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 건설 전 연산호 모습 (사진=녹색연합)
제주해군기지 건설 전 연산호 모습 (사진=녹색연합)

"산호만큼 바다 상황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종은 없습니다. 수많은 종이 기대어 사는 만큼, 산호가 변하면 모든 종에 변화가 일어날 정도로 영향력은 지대하죠. 그런데 현재 위기입니다."

육상의 기후변화를 언급할 때 고착생물인 나무의 서식지 이동을 말한다. 바다도 마찬가지다. 산호의 변화는 바다생태계의 변화를 가장 빨리 감지할 수 있는 척도다. 그런데 산호가 위험하다. 바다가 뜨거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수온 상승 폭이 다른 나라에 비해 2~3배나 높다. 서해와 남해, 동해 나눌 것 없이 수온은 모두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중위도에 위치한 한반도는 열대의 뜨거운 바닷물을 가장 먼저 받는 지리적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수온 상승이 도드라지는 쿠로시오 해류에 제주~동해가 포함돼있기도 하다.

어류 변화도 뚜렷하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과거에는 자주 등장하지 않았던 열대성 어류들이 국내 해역에 등장하고 있다. 동해안에 서식하는 한류성 어류는 줄어들고, 난류성 어류는 뜨거운 바다를 견디지 못해 즉사하는 사례까지 속출한다. 

바다에도 폭염이 있다. 이른바 '해양폭염'이다. 7~8월 육상에서 열섬.열대야 현상이 나타나는 것처럼, 바다도 특정시기에 더욱 더워진다. 이 기간이 길어지면 특정 지역에 사는 종들이 멸절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 중심에는 산호가 있다. 

전날인 25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과 제주투데이가 공동주최하는 '2023 제주해양포럼' 여덟번째 자리가 마련됐다.

주제는 '기후 열대화의 시대, 제주 산호이야기'로, 오랜기간 제주 산호 생태계를 조사·분석한 조인영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선임연구원이 강연을 맡았다.

조 연구원은 "고착생물만큼 기후변화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종은 없다"며 "바다에서는 산호의 변화로 생태계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날인 27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 열린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과 제주투데이가 공동주최하는 '2023 제주해양포럼' 여덟번째 자리에서 조인영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선임연구원이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전날인 27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 열린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과 제주투데이가 공동주최하는 '2023 제주해양포럼' 여덟번째 자리에서 조인영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선임연구원이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뜨거워지는 바다, 질병에 취약해지는 산호

"과학자들은 현재와 같은 수온상승 패턴이 유지된다면 돌산호의 경우 2100년 안에 절멸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어요. 심지어 느슨한 조건인데도요."

산호는 생각보다 곳곳에 있다. 따뜻한 바다에도, 차가운 바다에도, 심지어 깊은 심해에도 산다. 우리나라만 봐도 동해수역부터 남쪽까지 전 지역에 분포돼 있다. 산호초는 북위 30~남위 30도, 수온 26~27도 해역에 산다. 산호초 자체는 전체 해양표면의 0.1%를 차지한다. 고생대 최초시기인 선캄브리아 시기부터 살아온 산호는 끈질기게 생존해왔다.

하지만 수온이 상승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질병에 취약해지는 환경이 된 것이다. 적정수온에서 온도가 상승하면 질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가 증가하거나 백화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조 연구원은 "돌산호는 공생조류를 몸안에 지녀 광합성으로 영양분을 만들어내 살아간다. 그런데 외부 환경이 좋지 않으면 몸속 조류가 밖으로 빠져나가게 된다"며 "자신의 영양분 공급의 80%를 담당하던 공생조류가 빠져나간 돌산호는 점차 하얗게 변하면서 결국 굶어 죽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정 기간 고온이 유지되면 공생조류가 빠져나가기 시작하는데, 수온이 빠르게 안정되면 다시 돌아온다"며 "그러나 현재 바다상황은 수온의 급상승과 지속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애초 평균수온도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태풍같은 물리적 영향도 있다. 기후변화로 전래없는 태풍이 반복적으로 형성되고 있는 상황은 돌에 붙어사는 산호에게 큰 타격을 끼친다. 조 연구원은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것은 단순한 수온상승만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산호초의 백화현상(사진출처=서울대 해양저서생태학연구실)
산호초의 백화현상(사진출처=서울대 해양저서생태학연구실)

새로운 종의 출현 ... 제주 연산호는 설 자리가 없다

 "하나의 생물종 집단이 사라지게 되면 종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게 돼요. 하지만 지금은 이런 일이 빈번합니다."

