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위반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영훈 제주지사가 첫 공판이 열리는 22일 제주지법에 웃으며 들어가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공직선거법 위반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영훈 제주지사가 첫 공판이 열리는 22일 제주지법에 웃으며 들어가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오영훈 제주도지사에 대한 재판이 본격 시작됐다. 오 지사 측이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면서 양측 간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는 22일 공직선거법 위반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 지사와 사단법인 대표 A씨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원태 제주도 서울본부장, 김태형 도 대외협력특별보좌관, 경영컨설팅업체 대표 B씨도 이 사건 피고인 자격으로 법정에 섰다.

이들은 A씨의 직무상·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기간 전인 지난해 5월 16일 오영훈 당시 지사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제주지역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공약 홍보를 위한 협약식을 열고, 이를 언론에 보도되게 하는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피고인들은 오 지사의 중·고등학교 후배 A씨의 사단법인의 조직을 이용해 도내외 11개 업체를 협약식에 동원하고, 이를 공약 추진 실적으로 홍보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사단법인 자금으로 협약식 개최비 550만원을 B씨에게 컨설팅 명목으로 지급했고, B씨도 그 대가를 받았다. 

아울러 오 지사와 정 본부장, 김 특보는 경선 직전인 지난해 4월 18일부터 같은달 22일까지 여러 단체의 지지선언을 선거캠프 공약과 연계시켜 동일한 지지선언문 양식을 활용해 보도자료를 작성, 배포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를 정상적 여론 형성을 왜곡하고, 올바른 경선투표권 행사를 방해한 행위로 보고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영훈 제주지사가 22일 제주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이 끝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공직선거법 위반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영훈 제주지사가 22일 제주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이 끝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검찰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불법선거운동 검찰 모두절차'라는 제목의 파워포인트(PPT)까지 준비, 프레젠테이션(PT)을 통해 공소사실을 쟁점별로 밝히기도 했다. △피고인들의 지위 △불법 선거운동 사건 개요 △범행 개요 △법리 개요 등이다.

형사재판 상 첫 공판은 검찰이 피고인의 공소사실을 구두로 간단히 밝히며 시작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 측과 신경전도 벌어졌다. 검찰이 약 27분 분량의 업무협약식 현장 영상 등 증거로 제출한 자료를 공개하려고 했던 게 화근이 됐다. 하지만 오 지사 측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저지당했다.

재판부도 "엄격한 증거조사를 거치기 전 자료를 제시하는 것은 방청객이나 국민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서 30분간의 PT를 예고한 검찰에 간략한 발언을 요구했다.

검찰이 짧은 보존기간을 이유로 법원에 오 지사의 3개월치 통화내역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한 것에 대해서도 공방이 오갔다.

오 지사 측은 재판부의 협조 요청에 "기소 후 공판이 진행 중인데 이제 와서 증거를 확보하겠다는 데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검토 후 의견서를 제출하겠다"고 답했다.

공직선거법 위반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영훈 제주지사가 첫 공판이 열리는 22일 제주지법에 웃으며 들어가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공직선거법 위반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영훈 제주지사가 첫 공판이 열리는 22일 제주지법에 웃으며 들어가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검찰은 사단법인의 컨설팅 행사와 도내·외 업체 간담회, 업무협약이 모두 선거운동을 위한 일련의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피고인 측은 "선거캠프와 도내·외 업체의 면담만 사전에 조율됐다"면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해당 업체들과 오영훈 당시 후보간 면담이 예정된 상황에서, 같은날 사단법인에서 주최한 컨설팅 행사가 겹쳤다는 주장이다.

오 지사 측 변호인은 "해당 사단법인은 자체 컨설팅을 애초 서귀포에서 진행하려고 했지만 이동시간 등의 이유로 제주시에서 진행해야 했다"면서 "장소섭외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알고, 업체들의 간담회가 진행되는 점도 고려해 오 후보 선거사무소를 내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업무협약 역시 처음부터 예정된 게 아니다. 간담회 전날 선거캠프 회의 과정에서 급히 결정된 사안"이라면서 "지지선언 역시 단체들의 자발적 행위였다. 이같은 일들을 공모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A씨와 정 본부장, 김 특보도 모두 범행을 공모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다만, B씨는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B씨 변호인 측은 "당시 제주에 거주하고 있지 않았던 피고인은 업무적으로만 관여했고, 자신의 행위가 선거운동이라는 인식도 부족했다"고 인정했다.

검찰은 컨설팅과 간담회, 업무협약식과 관련된 쟁점 해결을 위해 앞서 언급됐던 협약식 현장 영상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피고인 측도 이에 동의했다. 다만, 일부만 재생할 경우 오해의 소지가 있어 동영상 전체 재생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다음달 5일 재판을 속행하기로 했다. 2번째 공판에서는 증인 4명에 대한 신문이 이뤄질 예정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범에 대한 1심 선고는 기소된 날부터 6개월 이내에 이뤄져야 한다. 이 사건에 적용하면 5월 22일 전까지다. 

하지만 지금까지 채택된 증인만 30명이 넘는 등 해당 기간까지 선고가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기한을 지키지 않더라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

한편, 이날 공판에서는 증인 3명에 대한 신문도 이뤄졌다. A씨를 검찰에 고발한 도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 A씨가 대표로 있는 사단법인 관계자 2명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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