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인 1898년 9월 1일 한국 최초의 여성인권선언으로 일컬어지는 '여권통문'이 발표됐다. 정부는 이를 기념해 매년 9월 1일부터 7일까지 양성평등주간으로 지정해 다양한 기념 행사를 개최한다. 올해로 28회째를 맞은 양성평등주간, 제주도에서도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제주도정은 기념식에서 매년 성평등한 제주를 실현해 나가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성평등한 제주... 어디까지 왔을까. 얼마나 더 달려가야 할까. 제주 정치는 여성들에게 얼마나 열려 있을까. 어떻게 열 수 있을까. 제주투데이는 '다함께, 기회를' 코너에서 이 같은 질문들을 던져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1일 열린 양성평등주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1일 열린 양성평등주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제주도 전체 17개 공기업 및 공공기관장 중 여성은 4명

지역 사회의 성평등한 사회와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행정 수장의 고민과 실천이 필수적이다. 공직 사회, 공공의 영역에서부터 성평등한 문화 환경을 조성하고 퍼트려 나가는 것. 제주도지사에게 주어진 과제이자 의무라 할 수 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취임 후 두 번째 양성평등주간을 맞았다. 오 지사는 지난 1일 양성평등주간 기념식에서 “성평등한 사회가 우리 사회의 보편적 가치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오 지사가 임명한 3개 공기업과 14개 출자·출연기관(이하 공공기관) 대표의 남녀 성비를 보면 아직 갈 길이 먼 것으로 나타났다.

오 지사는 취임 후 총 11명의 공공기관장을 임명했다. 여성은 2명에 불과하다.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이선화 이사장과 제주여성가족연구원 문순덕 원장이다.(여성 권한 확대 방안 등을 연구하기 위해 설립된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오 지사가 임명한 여성 공공기관장은 사실상 이선화 이사장 1명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게 보면 10명 중 1명이다.)

현재 공공기관장 17명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여성은 제주관광공사 고은숙 사장, 제주사회서비스원 양시연 원장까지 해서 총 4명에 불과하다. 4분의 1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오영훈 도정, 여성 공공기관장 임명 의지 보일까?

오 지사는 올해 3명 공공기관장에 대한 임명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선 현재 공석인 도내 두 의료원장에 대한 임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두 의료원장에 대한 공모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지방공사 및 출자·출연기관 일반현황.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임명한 공공기관장 중 여성은 2명 뿐이다.(표 출처=제주특별자치도)
제주특별자치도 지방공사 및 출자·출연기관 일반현황.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임명한 공공기관장 중 여성은 2명 뿐이다.(표 출처=제주특별자치도)

올해 10월 29일 제주관광공사 고은숙 사장의 임기도 마무리 된다. 이에 제주도는 후임 사장 인선을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이어 내년에는 5명의 공공기관장의 임기가 종료된다. 먼저 내년 1월 고희범 제주4·3평화재단을 시작으로, 2월 김영훈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장, 7월 고승한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장, 8월 김수열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 10월에는 양시연 제주특별자치도 사회서비스원장의 임기가 끝난다.

현저히 낮은 고위직 임직원의 여성 비율은 성차별로 인한 승진의 벽 즉, ‘유리천장’으로 일컬어진다. 이는 조직의 성평등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이는 단순 지표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고위직 임·직원의 여성 비율이 높아지면 탑다운 방식으로 조직 내에서 성평등 문화가 확산되는 효과가 있다. 성평등 캠페인이나 교육 활동, 단순 행사 개최를 넘어서서 여성에게 직접적인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그 자체로 효과적인 캠페인이며 성평등 정책 추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오영훈 지사는 “성평등한 사회가 우리 사회의 보편적 가치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오 지사의 공공기관장 임명 상황을 보면 눈에 띄는 변화나 성평등한 임명에 대한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오 지사가 남은 임기 동안 임명할 공공기관장 중 여성 비율이 높아질지, 아니면 그 반대의 결과를 보여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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