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진주의료원 폐쇄, 2015년 메르스 사태 등을 겪으면서 공공의료 필요성과 확충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특히, 공공의료 기반 확충은 COVID-19 대확산을 계기로 그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의료민영화의 첫걸음이 될 영리병원 불씨가 제주도를 넘어 강원도까지 번지는 상황. 이에 제주투데이와 의료연대본부 제주지부는 지역 차원에서 의료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 방향성과 대안을 10차례에 걸쳐 모색한다. <편집자주>

양연준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제주지부장
양연준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제주지부장

제주도민이 사랑한 병원, 제주의료원

제주의료원은 1912년 자혜의원-제주도립병원-제주의료원으로 이어지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병원이다. 제주의료원은 의료원과 부속 요양병원을 두고 있다. 제주의료원의 총 병상은 거의 400베드에 달한다. 병상수로만 본다면 제주대학교병원과 한라병원의 뒤를 잇는 도내 세 번째로 많은 병상을 갖고 있는 병원이다.

 

#. 산천단 제주의료원은 제 역할을 온전히 수행했다

제주의료원은 2001년 현재의 산천단 부지로 병원을 이전했다. 산천단 시대의 제주의료원은 노인전문병원이라는 컨셉을 갖게 된다. 2001년 산천단으로 이전한 이후 제주의료원은 공공병원 지방의료원으로서 역할, 장기노인입원환자에 대한 치료와 케어의 역할을 수행할 것을 동시에 요구받았다.

하지만, 산천단이라는 지리적 접근성 한계, 지역거점공공병원의 역할, 급성기병원으로서의 보험수가, 대부분의 내원환자가 장기노인입원환자라는 점등 제주의료원이 갖고 있는 특성은 서로 상충적인 면이 많다.

제주의료원이 겪었던 어려움은 우리나라 보건의료제도의 맹점을 보여줬다. 병원의 외래진료를 활성화하기에는 지리적으로 열악하다. 장기노인입원환자는 보험수가 대폭 삭감되기 때문에, 병원 경영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제주의료원 내 모든 병동에 환자가 입원해있고, 환자대기가 줄을 잇는 상황에서 간호사 등 의료인력이 정원을 안채워진 상태로 힘들게 일을 해도 병원은 심각한 적자를 보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에서는 병원의 문제로만 돌리며 책임에 소극적이었던 때도 있었다. 

산천단 시대 제주의료원 임직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다. 더 이상 가정에서 돌보기 어려운 장기입원노인환자분들에 대해 최선을 치료와 케어를 수행했다. 그에 대한 제주도민의 만족도도 높다. 기본컨셉과 목표는 100% 수행한 것이다.

사실 지역거점공공병원인 지방의료원을 산천단으로 올려놓고 급성기 병원으로 역할을 주문하며 적자타령 했던 도내 '얼치기' 정책결정자와 비평가들이 문제다. 제주의료원 임직원은 최선을 다했다. 코로나 대유행시기 제주의료원은 다수의 코로나 환자를 입원시키고, 치료했다. 

제주의료원은 제주도내 장기입원이 필요한 노인분 가족들이 믿고 기댈 수 있는 안식처였다. 공공보건에 위기가 닥쳤을 때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온전히 수행했다. 산천단 제주의료원은 본인에게 부여된 공공병원의 역할은 충분히 수행해 오고 있다. 

제주의료원.
제주의료원.

#. 제주의료원, 시내로 이전해야 ... 현 병원은 부속병원으로 활용

제주도내 상급종합병원 지정에 대한 담론이 형성되는 중이다. 인구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복합질환을 가진 노인환자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 또한 집에서 통원하면서 10년, 20년씩 주기적으로 질병치료와 관리를 하기 위해 병원을 내원하는 것이 의료이용에 보편적 모습이 되고 있다. 제주도내 외래진료, 그에 따른 입원진료의 수요가 꾸준히 급증할 것으로 예측된다.

사회변화를 인정하고 대책을 제안한다. 제주시내 연북로, 연삼로를 낀 접근성이 좋은 곳에 500병상 규모의 제주의료원을 설립하는 것이다. 현재 산천단의 400베드에 달하는 의료원은 모두 제주의료원 부속 요양병원으로 전환해야 한다.

앞으로 10년 후는 제주도내 노인인구는 현재의 2배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그만큼 병원이용이 급증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종합병원에 대한 선호도와 수요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환자분들중에서 복합질환을 갖고 있는 비율이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내 상급종합병원 지정에 대해 담론이 형성되고 있다. 제주지역 상급종합병원 지정의 1순위는 제주대학교병원이다. 이 곳을 지정하는 것이 도내 의료자치를 실현하고, 한정된 보건의료자원을 도민사회의 민주적 참여 하에 가장 체계적이고 효율적 사용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지정 이후 제주도내 보건의료자원의 분포변화를 살펴보면, 제주시내 종합병원 성격의 외래과와 병상이 줄어들게 된다. 특히 제주시내에 위치한 종합병원 성격의 공공병원이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 부분에 대해 제주의료원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종합병원인 제주의료원은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설립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제주도내 종합병원들은 300병상을 넘지 않는 소수의 필수과로 운영하는 것이 것이 보통이었다. 앞으로 필요한 종합병원은 최소 500병상정도의 규모로, 정신과와 정신병동으로 포함한 다양한 진료과를 갖출 필요가 있다.

많은 보건의료데이터는 향후 종합병원이상의 의료기관의 이용이 지속적으로 많아질 것을 나타내고 있다. 이 모든점들을 고려하면 제주시내에 급성기병원인 제주의료원 설치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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