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대 총선에 도전한 녹색당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비례연합정당 논의 중심에 선 녹색당은 국회 입성을 코 앞에 두고 있었다. 창당 8년만의 일이었다. 

그러나 현실정치는 녹록치 않았다. 거대 양당은 표의 등가성을 높이는 '준연동형비례대표제'의 취지를 무력화하는 위성정당을 설립했고, 그로 인해 물밑에서 정치개혁에 앞장 선 녹색당과 정의당 지도부가 크게 흔들렸다. 

민주당은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이 플랫폼 정당임을 내세우며 정의당, 녹색당, 미래당 등 소위 '범민주진보세력'의 파견을 제안했다. 위성정당 입당 여부를 두고 내홍을 겪은 녹색당은 결국 줄서기를 거부했다. 선거 결과는 참담했다.

(제주녹색당 제공)
제5차 세계녹색당총회. (제주녹색당 제공)

창당 이래 최대 위기를 겪은 녹색당. 녹색당은 지난 3년 간 뼈아픈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보낸 후 이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입당 신청이 늘어나면서, 당원수도 지난 총선 전후와 비슷해졌다.

이같은 흐름속에서 세계녹색당 제5차 총회가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한국에서 열렸다. 84개국 700명 이상의 녹색당원과 녹색 정치인들이 모여 국제적 연대를 모색했다. 녹색당은 지난 3월 대의원 대회를 갖고 총선 기본계획안을 통과시켰다. 그에 따라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한다고 한다.

부순정 제주녹색당 공동위원장은 "녹색당은 기후정의 운동의 동력을 정치적 힘으로 전환시키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그에 따른 구체적인 전략을 세워나가려 한다"고 했다. 부 위원장에게 묻고 들었다.

6.1 지방선거 제주도지사에 출사표를 던진 제주녹색당 부순정 제주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사진=김재훈 기자)
6.1 지방선거 제주도지사에 출사표를 던진 제주녹색당 부순정 제주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사진=김재훈 기자)

총선승리를 위한 전략과 정책기조는 무엇인가.


작년 국민이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한 단어는 ‘기후변화’다. 사람들은 기후위기의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할 정치세력의 등장을 더욱 희구하고 있다. 녹색당은 기후정의운동의 동력을 정치적 힘으로 전환시키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그에 따른 구체적인 전략을 세워나가려 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선거제도 하에서 진보정당들은 제도권 정치에 진입할 가능성이 매우 적다. 녹색당은 선거제 개혁에서 투표 결과와 당선 결과의 비례성이 가장 보장될 수 있는 제도 개선을 위해 2024정치개혁공동행동에 적극 참여해 의미 있는 개혁을 달성하려 한다.

지난 5월초 치러진 영국지방선거에서 영국녹색당이 두 배 가까이 의석수를 늘리며 약진하는 성과를 냈다. 한국과 영국은 정치 지형이 다르지만 한국에서도 녹색당이 의미 있는 정치세력으로 자리잡기를 바라는 시민층이 존재하고 있다.

성장주의 체제를 넘어서 모두의 삶이 보호받을 수 있는 안전한 사회 시스템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것이다. 비전은 기후위기대응을 위한 정의로운 전환, 핵발전 확대 반대 및 화석연료발전소 폐지와 함께 공공 주도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시민들의 삶을 보호하기 위한 공공성 강화, 투기적 금융자본과 불로소득에 반대하고 농어민의 권리 보장을 강조하고 소싸움 금지를 통한 동물권 옹호 정책을 강조하려 한다.

(사진=제주녹색당)
지난 10일 열린 한국녹색당전당대회. (사진=제주녹색당)

진보전당 연대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인가.


어느 때보다 녹색정치 및 진보정치의 독립적 연대를 강화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제주에서는 작년 11월부터 네 개의 진보정당 연석회의가 이뤄지고 있고 후쿠시마 핵오염수 투기, 선거제도 개혁, 동부하수처리장 등에 대해 정책적으로 논의를 진행하면서 대응하고 있다.

정치공학적 연대에 앞서 진보진영이 제주사회와 한국 정치에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지 서로 토론하고 연대하며 신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한 과정에 정치 지형의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연대의 길은 충분히 열릴 수 있다. 녹색당은 당의 존재가치와 명분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원칙 하에 당원들을 뜻을 모아 정당 및 시민사회와의 연합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민생당·정의당·진보당·노동당 제주도당과 제주녹색당 등 도내 6개 정당 대표들은 지난달 15일 오후 1시 40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에 일본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를 막아낼 것을 요구했다.  (사진=정의당 제주도당 제공)
더불어민주당·민생당·정의당·진보당·노동당 제주도당과 제주녹색당 등 도내 6개 정당 대표들은 지난달 15일 오후 1시 40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에 일본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를 막아낼 것을 요구했다.  (사진=정의당 제주도당 제공)

제주지역 국회의원의 의정활동 평가는. 


지역구를 가진 국회의원이 지역에 매몰된 정치를 해서는 안되지만 지역의 주요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적 해결의 주체라는 책임이 있다. 현재 제주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제2공항과 후쿠시마 핵오염수 투기 문제다.

후쿠시마 핵오염수 투기 문제에 대해서는 최근 민주당이 진보정당들과 공동대응기구를 꾸리면서 뒤늦게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모양새이지만 가장 많은 의석을 가진 민주당 의원으로서 더 일찍 더 적극적인 활동을 책임지고 펼쳐나갔어야 했다.

