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투_볼륨]은 도내 행정과 각 기관의 책임자 급 인사들을 만나 지역 현안과 정책에 대해 묻고 듣는 코너입니다. 제주의 미래는 마냥 밝은 유토피아일까요, 아니면 어두운 디스토피아일까요. 전세계적인 기후위기를 생각하면 제주의 미래 전망 역시 마냥 밝지만은 않습니다. 지난 10여 년의 시간 동안 급속히 개발된 제주는 그로 인한 다양한 사회적 부작용도 겪고 있습니다.  제주투데이는 이와 같은 기본적인 문제의식 아래, 주요 인사들이 제주의 현안과 이슈를 어떻게 진단하고 고민하는지 두텁게 묻고 듣고자 합니다. 두 번째 순서는 홍명환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장입니다. 2회에 나눠서 게재합니다.<편집자 주>

홍명환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장(사진=박소희 기자)
홍명환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장(사진=박소희 기자)

11대 제주도의회에서 어떤 의원이 가장 열심히 일했을까. 두 세 의원이 떠오르지만 홍명환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장도 빼놓을 수는 없겠다. 도의회 관계자 사이에서 그의 의원실 불은 가장 늦게 꺼지는 것으로 유명했다. 가장 어지러운 의원실이기도 했을 것이다. 취재차 이따금 들른 의원실에는 그가 살피고 있는 온갖 문서 더미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공부하는 의원이었다. SNS(페이스북)만 봐도 그 사실이 확인된다. SNS 활동을 홍 센터장 만큼 열심히 한 도의원은 없다. 다른 의원들이 SNS에 이런저런 행사 참석 인증샷 같은 것을 올리는 용도로 SNS를 이용할 때 홍 센터장은 정책과 현안에 대한 자신의 목소리를 올렸다. 소통의 창구로 이용했다. 토론했다. 예민한 사안이 발생해도 뒤로 숨지 않았다. 자신만의 분명한 의견이 있었다. 그런 그가 7개월 전,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장으로 임명되었다. 그에게 도시 문제를 중점으로 묻고 들었다.

도시재생과 관련해 어떤 부분을 특히 중점적으로 바라보고 계실까요?

기존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의 조직 형태가 모관지구라는 성안 중심으로 도시재생 현장 센터 역할이 주였어요. 그 사업이 이제 마무리가 됐습니다. 이제는 광역센터로서 자리매김해야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도 단위의 도시재생이라든지, 계획 그다음에 집행 지원과 사후관리 이런 역할까지. 그런 식으로 지금 전체적인 사업 틀이나 이런 기조를 많이 변경하고 있는 상황이죠. 조직의 단순화와 효율화를 위해서 센터장과 3팀 체제로 조직으로 변경이 돼 있어요. 제가 들어와서 팀 조정을 해서 전략사업팀을 새로 신설했습니다. 도정의 중요한 어떤 도시계획이나 15분도시나 이런 것들을 뒷받침하기 위한 전략사업팀을 만들어서 추진하고 있습니다.

15분도시 얘기가 나온 김에 오영훈 지사의 15분도시와 관련해 도시재생지원센터장으로서 주안점 갖고 바라본 사안들이 있을 것 같거든요.

15분도시라는 게 사실 범위가 워낙 방대하고 각론으로 들어가면 분야가 한 20개 내외로 도시에 대한 제반 사항들에 대한 것들이 있어요. 아무래도 한국의 도시나 제주도 도시가 처해 있는 어떤 특성들에 주안점을 둬야 될 텐데요. 도시의 정체성과 시민들의 이동 문제, 어떻게 이 도시가 지속가능할 것인지 이 세 가지를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시민의 이동성에 있어서는 대중교통하고 자전거와 보행을 활성화 하는 방향이 필요하죠. 그래서 초창기부터 오영훈 지사께 섬식 정류장이라든지 양방향 탑승 버스를 통해서 대중교통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활성화하자 이런 건의를 했는데, 오영훈 지사도 마침 결단을 해서 과거 원희룡 식 BRT(간선급행버스체계)의 기조를 바꾸고 대중교통은 어느 정도 큰 방향이 정해진 것 같아요.

홍명환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장(사진=김재훈 기자)
홍명환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장(사진=김재훈 기자)

15분도시에서 자전거 활성화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암스테르담이나 일본 같은 경우를 보면, 암스테르담은 자전거 분담률이 한 50% 되죠. 일본 같은 경우도 15%, 20% 이렇게 되는데 우리나라는 한 4% 미만이고 제주도는 아주 독특하죠. 요즘은 0.4% 이내고요. 자전거가 천대 받는 그런 상황인데 이러한 제주의 현실에 맞춰서 자전거가 도시 내 중단거리 이동 수단으로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개선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선은 그 원인과 도로 구조라든지 인프라는 어떤지 이런 것들을 연구하고 조사 분석을 하고 있고요. 자전거와도 맞물린 문제인데 보행 환경을 저해하는 요소는 어떤 것들인지에 대해서도 저희들이 살피고 있습니다.

