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9일 오후 4시 제주도농업인회관 대강당에서 '공공주도 2.0 풍력개발정책 2차 공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제주도는 9일 오후 4시 제주도농업인회관 대강당에서 '공공주도 2.0 풍력개발정책 2차 공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박지희 기자)

"이렇게 이상한 토론은 거의 처음입니다. 저는 퇴장하겠습니다."

난장판이었다. 제주도가 개최한 풍력개발정책 토론회가 좌장의 편파적 진행으로 인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패널이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중도 퇴장하는 일도 벌어졌다.

제주도는 9일 오후 4시 제주도농업인회관 대강당에서 '공공주도 2.0 풍력개발정책 2차 공개 토론회'를 개최했다. 

제주도는 앞서 지난해 12월 ‘제주특별자치도 풍력발전사업 허가 및 지구 지정에 관한 세부 적용기준 일부개정고시안’을 행정예고한 바 있다. 이는 2015년부터 제주에너지공사에 부여됐던 풍력발전사업의 사업시행예정자 지위를 민간에 넘기는 것이 골자다. 에너지공사에는 '풍력자원 공공적 관리기관' 역할을 새롭게 부여하는 내용을 담았다. 

'풍력자원 공공적 관리기관'은 민간에서 풍력발전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공사의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해 공공성 사전 검토, 추진단계별 상황 관리·이행, 주민 갈등 관리 등의 역할을 맡도록 하고 있다. 다시 말해 사업 시행의 주체가 아닌 '관리 기관'으로 대폭 축소시켰다. 

현재는 제주에너지공사가 풍력발전지구 지정 등의 절차 등을 마무리한 뒤, 민간사업자가 참여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그러나 계획안대로 된다면 민간 사업자도 사전 공공성 검토 등의 절차를 거치고, 직접 풍력발전사업 사업시행자의 지위를 얻어 개발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앞서 지난달 11일 진행된 1차 토론회에서는 이를 두고 여러 우려가 나왔다. 소규모풍력은 평가절차가 없어 민간에 의해 난개발 및 이익 독식이 우려된다는 점, 사업 초기부터 민간이 주도할 경우 주민수용성 확보를 위해 금품수수 등 무리한 방법을 동원해 주민갈등이 야기될 수 있다는 점 등이다.

도는 의견들을 반영해 이날 개선안을 제시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공공성 사전 검토 단계 전에 도나 풍력자원 공공적 관리기관인 공사 측이 풍력자원 개발 입지를 먼저 발굴한다. 이후 사업자 공모를 벌인다. 기존 계획은 민간사업자가 입지를 직접 발굴, 공사 측에 풍력자원 개발 계획서를 제출하는 방식이었다.

또 사업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민간사업자가 개발사업 계획서를 제출하면 공사 측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해 '합동개발'식으로 진행한다. 이 경우 제주도가 컨소시엄에 풍력개발 후보 지위를 부여하고, 관련 심의위 심의와 도의회 동의 등을 통해 풍력발전지구가 지정된다.

제주도는 9일 오후 4시 제주도농업인회관 대강당에서 '공공주도 2.0 풍력개발정책 2차 공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제주도는 9일 오후 4시 제주도농업인회관 대강당에서 '공공주도 2.0 풍력개발정책 2차 공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박지희 기자)

문제는 주제 발표 이후 진행된 토론에서부터 빚어졌다. 좌장이 토론회에서 제주도를 대변하는 모습을 연출한 것.

좌장은 토론회를 원활하게 진행하는 역할이다. 패널들의 발언이 청중에게 잘 전달되도록 정리하거나, 자칫 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어느 한 편에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필수다. 

토론에는 ▲고윤성 제주도 미래성장과장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이정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 ▲최덕환 (사)한국풍력산업협회 대외협력팀장 ▲김가람 KBS 기자 ▲김범석 제주대 풍력공학부 교수 ▲강보민 풍력자원공유화기금 운용심의위원회 위원이 패널로 참석했다. 좌장은 김영환 한국전력거래소 본부장이 맡았다.

