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인 1898년 9월 1일 한국 최초의 여성인권선언으로 일컬어지는 '여권통문'이 발표됐다. 정부는 이를 기념해 매년 9월 1일부터 7일까지 양성평등주간으로 지정해 다양한 기념 행사를 개최한다. 제주도정은 기념식에서 매년 성평등한 제주를 실현해 나가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하지만 좀처럼 체감되지 않는다. 갈 길이 멀다. 제주의 성평등, 어디까지 왔을까. 얼마나 더 달려가야 할까. 제주 정치는 여성들에게 얼마나 열려 있을까. 어떻게 열 수 있을까. 제주투데이는 '다함께, 기회를' 코너에서 이 같은 질문들을 던져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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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내 낮은 여성 교수의 비율은 사회 문제로 다뤄지며 논의의 대상으로 여겨져 왔다. 여성 교수 성비는 여성의 사회적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반면 학생자치기구에 대한 통계와 연구는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대학 총학생회장의 성비는 미래세대가 성역할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간접적인 자료이다. 역대 총학생회장의 성비와 교수진 성비를 통해 제주대학교의 성평등 문제를 짚어보았다. 

제주대, 개교 이래 총학생회장 여성은 '0명'

학생들의 권리를 대변하는 학생자치기구의 대표인 총학생회장. 그러나 제주대학교에서는 개교 이래 총학생회장은 모두 남성의 몫이었다. 총학생회장은 물론 부학생회장조차 모두 남성이었다.

지난해 제주대에서 처음으로 여성 총학생회 부학생회장이 선출됐다. 올해로 56회를 맞은 제주대 총학생회. 하지만 학생회장단에서 여성이 후보자가 된 것도, 당선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단과대의 경우는 어떨까. 2024년 현재 제주대의 단과대학 학생회장 성비는 회장이 남성 9명, 여성 3명, 부회장에는 남성 7명, 여성 5명이 당선됐다. 단과대학 간부 역시 남성이 더 많다. 

신현정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활동가는 “제주대학교 학생회(장)은 전통적으로 정치적 대표성을 지닌다"며 "그러나 총학생회장이 여성이었던 적은 없었고, 단과대 학생회장 역시 남성 비율이 높게 기록되며 학생자치기구 전체적으로 여성의 비율이 낮다”며 고질적인 대학 내 성비 문제를 지적했다. 

또 “여성의 저대표성은 ‘대학’이라는 공간이 가지는 ‘남성중심적’, ‘위계적’ 특성과 관련 있다"며 "학생을 비롯해 교수와 교직원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함께 생활하는 대학에서는 비대칭적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불평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이 학생자치에 대표성을 띠게 된다면 학내에서 발생하는 여러 성차별 사건들을 줄일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대학 자체적으로 학생회 임원 비율을 남녀 동수로 구성하는 등의 적극적인 조치를 통해 젠더 정의를 만들어가는 학생자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신 활동가는 “학생회의 위상이 많이 달라졌다. 대학생 개인이 대학에 소속감을 느끼기보다는 취준생이라는 역할을 더 많이 수행하고 있다”며 “남성보다 고용시장에서 불리한 여성들이 학생정치에 도전하기 더욱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주지역 다른 대학의 경우 제주관광대는 31명의 총학생회장 중 7명이 여성이었다.(한라대학교와 국제대학교는 학생회장 통계에 대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대학 내 성불평등, 교수진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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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제주대 전임교수의 성비는 남성 74.5%, 여성 25.5%다. 전국 대학 교수의 평균 성비는 남성이 72.7%, 여성이 27.3%이다. 국공립대학을 좁혀서 보면 남성 교수가 78.5%, 여성 교수가 21.5%로 나타난다.

다만 과에 따른 편차가 큰 편이다. 간호학부, 사회복지학부, 유아교육과 등은 여성 교수가 더 많은 경향을 보였다. 응급구조과, 방사선과, 공학부 등에서는 남성 교수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대학의 성평등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교수진의 성비가 있다. 강이수 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대학 내 성평등을 위한 최소한의 여성 교수 비율로 30퍼센트를 제시한다. 

강 교수는 계간 문학 잡지 <창작과비평>(198호)에서 마련한 좌담 ‘페미니즘, 대학을 바꿔라’에서 “최소 30퍼센트는 되어야 소수자 목소리를 벗어날 수 있다고 보는데 아직 거기에도 못 미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국공립대학 양성평등 조치계획 평가’를 통해 전국 약 40여 개의 국공립대학을 상대로 매년 양성평등 실현 조치에 대한 제도적 노력을 평가한다. 하지만 아직 여성 교수 비율은 30%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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