도시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셨는데요.

도시의 정체성은 역시 제주도의 역사와 문화를 도시에 적용하고 풀어나가는 문제가 중요합니다. 특히 탐라의 도성이었던 제주시 원도심은 유구한 역사가 있는 도시이기 때문에 탐라 도성의 역할과 문화 이런 것들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어떤 게 있는가 고민하는데요. 저희들이 주로 보는 게 탐라의 도성과 제주목성입니다. 그리고 역사적인 건축물들 복원 문제도 있는데, 도성을 복원 못한다면 저희들이 이제 22개의 치성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의 흔적을 찾아내서 사업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고요. 그리고 향사당 마을 근처에서 조그마한 사업을 행안부 공모에 응모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실 도성 같은 경우 흔적이나 옛 자료가 원체 부족하지 않습니까? 복원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왜곡 문제 많이 불거지고요.

탐라 도성의 흔적은 일제시대 때 조사한 지적 자료가 남아 있어요. 물론 사진이나 이런 게 좀 빈약하죠. 기록이 빈약하고 성의 대부분은 산지항 건설하면서 대부분 바다로 매립됐고요. 그리고 지금 그 도성의 대부분이 현재 도로로 포장돼 시민들의 이동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통로로 활용되고 있어서 성을 복원하면은 도시의 이동이 마비돼버릴 겁니다.

그런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전체를 복원한다기보다는 상징적인 곳곳에 흔적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부분적으로 살리는 방향을 제시하는 그런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센터장으로 오자마자 세계자연유산본부와 이 부분에 대해서 많이 의논했는데요. 다행히 지금 제2차 성지 보존 및 활용 용역을 하고 있더라고요. 거기에도 저희들이 의견을 많이 전달했습니다.

일방통행로 정책은 어떻게 보시나요.

지금 우리가 도로를 계획하고 이용하는 데 있어서 상당히 문제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제주 도심만 보더라도 4차 내지 6차로는 출퇴근 시간만 되면 거의 모든 곳이 막힙니다. 그런데 이면도로로의 통행이 갑자기 사라졌죠. 이면도로의 통행은 거의 없고 대부분 간선도로로만 이용하면서 차량이 밀리는데 저는 이면도로를 좀 더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하지만 간선버스가 이면도로로 다니기는 쉽지 않아요. 이면도로에 자전거와 보행을 접목을 해서 시민들 상당수가 이면도로를 통해서 이동을 한다면 우리 도시가 지금보다 좀 더 활발해질 것으로 봅니다. 그런데 현재 지금 이면도로는 시민이 어떤 이동이라든지 재화의 어떤 유통 통로라기보다는 그냥 주차장이죠. 자동차를 보관하는 장소처럼 되어서 사람 거의 안 다니는 상황이다 보니까 거리가 침체되는 거죠. 골목 상권이나 골목 경제는 몰락을 하게 되고요. 골목은 죽고 간선도로 변에 대규모 상점가 쪽으로만 쏠리고 밀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면도로에 대한 획기적인 개선 방향이 나와야 됩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현재 일방통행로는 상당히 문제가 있는 이면도로 활용 방안인데요. 어떻게 보면 일방통행로가 주차 공간 확보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죠. 교통을 분산하고 보행과 자전거를 활성화하는 공간이 되고 있지 않아서 현 일방통행로 정책은 문제가 있는 정책이라고 봅니다. 일방통행로보다는 차로 폭을 다이어트하면 자전거가 양방향으로 편하게 다닐 수 있어요. 현재 일방통행로로 지정한 곳에서 자전거가 역방향으로 주행하게 되면 이게 다 불법을 조장하는 거거든요.

홍명환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장(사진=김재훈 기자)
홍명환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장(사진=김재훈 기자)

오영훈 지사의 15분도시 공약에 대해 기대하시는 편인가요?

상당히 기대가 큽니다.

하지만 제주 오영훈 지사가 하는 말들을 들으면 프랑스 파리의 15분도시의 주 개념인 보행자나 자전거 중심 도시가 될 거라는 기대가 많이 줄어드는데요?

시설 공급 논란으로 머무는 게 조금 아쉬운 측면이 있죠. 도시재생이나 15분도시나 사실은 저는 거의 비슷한 맥락으로 생각하는데 핵심은 시설을 공급하는 게 아니라 사람의 이동 시간 개념이기 때문에 이동을 어떻게 계산할 것인가에 중점을 둬야 한다 봅니다. 어떻게 사람들이 더 편하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되는데 자꾸 이동시간이 아니라 건축물 개념으로 가고 있어요. 건축물을 더 짓느냐 마느냐 시설을 더 공급하느냐 마느냐 이런 접근이 좀 아쉬웠는데요. 도시 이동성 문제, 시간 문제 이것을 중심으로 봐야 합니다.

