돼 행사를 꾸린다는 데서 차별성을 가진다. 퍼레이드를 시작하는 거점을 선정한 배경도 눈에 띈다. 산지천 앞 남당 터과 각시당, 삼성혈 등 과거엔 마을에서 사람들의 발길도 잦았던 공간이었지만 지금은 기억 속에 잊혀지거나 발길이 드문 곳들이다. 

입춘굿을 연출한 이성희 감독은 “과거의 기억과 지금을 잇는, 마을을 알아가는 과정이 될 것”이라며 “이번 거리굿을 통해 거점 공간 인근 주민이 스스로 마을을 돌보고 살피는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입춘굿. (사진=제주민예총 제공)
입춘굿. (사진=제주민예총 제공)

입춘등 걸기. 오후 3시부턴 입춘굿의 시작을 알리고 축제의 성공을 기원하는 입춘등 걸기가 진행된다. 춘경문굿과 도성삼문거리굿을 마친 풍물팀들이 관덕정과 외대문, 목관아 내 중심 건물에 황수기와 대형 춘등을 건다. 입춘맞이를 통해 시민들이 직접 만든 입춘등이 거리 곳곳에 걸릴 예정이다. 

#열림굿_2월3일

세경제. 오전 10시30분부터 하늘에서 내려와 오곡 씨를 뿌리는 자청비 여신에게 삼헌관이 풍농을 기원하는 유교식 제례를 지낸다. 강병삼 제주시장이 초헌관을, 김동현 제주민예총 이사장이 아헌관을, 농촌지도자제주시연합회장이 종헌관을 맡는다. 

낭쉐코사. 한 사람의 헌관이 술 한잔으로 끝내는 제의로 주관단체 장이 나무로 만든 소(낭쉐)에 금줄을 친 뒤 제를 올린다. 제주큰굿보존회가 집전하며 낭쉐 제작 작가들이 참여한다. 

입춘휘호. 계묘년 봄을 여는 입춘굿의 슬로건을 큰 붓으로 써내리는 퍼포먼스. 검은 토끼의 기운으로 만물의 성장과 번창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아낸다. 오석훈 전 제주민예총 지회장이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사리살성. 항아리를 깨뜨려 모든 액운을 제주도 밖으로 내보내는 의식과 콩을 뿌려서 신년 액막이와 풍요를 기원한다. 오전 11시40분부터 진행되며 서순실 심방이 집전한다. 

이밖에 제주문화를 소재로 다양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는 예술인들이 꾸미는 제주굿 창작 한마당이 오후 3시부터 진행된다. 

탈굿놀이. (사진=제주민예총 제공)
탈굿놀이. (사진=제주민예총 제공)

#입춘굿_2월4일

입춘 스튜디오. 비대면 기간 도민과 입춘굿을 어떻게 만나게 할까라는 고민에서 시작했다가 기대 이상의 높은 호응을 얻은 입춘 스튜디오가 올해도 진행된다. 수십 년을 제주에서 살아온 도민들도 완전히 이해하긴 어려운 심방의 사설이나 제례 행사 순서 및 의미 등 굿 해설을 돕는다. 이현정 민속학자와 한진오 극작가가 마이크를 잡고 재치 있는 입담으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할 예정이다. 

김동현 이사장은 “세계 최초 제주굿 해설 아닌가”라며 “행사 참가자들과 도민들의 제주굿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제주문화 연구자들에겐 유의미한 연구 자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리정 비념. 하늘의 문이 열려 신들이 하늘에서 내려오면 심방은 오(五)리 밖까지 마중 나가 신들을 모셔오는 과정을 ‘오리정신청궤’라고 한다. 올해 처음으로 선보이는 행사로 시민들이 주체가 돼 오리 밖에서 비념을 하고 목관아로 신을 모시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고의경 제주민예총 사업팀장은 “마을 어르신들이 비념하고 굿처럼 신을 들여오는 개념으로 재해석했다”며 “굿엔 심방도 중요하지만 단골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를 이번 입춘굿에도 적용하려는 고민에서 시민(마을 어르신) 참여 방식으로 구성하게 됐다. 기존 심방 중심에서 지역 주민이 함께 하는 방식이라고 이해하시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입춘굿. 오전 10시부터 △초감제 △세경놀이(풍농을 기원하는 굿놀이) △자청비놀이 △허멩이 답도리 △제비쌀점(쌀을 가지고 길흉을 판단하는 점범) △막푸다시(잡귀를 신칼로 위협하여 쫓아내는 것) 등으로 꾸며진다. 

이밖에 △새철 새날을 노래하다 △낭쉐몰이·입춘덕담 △입춘탈굿놀이 등이 시민들의 신명을 돋을 예정이다. 

김동현 제주민예총 이사장이 18일 오전 제주문화예술재단 2층 회의실에서 2023 탐라국입춘굿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김동현 제주민예총 이사장이 18일 오전 제주문화예술재단 2층 회의실에서 2023 탐라국입춘굿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따라 먹거리와 즐길거리도 풍성하게 마련된다. 2월3일부터 4일까지 이틀간 제주목 관아와 관덕정 일대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먹거리 마당과 입춘장터, 체험마당 등이 마련돼 시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낼 예정이다. 

4년 만에 돌아온 ‘입춘천냥국수’와 주전부리가 참가자들의 입을 즐겁게 하고 토종씨앗나눔과 소농 직거래 장터, 수선화 화분 나누기 등이 행사장 분위기를 띄운다. 

김동현 이사장은 “이번 입춘굿을 준비하면서 중점을 두었던 부분은 제주전통을 어떻게 창조적으로 계승할 것인가였다”며 “전통을 충실히 재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대적으로 어떻게 해석해서 이어나갈 것인가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주도는 오랫동안 조선의 지배를 받았지만 섬이라는 지리적 여건 때문에 육지부와 또다른 형태의 전통문화를 가지고 있다”며 “이를 어떻게 재현할 것인가, 또 지금 시대 사람들이 전통 의례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 도민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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