최근 일본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저지 서명을 받는 등 부쩍 적극적인 행보를 취하고 있지만 진정성있게 핵오염수를 막아내겠다는 자세보다 국민의 힘과 대립각을 세우기 위한 정치적 이슈로 접근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제2공항 문제에 대해서도 당론이 무엇인지 모호하며 지극히 말을 아낀다는 인상을 받는다. 결국 제2공항이 제주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지하고 책임 있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제2공항 이슈가 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표계산만 열심히 하고 있다.

선거에 유리한 입장이라면 제주를 파국으로 몰고 갈 문제들에 대해서 모두 입을 닫을 것인가? 현실에 대한 적확한 분석을 바탕으로 미래 비전을 세우고 그에 따른 정책적 활동을 하고 입장을 내놓는 국회의원이 없다. 제주지역 국회의원들로 인해 제주지역과 한국정치에 어떤 변화가 생겨나고 있는지 느끼지 못하겠다.

제주녹색당은 지난달 30일 오전 11시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안)에 대한 총 1119명의 의견서를 제주도 교통항공국 공항확충지원과에 제출했다고 이날 밝혔다. (사진=제주녹색당 제공)
제주녹색당은 지난달 30일 오전 11시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안)에 대한 총 1119명의 의견서를 제주도 교통항공국 공항확충지원과에 제출했다고 이날 밝혔다. (사진=제주녹색당 제공)

제주녹색당이 바라보는 제주 현안은?


제2공항문제와 후쿠시마 핵오염수 투기다.

제주의 미래를 결정지을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다. 또한 각종 개발을 둘러싸고 환경갈등, 공동체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갈등중재 역할을 해야 할 사회협약위원회는 유명무실하다.

갈등은 행정에 대한 불신이 바탕이며 정치권 역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동부하수처리장, 동물테마파크, 비자림로, 강정해군기지로 인한 갈등이 제주의 공동체 곳곳에 큰 생채기를 내고 있다. 이는 개발로 촉발된 갈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개발이 도민들의 삶을 보호하고 낫게 만들기보다 오히려 공동체라는 울타리마저 깨뜨리고 개발로 인한 지가 상승, 각종 쓰레기 및 오염 문제 등이 도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방향 전환을 외치는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행정과 정치는 개발과 성장 패러다임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시민의회 등의 직접 참여 제도를 만들어서 제주의 미래에 대한 광범위하고 깊은 공론화가 필요하다.

제투와 신년 인터뷰에서 언급했던 내용 중 어떤 것이 이뤄졌고 미진한지.


가장 큰 성과는 지역주민들에 밀착된 의제 발굴 및 정책적 해결을 선도했다는 것이다. 제주녹색당은 지난 4월18일 ‘들불축제 존폐여부 숙의형 정책개발’을 청구함으로써 지속가능성이 우려되고 기후위기 시대를 역행한다는 논란을 일으켰던 들불축제 문제를 도민들이 참여해 직접 결정할 수 있는 민주적 대안을 마련했다.

제주녹색당은 지난 4월 18일 '새별오름 들불축제 숙의형 정책개발 청구인 서명부'를 제주시 담당부서에 제출하기 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제주녹색당)
제주녹색당은 지난 4월 18일 '새별오름 들불축제 숙의형 정책개발 청구인 서명부'를 제주시 담당부서에 제출하기 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제주녹색당)

제주녹색당은 ‘숙의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주민참여 기본조례’에 따라 제주도민 749명의 서명을 받아 정책개발을 청구했고 지난 5월19일 숙의형 정책개발청구심의회 회의 결과 들불축제 존폐에 대해 원탁회의를 통해 정책개발을 추진하기로 결정됐다.

앞으로 원탁회의 진행 과정에서 충분한 정보제공, 투명한 운영, 공정한 결과 도출이라는 원칙이 지켜질 수 있도록 담당 부서와 적극적으로 협업해 나갈 예정이다.

제주의 최대 현안이 제2공항에 대해서도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시민캠페인을 통해 제2공항 추진 계획의 문제와 제2공항 추진으로 인해 예상되는 문제들에 대해 홍보하고 제2공항 관련 1119명의 도민들의 의견서를 수합해 제출했다.

제주녹색당은 이러한 활동을 통해 많은 제주도민들이 제2공항 추진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하고 이런 도민들의 의견이 국토교통부에 적극적으로 반영되도록 지속적으로 도정을 감시하고 점검해나갈 예정이다.

제주지역 진보정당들과 함께 연석회의를 지속하며 제주 현안에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다. 물론 아직 그 목소리가 퍼져나가기 위해 더 큰 노력이 요구되고 있으나 이런 꾸준한 연대의 경험을 쌓아감으로써 제주 사회에 진보정당의 가치를 증명해내고자 한다.

끝으로 할 말은?


녹색당은 지난 2022 지방선거에서 ‘관광객 줄이자’는 메시지를 제주사회에 던졌다. ‘관광객 줄이면 제2공항 필요 없습니다. 관광객 줄이고 지하수 살립시다. 관광객 줄이면 쓰레기가 줄어듭니다’라는 녹색당의 목소리에 제주가 버틸 수 있겠나 하는 근심을 가졌던 도민이 ‘어떻게 줄일 것이냐, 대안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져 주셨다.

‘관광객 줄이면’으로 시작하는 제주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녹색당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고 확장되고 있다.

‘제주가 버틸 수 있겠나’라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질문은 ‘어떻게 사회-생태적 전환을 이룰 것인가’ 하는 대안 마련에 대한 고민으로 확장되고 있다. 해녀와 어부들이 핵오염수 투기 반대 운동을 하는 이유와 월정리의 해녀들이 동부하수처리장 증설을 반대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같다. 바다를 지키는 일이 우리 삶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녹색당은 도민들과 함께 사회-생태적 전환을 어떻게 이룰 것인지 더 크고 더 깊은 대안을 찾는 일에 노력을 집중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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