산호는 전세계적으로 7500여종으로 조사됐다. 국내에는 169종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이 가운데 80%(약 135종)가 제주에 서식하고 있다. 제주만큼 산호가 밀집돼 있는 곳은 드물다. 다른 해역에서 보기 드문 연산호도 압도적으로 많다.

제주는 전세계적으로도 특이한 산호군락을 갖고 있는 곳이다. 도내 산호군락은 온대산호군락이다. 온대산호초는 산호만으로 구성돼 있지 않다. 연체동물, 해조류, 무척추동물이 함께 살며 균형을 이룬다. 생태계 자체가 하나의 사이클을 이루면서 산란장, 먹이장 역할까지 맡는 것이다.

그런데 돌산호, 큰수지맨드라미, 가지수지맨드라미 등 과거에는 제주 남부에만 살고 있었던 종들이 북상하고 있다. 약 20년전만 해도 제주 북쪽 해역에서도 연산호 군락을 보기 힘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동해에서까지 발견된다.

수온이 상승하면서 남쪽바다에서는 더이상 생존이 어렵게 됐다. 추자도 등 남해안 지역 대표종인 빨강해면맨드라미는 대규모 군락지가 폐사한 사례까지 관찰된다.

다만, 새로운 종도 발견된다. 돌산호가 대표적이다. 조 연구원 "산호는 고착성 생물이기 때문에 서식지를 확대하는 게 생존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태평양지대의 수온이 엄청나게 상승한 상황에서 제주바다는 돌산호의 마지막 피난처"라며 "과거 기록을 보면 돌산호가 수온이 낮은 곳으로 이동해 생존했다고 나와있다. 제주바다는 이미 열대성으로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지막 생존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새로운 종이 발견되는 게 나쁜 걸까? 연산호 등 원래 제주가 서식지였던 산호들에게는 그렇다. 자리싸움에서 질 수밖에 없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조 연구원은 "무성생식을 하는 산호는 유생 발달 기간 동안 평소보다 수온이 높다면 기형이 생겨 고착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새로운 종에 자리를 뺏기고 도태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라며 "이처럼 수온이 높은 상황이 보통이 된다면 특정 종은 생존할 수가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전날인 27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 열린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과 제주투데이가 공동주최하는 '2023 제주해양포럼' 여덟번째 자리에서 조인영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선임연구원이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사진=박지희 기자)

산호 보존전략은? ... "중요한 건 시민들의 실천"

"육상의 산불, 홍수 등은 크게 이슈가 되지만 바닷속 기후변화들은 잘 모릅니다. 당장 눈에 안보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더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해양수산부는 제주에 사는 종을 포함, 22종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하고 있다. 밤수지맨드라미 등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산호에 대해선 기술을 통해 증식복원을 한다. 실내에서 증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인간이 바다에 이식해 회복력을 도모하는 것이다.

조 연구원은 복원사업이 의미가 있는지 묻는 참여자의 질문에 인간이 개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기후변화가 자연의 회복탄력성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것.

그는  "증식복원은 수십년 전부터 이뤄지고 있지만 현재는 과거보다 대규모 절멸이 일어나는 곳이 너무 많다"며 "속도나 범위면에서 자연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다.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민들도 실천해야 한다. 조 연구원은 인식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지만 실질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여전히 자연을 '활용'하는데 방점이 찍혀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는 소비를 줄이는 것부터 실천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탄소배출을 하는 체계 자체를 변화시키지 않으면 기후변화는 멈추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연구자들이 아무리 연구를 진행해도 시민들이 관심을 갖지 않고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파란'의 시민탐사대, 해양모니터링 등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유다. 바닷속 풍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실천해달라"고 덧붙엿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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