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월리 임시총회 공고문 (사진=독자제공)

지난달 29일 오전 10시 애월읍 애월리 복지회관에서 ‘해상풍력 발전 추진의 건’으로 제3차 임시총회가 열린 날이었다. 100여명의 애월리 주민들이 모였고, 당시 참석했던 A씨에 따르면 바로 애월리 해상풍력 추진에 대한 찬반 거수 투표가 이뤄졌다. 의결정족수 80명 이상이 참석했고, 반대가 10명도 채 되지 않았으니 애월풍력발전 추진의 건은 통과된 셈이다.

“삼춘들 다 알아정 손 들엄수과?”

애월리에서 60년 이상을 산 A씨가 어르신들을 향해 물었다. 100㎿급 해상풍력 사업을 애월리에 추진하겠다는 구상이었는데, 마을에 득인지 실인지 A씨는 알 수 없었다. 한국가스공사가 2017년 ‘애월항LNG기지 및 저장탱크 건설공사’를 한다고 했을 때도 마을에 장밋빛 미래를 약속했었다. 

가스공사는 LNG 기지 설치 조건으로 가구마다 태양광을 설치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결국은 마을주민들은 자부담 200만원을 내야 했고, 2년 넘게 싸워 겨우 200만원을 돌려받았다.

그뿐 아니다. 애월리가 LNG 저장탱크 입지로 선정됐다고 애월 소재 주택에 도시가스가 공급된 것도 아니다.  

A씨는 당시 상황을 토로하며 “애월LNG기지가 생기고 마을에 무슨 이득이 생겼나. LNG 기반시설이 들어서면서 공사가 풍력발전기 1대를 설치해주겠다고도 했는데 설치 부지가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아직도 설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해상풍력발전사업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사업을 추진하려는 쪽에서 마을 배당금으로 10억원 이상이 떨어진다고 하니까 애월리 개발위원회를 중심으로 사업을 밀어붙이려고 하는데 어디 마을이 우리만의 것인가. 다음 세대들도 살아가야 할 터전이다. LNG때 겪어봤느니, 숙의를 거쳐야 할 것 아닌가. 그래서 물었다. 어르신들 다 알아서 찬성에 손 드셨는지.”라고 말했다.

70년 넘게 애월에 살았다는 B씨는 풍력발전기만 보면 치가 떨린다고 했다. B씨는 업무차 7월부터 10월까지 강원도 태백시 ‘바람의 언덕’ 인근에 간다. 육상풍력이 설치된 곳인데, 빈번한 통신장애는 그나마 참을만 하다. 문제는 소음.

B씨는 “소음이 큰 건 아닌데, ‘끽끽’ 소리가 오랫동안 들린다. 바람이 센 날은 ‘끽끽’대는 주기가 빨라지는데 칠판 긁는 소리정도는 아니어도 여간 신경을 자극하는 게 아니다. 지나다가 보는 사람들이야 풍력이 이뻐보이겠지만 그곳에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곤욕”이라고 토로했다. 그래서 B씨는 동장이 해상풍력 개발 동의서를 받으러 왔을 때 동의를 안 했다고 했다.

'주민동원' 말고 '주민수용'

제3차 임시총회가 열리기 며칠 전 A씨는 애월리 마을 동장 부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애월리에 해상풍력 개발사업을 추진하려는데 도장이랑 주소(민증)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B씨는 낮에 길을 가다가 동의서 서명 요구를 받았지만 거부했다.

※애월리는 해상풍력사업 관련해서 지금까지 총 3차례 임시총회를 열었으며 현재까지 사업 추진 동의서를 받고 있다. 1월 8일에는 문봉수 한림해상풍력 대표이사가 사업에 관해 설명했으며, 1월 15일에 사업 추진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하려고 했으나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1월 29일 열린 제3차 임시총회에서 거수를 통한 찬반 투표를 진행, 찬성 의견이 높았다. 

이부자 마을이장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부터 애월해상풍력사업 이야기가 나왔다. 처음에는 반대 입장이었지만 서너차례 개발위원회에서 논의를 해 본 결과 마을에 득이 되는 사업이라는 판단이 섰다. 

