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생태법인 제도화 워킹 그룹 위원장이 생태법인 제도화의 의미에 대해 말하고 있다.(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최재천 생태법인 제도화 워킹 그룹 위원장이 생태법인 제도화의 의미에 대해 말하고 있다.(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인간이 아닌 보호가 필요한 동식물과 자연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생태법인(Eco Legal Person) 제도 법제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국내 첫 번째 생태법인 지정 대상은 제주남방큰돌고래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주 연안에만 서식하는 제주남방큰돌고래는  최근 연안 오염과 해양쓰레기 등으로 서식 환경이 악화되며 120여 마리만 관찰되고 있다. 최근에는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영업 중인 돌고래  관광선박들이 제주남방큰돌고래의 서식 환경 악화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에 제주남방큰돌고래에 법인격을 부여해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논의가 오랜 시간 이어져 왔다.

제주도는 남방큰돌고래에 생태법인을 부여할 수 있도록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보완한 후 국회 상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내년 총선 후 처음 열리는 제22대 정기국회에 법률안을 상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차기 국회의 여·야 합의 제1호 법안이라는 상징성을 부여한다는 구상이다.

제주도는 13일 오전 제주도청 3층 기자실에서 생태법인 제도화 워킹그룹 위원장 등과 ‘생태법인 제도 도입 제주특별법 개정’ 공동회견을 열고, 국내 최초로 생태법인 제도를 도입해 세계 평화의 섬 제주의 환경·생태적 가치를 지키고 대한민국 생태환경 정책의 새로운 표준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생태법인은 사람 외에 생태적 가치가 중요한 자연환경이나 동식물 등 비인간 존재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제도로, 해외에서는 뉴질랜드의 환가누이강, 스페인의 석호(바다와 강이 만나는 연안에 형성된 호수) 등 자연물에 법적 지위를 부여한 사례가 있다.

제주도는 생태법인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올해 3월부터 학계(생태・문화・철학・언론), 법조계(변호사・로스쿨 교수), 전문가(돌고래・해양) 등으로 구성된 생태법인 제도화 워킹그룹(위원장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을 운영하며 총 4차례 회의를 거쳤다.

워킹그룹은 제주특별법 개정안에 제주남방큰돌고래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안과 생태법인 창설 특례를 포함하는 안 2가지 안을 구체화했다.

제주특별법 개정을 통해 제주남방큰돌고래 법인격 부여안은 제주 연안에 서식하는 제주남방큰돌고래에 법적 권리를 부여하게 된다.

도지사가 도의회의 동의를 받아 특정 생물종 또는 핵심 생태계를 생태법인으로 창설하는 근거를 담은 조례 제정도 추진된다.

이와 같은 제도화 과정을 거쳐 2025년에는 제주남방큰돌고래를 생태법인 제1호로 지정하겠다는 구상이다.

오영훈 지사는 “인간 중심에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문명으로 대전환하기 위한 혁신”이라고 말했다.

최재천 위원장은 “자연을 바라보는 인식과 태도를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생태법인 제도가 제주에 도입돼 대한민국이 환경선진국으로 도약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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