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9개 시민사회단체가 협력, 주관하는 '2023 제주인권포럼'이 30일 제주시 아스타 호텔에서 개최된 가운데, 제주여민회가 주관한 '제주 성평등 마을 조성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 세션이 열렸다. (사진=박지희 기자)
도내 9개 시민사회단체가 협력, 주관하는 '2023 제주인권포럼'이 30일 제주시 아스타 호텔에서 개최된 가운데, 제주여민회가 주관한 '제주 성평등 마을 조성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 세션이 열렸다. (사진=박지희 기자)

0명. 역대 여성 제주도 도지사와 부지사, 제주시장, 도의회 의장 수다. 제주에서 여성이 공공의 대표를 맡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없다. 일각에서는 여성 대표성을 늘리려면  여성들이 마을에서부터 정치적 효능감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내가 사는 동네를 바꿔본 경험이 쌓여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 마을 단위 행정의사결정에서 여성의 의결권이 보장된 곳은 드물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내 시민사회가 작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마을규약을 성평등한 조항으로 바꾸는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 변화의 흐름을 지속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도내 9개 시민사회단체가 협력, 주관하는 '2023 제주인권포럼'이 지난달 30일부터 1일까지 양일간 제주시 아스타 호텔에서 개최되고 있다.

30일 제주여민회가 주관한 '제주 성평등 마을 조성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 세션에서는 제주지역 전역에 만연해 있는 여성의 저대표성의 문제 해결을 위한 성평등 마을 조성 활동 경과를 보고하고, 실질적.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도내 9개 시민사회단체가 협력, 주관하는 '2023 제주인권포럼'이 30일 제주시 아스타 호텔에서 개최된 가운데, 제주여민회가 주관한 '제주 성평등 마을 조성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 세션이 열렸다. 주제발표를 하고 있는 정은숙 제주여민회 정책위원장. (사진=박지희 기자)
도내 9개 시민사회단체가 협력, 주관하는 '2023 제주인권포럼'이 30일 제주시 아스타 호텔에서 개최된 가운데, 제주여민회가 주관한 '제주 성평등 마을 조성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 세션이 열렸다. 주제발표를 하고 있는 정은숙 제주여민회 정책위원장. (사진=박지희 기자)

주제발표를 맡은 정은숙 제주여민회 정책위원장은 사업 경과보고와 의의를 설명했다. 그는 도내 20개 마을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주요 의사결정 구조에서 여성이 체계적으로 배제돼 있는 양상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2017년도 이뤄졌던 100인 원탁회의에서 제주에서 여성으로 살면서 느끼는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며 "거부할 수 없는 남성 우월주의적 풍습과 여성 관련 문제가 정치적 의제에서 항상 뒤쳐진다는 것이 큰 문제점으로 꼽혔다. 여성이 발언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낮은 여성 대표성은 사실상 한국사회 전체의 문제지만, 제주에서는 특히 낮은 경향을 보인다"며 "마을이장으로만 국한해서 봐도 전국 여성 이장은 10%이지만 제주는 현재 1.2%(179명 중 2명)에 불과하다. 가장 높았을 때조차 2.9%(5명)"라고 말했다.

제주여민회는 이에 따라 2019년부터 성평등 마을 조성사업을 벌이고 있다. 성평등 마을규약 표준조항을 마련, 마을 상황에 맞는 조항을 마련했다. 마을규약을 바꿔낸 경험이 있는 마을과 그렇지 못한 마을을 조사, 개선 지점을 발굴하고 있다.

그는 "마을에 집중한 이유는 기초단위인 마을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제도화된 영역에서는 여성대표성 관련 지표들이 관리되고, 상향을 위한 여러 정책도 나오지만 마을은 자치영역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도내 9개 시민사회단체가 협력, 주관하는 '2023 제주인권포럼'이 30일 제주시 아스타 호텔에서 개최된 가운데, 제주여민회가 주관한 '제주 성평등 마을 조성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 세션이 열렸다. 손태주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정책실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도내 9개 시민사회단체가 협력, 주관하는 '2023 제주인권포럼'이 30일 제주시 아스타 호텔에서 개최된 가운데, 제주여민회가 주관한 '제주 성평등 마을 조성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 세션이 열렸다. 손태주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정책실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두번째 발제를 맡은 손태주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정책실장은 연구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사업 활성화 방향에 초점을 두고 정책을 제언했다. 그는 사업 모니터링 및 진단, 메뉴얼 제작 및 보급 등 민주적 마을 운영 기반 체계화와 조정자로서 마을활동가 지원 등 주민의 성인지 역량강화를 제시했다. 

손 실장은 "조사 결과, 마을 내 폭력상황시 대처방안에 대한 항목에서 '모르겠다'는 응답도 존재했고, 규약 개정이 필요없다는 마을은 '전통적 자치규약으로도 충분하다'는 인식도 있었다"며 "이 결과 자체가 큰 시사점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활동 역량 강화에 대해 적극성을 띈 마을 구성원이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 역량을 이끌어낼 수 있는 시민사회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며 "먼저 활동에 참여했던 마을과 새롭게 진입하는 마을과의 연결고리를 이어주는 등 후속 조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현진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 정책위원장은 민관이 협력하지 않으면 진척이 힘든 사업이라며 관의 적극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그는 "이 사업을 이장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부녀회장 또한 이러한 의식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시민사회에서 노력하지만 주체들이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피력했다.

김연순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이사장은 사업이 긴 시간을 요구하는 만큼, 마을규약의 조항이 추상적이고 두루뭉술한 표현이 아닌 구체적인 수치로 명료화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이장은 "이 사업은 상당한 시간과 긴 호흡이 필요하다. 몇 년 사업을 진행했다고 쉽게 성과가 나타나는 게 아니"라며 "마을의 사람이 바뀌더라도 상황은 지속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다양한 마을 조직과의 연대, 사업을 전념해 담당할 활동 주체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내 9개 시민사회단체가 협력, 주관하는 '2023 제주인권포럼'이 30일 제주시 아스타 호텔에서 개최된 가운데, 제주여민회가 주관한 '제주 성평등 마을 조성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 세션에 참여한 토론자들. (사진=박지희 기자) 
도내 9개 시민사회단체가 협력, 주관하는 '2023 제주인권포럼'이 30일 제주시 아스타 호텔에서 개최된 가운데, 제주여민회가 주관한 '제주 성평등 마을 조성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 세션에 참여한 토론자들. (사진=박지희 기자) 

문만석 한국지역혁신연구원장은 규약 설정에 있어서 마을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하며, 구성원에 맞는 언어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을규약은 마을 자산, 주민의 자격, 정체성 등 표준화가 용이하지 않다. 마을규약 개정은 마을주민의 합의와 총의에 의해 가능하기도 하기 때문에 성평등마을규약 표준안은 정책적 접근이 아니라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며 "읍면지역 여성은 대부분 50대 이상인 점 등 마을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명환 제주도 도시재생지원센터 원장은 제주도 전체 상황을 고려, 농촌 뿐만 아니라 도시에도 성평등 대책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원장은 "제주는 준도시지역까지 포함하면 도시화율이 90%가 넘는다. 앞으로도 계속 도시화가 진행될 것이고, 향후 농촌 인구는 5%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극대화한 효과를 내려면 오래된 전통을 유지하는 마을보다 도시에 초점을 맞출 필요도 있다"는 의견을 냈다.

하성용 제주도의원은 '제주도 양성평등 기본 조례', '제주도 여성리더 육성 및 지원 조례' 등 현행 조례 개정을 통해 도지사의 책무 및 지원 명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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