해상풍력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사업성, 환경성, 주민수용성이 담보돼야 한다. 애월리에는 동상동, 동하동, 서상동, 서하동 4개 자연마을이 있는데 개발 결정을 한 뒤 동장을 중심으로 사업 추진 동의서를 받기 시작했다. 

애월리 해상풍력 추진 동의서 (독자제공)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동장 내외를 비롯한 부녀회 관계자, 개발위원들이 직접 방문해 추진 동의서에 서명을 받기도 했다. 

C씨는 이때 처음 해상풍력 사업에 관해 알게 됐다. “사업에 관해 잘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동의를 하냐”고 묻자 1월 8일, 1월 15일 두 차례 임시총회를 열고 주민설명회를 진행했다고 했다. 총회 사실을 몰랐던 C씨에겐 금시초문이었다.

추진 동의서에는 2022년 12월 25일 정기총회에서 보고가 이뤄졌고, 2023년 1월 8일 임시총회에서 애월리 인근 해상에 100㎿ 내외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을 주민이 주도해 추진하기로 결의했다고 적혀 있었다.

1차 임시총회에 참석한 A씨는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정기총회에서 풍력개발에 대한 정식 보고가 이뤄진 것이 아니라, 앞서 이장과 개발위원들 중심으로 풍력개발을 위한 향약 개정이 이뤄졌고, 주민들은 향약 개정 소식을 전해 듣는 과정에서 이 사업에 대한 추진 계획을 알게 됐다. A씨는 그날 '리무비(마을회비)' 5만원 납부 의무 조항이 신설된 것과 관련해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고 했다.

1차 임시총회에서는 제주한림해상풍력 문봉수 대표이사의 사업 설명이 있었다. 해안선으로부터 1.2㎞ 이격거리에 100㎿ 규모의 해상풍력 사업을 추진하는데 총 5400억원이 투입된다고 했다. 한림해상풍력 사업처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방식이었다.

당시 A씨는 사업설명 자료를 요구했다. 그래야 풍력에 관해 잘 아는 사람들한테 물어도 보고 “공부를 해야 사업의 적절성 여부를 따져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는 “임시총회에 참석했다고 1만원짜리 상품권을 주더라. 상품권으로 주민수용성을 매수할 게 아니라 주민에게 제대로 알리고 제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사업설명회 이후 2차 임시총회를 열었지만 정족수(80명) 미달로 찬반투표는 진행하지 못했다. 해서 1월 29일 찬반 투표를 위한 3차 임시총회가 열렸다. 

B씨는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마을주민이 동원됐다고 했다. 

그는 “3차 임시총회에 100여명 모였다. 그저 상품권 준다고 하니까 엉덩이 붙이고 앉아 있다가 찬성에 손 들라고 하니까 손 든 거지, 제대로 알고 손 든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라면서 “반대하는 주민이 있으면 브로커가 그들을 만나 설득을 하기도 하고”라고 전했다.

A·B·C씨 요구는 숙의 민주주의

이들 요구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사업을 진행하자는 것이다. 사업의 득과 실을 마을사람들에게 충분히 알리고 수용 여부를 주민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하자는 것.

애월리 바다(사진=독자제공)
애월리 바다(사진=독자제공)

A씨는 우려했다. 사업 설명회 당시 문 대표는 ‘다른 마을에서 하기 전에 빨리 하자’고 했다. 그런데 풍력개발이 진행되는 다른 마을 상황은 어떤가. 옆 마을인 한림만 봐도 현재 배당금 문제로 소송이 진행중이다.

사업 계획에 따르면 애월리가 자기자본금으로 400억원을 투자해야 하는데 마을에는 그만한 돈이 없다. 이부자 이장은 제주투데이와 통화에서 “현재 단계에서 공개할 순 없지만 마을을 대신해 투자하겠다는 이가 있어 자본금을 따로 마련할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A씨는 위험 부담이 크다고 했다. 

또한 통상 풍력발전기 설계 수명은 20년 가정해 개발된다. 사업 추진 관계자들은 배당금으로 10억원을 마을에 준다고 하는데, 20년 간 공사비 회수는 할 수 있는지, 수명을 다 하면 철거는 어찌 해야 하는지, 정말로 애월리에 살아갈 후대에게 옳은 선택인지 잘 모르겠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난 몰라부난 (찬성에) 손 못들언마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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