근데 이것만 보면 또 안 되죠. 15분도시의 분야가 여러 가지여서 도시의 탄소 중립이나 온실가스 감축 같은 경우도 중요한 문제고 또 직장과 주거지의 거리 문제도 있고요. 특히 노후 주거지에 대한 재생 문제도 상당히 중요한 문제거든요. 주거환경 개선이 안 되면 주민들이 노후한 도시를 떠나게 되고, 외곽 신도시를 다시 만들고... 악순환이 되죠. 노후 주거지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예를 들면 공공임대주택 같은 경우 우리 예산으로에는 간에 기별도 안 가는 수준의 정책이어서 민간에서 노후 주택 해결 방안이 나와야 되는데 사업성 문제도 있죠.

서울 같은 경우는 사업성이 좋죠. 그래서 재개발이라든지 뉴타운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지금 하고 있지만 제주도 같은 경우는 민간에서 참여하기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쉽지 않은데요. 지방의 작은 도시들이 노후 주택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  지원 방안을 고민해야 됩니다. 저는 그 유력한 방안 중에 하나가 가로주택 정비 사업이라고 봅니다. 거기 보면 이제 관리 지역 제도라는 게 있는데 이런 것으 로풀어나가면 노후 주택 문제는 어느 정도 좀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도 주택과 과장님이나 팀장님들하고도 그 부분에 대해서 고민을 나누고 있는데요. 몇 개 동에서 설명회하고 그랬습니다만 이해당사자들이라든지 민간의 참여를 이끌 수 있는 인센티브가 좀 필요하더라고요.

특히 주차장 확보 문제가 가로주택 정비 사업에 있어도 상당히 걸림돌로 작용합니다. 총 공사비의 30%에서 40% 정도가 지하 주차장을 마련하는 비용이거든요. 고밀도 고층의 재개발이 아니라 적어도 저는 이제 7층 내외의 저밀도 가로주택 정비 사업으로 방향을 잡아 나가야 한다고 보는데요. 적절한 주차장을 주변에 마련하거나 제주도도 스스로 그 지역 단위로 가로주택 정비 사업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저희들이 고민 중입니다.

홍명환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장(사진=김재훈 기자)
홍명환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장(사진=김재훈 기자)

차량 증가가 제주 주거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차량 공유 서비스를 도입하는 방안은 어떻게 보시나요?

대중교통과 자전거와 보행을 활성화하는 것을 핵심 정책으로 하고 보조 정책으로 공유 차량을 활용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희가 최근에 제주시소통협력센터와 공유 차량을 이용한 시범 사업에 협력하고 있는데요. 제주시소통협력센터에서 시범적으로 테스트를 했습니다.

원도심처럼 주차 공간이 모자란 곳에 예를 들면 5명이 차량 한 대를 갖고 공유를 하게 되면 5명이나 4명이 하게 되면 주차공간이 4분의 1로 줄어드는 거거든요. 어느 정도 주차난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고요. 공공주차장이나 이런 곳에 공유 차량이 주차할 수 있도록 행정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일단 저희들도 제주시와 머리를 맞대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조례도 보고 있고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 내부적으로 지금 협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주시 원도심 주요 지역을 대상으로 한 ‘차 없는 거리’ 같은 보다 적극적인 정책의 필요성을 거론하기도 하셨잖아요?

차 없는 거리를 운영하려면 먼저 주민들의 인식 제고와 협조가 필요합니다. 최근 원도심 여러 곳에 주차장들이 확충되고 있는데 저는 그런 걱정이 드는 거예요. 주차장만 다 들어서면 제주시 큰 간선도로에 있는 건물 뒤에는 다 주차장이 되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 시민들이, 관광객들이 온통 주차장이 된 원도심으로 올까 싶어요. 원도심의 매력적인 요소는 다 없애버리고 주차장만 늘어나는 거니까요.

일정 구역을 ‘차 없는 거리’로 지정해서 예를 들면 한 달에 한 번 하다가 일주일에 한 번 하고... 그러면서 상시화 해나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면 차가 없으니까 사람들이 몰린다는 사실을 상인과 주민들이 조금씩 조금씩 인지하면서 넓혀 나갈 수 있을 겁니다. 지금 장사가 잘 되는 곳은 차 없는 거리거든요. 원도심 칠성통도 남북 방향 거리가 차 없는 거리인데 가장 중요한 상권이죠. 운전자가 물건을 구매할 수는 없는 거거든요. 걸어 다니는 사람이 많아야 도시가 활성화됩니다.

차가 많이 다니면 복잡하기만 할 뿐, 결코 상권이 활성화되지는 않을 겁니다. 어떻게 하면 걸어 다니는 사람들을 이 도시에 많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지, 주차장이 약간 필요하긴 하지만 제가 보기에 지금의 주차장 확대 정책은 정말 하수 중에 하수이고 진짜 미련한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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