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제주4·3희생자유족회를 비롯한 4·3 단체들이 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4·3 왜곡 현수막' 을 설치한 극우정당과 단체들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23일 오전 제주4·3희생자유족회를 비롯한 4·3 단체들이 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4·3 왜곡 현수막' 을 설치한 극우정당과 단체들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최근 제주도 내 곳곳에 4·3 역사를 폄훼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린 데 대해 제주사회 전체가 분노하고 있다. 4·3희생자유족회를 비롯한 4·3 단체들은 현수막을 설치한 우리공화당 등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문제의 현수막은 국가기념일인 4월3일을 앞두고 4·3희생자를 기리는 추념 기간에 설치가 돼 더욱 공분을 사고 있다. 

23일 제주4·3희생자유족회(회장 김창범)와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고희범), 제주4·3연구소(이사장 김영범), 제주민예총(이사장 김동현),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상임공동대표 고광성) 등은 도청 기자실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현수막에 쓰인 ‘김일성’, ‘공산폭동’ 등의 표현을 두고 우리나라 정부가 공식 채택한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와 대한민국 법률인 ‘제주4·3특별법’의 내용을 부정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법 준수를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보수정당과 보수단체에서 국가에서 공식 채택한 보고서와 대한민국 법률인 4·3특별법을 부정하고 있다”며 “현수막에서 ‘제주4·3이 대한민국 건국을 반대한다’고 하는데 특별법과 정부가 인정한 보고서를 부정하는 건 어떤 행위인지 되려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4·3평화공원이 있는 봉개동에 게시된 현수막(사진=독자 제공)
4·3평화공원이 있는 봉개동에 게시된 현수막(사진=독자 제공)

 

또 우리공화당 등의 해당 현수막 게시 행위는 정부가 강조하는 ‘화해와 상생’의 기조와도 배치된다고 따졌다. 

이들은 “지금 걸린 현수막은 화해와 상생의 분위기에 먹칠하고 지역사회를 다시 갈등과 대립의 장소로 만드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이어 4·3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해당 행위에 대한 처벌 조항이 담긴 ‘4·3특별법’ 개정을 촉구했다. 해당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의원(제주 제주시갑)이 대표 발의한 상태다. 

그러면서 우리공화당 등 ‘4·3 폄훼 현수막’ 게시 정당과 단체를 상대로 명예훼손 등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날 오후 회의를 열어 자문변호사와 고문변호사 등과 함께 법적 대응 방안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이날 우리공화당 제주도당 등에 현수막 철거 요청을 했는지를 묻자 이들은 "제주도당에 있는 사람들은 제주사람 아니냐. 우리보다 4·3에 대해서 잘 알 거고 왜곡이 아니라 진실 그 자체를 덮기 위해 정당법에 빌붙어서 악질적인 의도를 가지고 한 짓"이라며 "그런 사람들과는 대화할 일이 아니다. 법적 대응으로 나가겠다"고 답했다. 

한편 지난해 6월 옥외광고법이 개정되면서 정당이 정당법에 따른 통상적인 정당활동으로 보장되는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해 설치할 경우 게시 기간과 연락처만 명시하면 자유롭게 현수막을 내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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