토론에서는 기존 계획보다 수정안이 오히려 후퇴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절차가 늘어나 추진과정이 복잡해졌고, 기존민간과 공공이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사업 추진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처럼 제주도가 내놓은 풍력 개발 계획에 대해 비판이 나오자 좌장인 김 본부장은 제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정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은 "도청에서 다양한 의견을 받으려고 노력한 것 같다. 하지만 두번째 버전이 현행보다 후퇴할 수도 있다. 과다한 재료가 들어간 '잡탕'같은 느낌"이라면서 "이러한 방식으로 진행하면 불확실성이 높아져, 원래 체계대로 진행한다면 현행제도를 보완하는 게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이에 대해 "수정안도 현행제도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보여진다. 도에서는 보상 등 과정을 일괄화·표준화하고, 주민참여를 확대하는 등 여러 보완책을 만들며 긍정적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또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현재도 지구지정 단계만 달라졌을 뿐, 민간사업자가 참여하는 방식"이라면서 "수정안은 오히려 1.0 계획안보다 복잡해졌고, 위험요소도 많다. 사업자가 몰릴 수 없는 구조로, 결국 특정 사업자에게 편중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이 여기에도 "신설된 절차가 늘어나서 복잡하게 여기는 것 같다. 제가 보기엔 오히려 절차를 구체화, 속도를 내려고 하는 제주도의 의지가 보인다"고 반박했다.

반면, 좌장은 계획안에 대한 긍정적 의견이 나오면 옹호하는 태도를 보였다.

김범석 제주대 풍력공학부 교수가 "현재 명확하지 않은 '컨소시엄 구성'의 의미는 사업자 지원에 무게를 둬야 한다. 컨소시엄이 모든 사업에 관리기관이 참여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면 민간사업자 입장에서는 매력이 떨어진다"는 의견을 냈다.

김 본부장은 이에 대해 "가장 핵심적 문제다. 에너지공사는 입지 적정성이나 주민수용성 확보는 유리하지만 자본이 부족하다는 것이 큰 문제"라면서 "기존 추진하던 해상풍력 사업자들을 무시할 수 없기에 공사 측의 역할도 정리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두둔했다.

제주도는 9일 오후 4시 제주도농업인회관 대강당에서 '공공주도 2.0 풍력개발정책 2차 공개 토론회'를 개최한 가운데, 패널이 중도 퇴장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제주도는 9일 오후 4시 제주도농업인회관 대강당에서 '공공주도 2.0 풍력개발정책 2차 공개 토론회'를 개최한 가운데, 패널이 중도 퇴장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이처럼 좌장이 자신의 의견을 계속해서 피력하자, 플로어에서는 "편파적"이라는 언성이 쏟아졌다.

이 뿐만 아니다. 패널들의 발표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방청석에 있던 김호민 제주에너지공사 사장, 도민들에게 발언 기회를 주는 등 우왕좌왕 진행됐다. 일반적 토론은 패널들의 발표가 모두 끝난 후, 청중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다.

도민이 "토론 먼저 진행하자"고 항의하거나, 패널이 "발언기회를 달라"고 사정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결국 패널이 토론 종료 전 자리를 뜨는 사태까지 났다. 이정필 소장은 "이렇게 이상한 토론은 처음"이라면서 "원인이 여러가지 있긴 하겠지만 좌장의 역할로 인해 논의가 산으로 가고 있다.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한 뒤 대강당을 나갔다.

사회를 맡은 제주도 관계자가 "원활하지 못한 진행에 대해 죄송하다"면서 "오늘은 정책을 결정하기 보다 여러 의견을 듣는 자리로 생각했으면 한다. 별도의 의견은 서면으로 제출해 달라"고 말하며 토론회는 끝났다.

도민 및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청중석에 있던 김순애 제주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좌장은 중립적으로 패널 사이에 토론이 일어날 지점을 찾고,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표출하는 것을 지양해야 하는 역할"이라면서 "그러나 이번 제주도가 내놓은 수정안을 홍보하는 역할 같았다. 학창시절 교장이 훈시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토론회를 주최한 제주도 관계자는 제주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도내 전력 시스템에 대해 깊게 고민하는 인물이다 보니, 패널 의견에 대해 지적하고 싶은 점을 이야기 한 듯 하다"면서 "토론회가 정상적으로 마무리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론에서는 계획안에 대한 건설적인 의견도 다수 나왔다. 이를 바탕으로 개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좌장 선정 기준에 대해 "별다른 기준은 없다. 제주도내 전력 시스템에 대해 깊게 고민하는 인물이라고 판단, 선정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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