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열 제주문화예술재단(이하 문예재단) 이사장이 “재단의 정체성을 묻고 답하는 데서 다시 시작하겠다”고 조직의 쇄신을 선언했다.
30일 김수열 이사장은 문예재단 2층 회의실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재단의 비전과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공식 기자회견이다.
이날 김 이사장은 “제주문예재단의 역할은 무엇인가”라고 질문을 던지며 “예술가와 예술단체에게 예술 행정을 지원하고 서비스하는 기관이다. 이 서비스를 통해 제주도민들이 문화를 가깝게 느끼게 하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운을 뗐다.
본연의 역할과 정체성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선언이자 지금까지 재단이 그러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자성이기도 하다.
우선 김 이사장은 경영철학으로 “문화예술 지원기관으로서 전문성과 청렴성을 가지고 시대와 세대를 잇는 다양성을 추구하겠다. 또 끊임없는 성찰과 혁신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내부적으로는 서로를 존중하며 구성원 간 신뢰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문예재단의 올해 사업 추진 방향은 새로운 사업을 벌이거나 보여주기식 지원이 아닌 고유 사업을 내실 있게 진행해 문화생태계가 선순환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도록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첫째 재단 정체성을 확립하고 고유사업에 집중한다. 김 이사장은 “제주 문화예술의 정체성은 재단이 아니라 제주 문화예술인들이 키워나가는 것이다. 재단은 그 과정에서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재단이 직접 사업을 하는 건 지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둘째 재원을 합리적으로 배분하고 혁신을 통해 경영관리를 효율화한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제주도 출자·출연기관 및 기관장 평가에서 재단이 최하위 점수를 받았다. 취임 후 조직을 들여다보니 업무가 겹치는 부서도 있고 가장 큰 문제는 사업 부서의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점이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현재 ‘1실10개팀’ 체계를 ‘1본부 6개팀’으로 개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셋째 선순환하는 문화생태계를 조성한다. 김 이사장은 “지난 3년간 팬데믹을 겪으며 가장 피해를 입은 건 예술계다. 이들은 무대를 잃었다. 제주지역 문화예술인들에게 필요한 복지는 무엇인가에 대해 기초자료를 조사해 ‘제주형 예술인 복지’ 지원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넷째 안전을 강화하고 친환경을 지향하는 ESG 경영 기반을 조성한다. 김 이사장은 “이태원 참사 이후 한국 사회에서 ‘안전’이 화두가 되고 있다. 공연장이나 전시회에서 행사를 준비할 때 안전 지표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또 예술인과 예술단체들이 환경에 대한 인식도 환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재단이 올해 5대 정책은 △예술창작 지원 △문화예술교육 지원 △지역문화 콘텐츠 지원 △창작 인프라 활성화 △네트워크 및 홍보 활성화 등이다. 총사업비는 174억원(국비 34억원·도비 132억5000만원·자체 7억5000만원)이다.
예술창작 지원엔 45억5700만원이 들어가며 △기초예술 활성화 △생활예술 활성화 △예술인 복지 활성화 등이, 문화예술교육 지원엔 19억2100만원이 들어가며 △예술교육 지역화 △예술교육 일상화 △문화예술인력 양성 등이 포함됐다.
지역문화 콘텐츠 지원엔 52억2500만원이 배정됐으며 △지역문화가치 발현 △문화 향유권 확대 등이, 창작 인프라 활성화엔 23억9000만원이 투입되며 △예술공간 특성화 △예술공간 조성 등이, 네트워크 및 홍보 활성화엔 3억1600만원이 들어가며 △문화예술간행물 발간 △예술활동 홍보 △문화예술 정책 교류 등이 포함됐다.
이날 사업 계획 발표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김 이사장은 경영진과 노조 간 갈등 상황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풀어나갈 의지를 보였다.
김 이사장은 "취임 후 첫 일정이 노조위원장과의 면담이었다. 노조가 두꺼운 자료들을 건네며 요구사항들을 숙제로 주더라"며 "열심히 공부해서 올해 계획에 대부분을 반영했다. 다만 해결하지 못한 가장 큰 문제가 보수 체계인데 다른 시도의 문화재단 보수 체계를 검토하고 종합해서 이에 대해서도 올해 안으로 바람직한 방안을 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