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28일 거창구치소 개소식에 참석한 한동훈 전 법무부장관이 국책사업인 거창구치소의 주민투표에 대한 의의를 밝히고 있다.(사진=법무부TV 갈무리)
2023년 10월 28일 거창구치소 개소식에 참석한 한동훈 전 법무부장관이 국책사업인 거창구치소의 주민투표에 대한 의의를 밝히고 있다.(사진=법무부TV 갈무리)

이미 착공한 국책사업에 대한 '찬반 주민투표'... 한동훈 "민주주의의 가치를 보여줬다"

2019년 10월 17일 경남 거창군에서 주민투표가 열렸다. 2015년 착공한 뒤 1년 만에 중단된 거창구치소(법조타운) 신축사업에 대한 주민의 의견을 물었다. 유권자 5만 명 가량이 투표에 참여했다. 투표율은 52.8%에 달했다. 투표결과에 따라, 사업은 원안대로 추진됐다.

2011년부터 추진된 거창구치소는 지역 주민들의 찬성과 반대 여론으로 인한 갈등을 겪어왔다. 결국, 갈등 해소 해법은 주민투표였다. 거창구치소 갈등조정협의회가 구치소 건설 여부를 '주민투표'로 해결하자는 데 뜻을 모으고, 법무부에 주민투표를 요구했다. 이어 법무부, 거창군, 거창군의회, 찬성 측 ·반대 측 대표로 구성된 '5자 협의체'의 합의에 따라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투표 결과는 찬성. 그런 과정을 거쳐 거창구치소는 착공 8년 만인 지난해 10월 18일 문을 열 수 있었다.

이날 개청식에 참석한 당시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축사에서 "거창 주민들이 민주주의의 가치를 보여줬다"며 주민투표의 성과를  상찬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대한민국의 법무부장관이 국책사업에 대한 주민투표의 가치를 인정한 것이다. 당시 한 장관은 이렇게 말했다.

"문제해결 수단으로서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민주적 절차에 대한 신뢰, 결과에 대한 존중 그리고 상대를 배려하려는 통합의 정신이 필수적이다. 그렇지만 이런 것은 지구상 모든 민주주의 국가들이 말로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제대로 해내는 나라가 별로 없을 만큼 어려운 숙제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 거창 주민들께서는 그 어려운 것을 해냈다."

그는 "민주주의적 절차를 통해서 해내신 거창 주민께 대한민국의 공직자로서 존경한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축사를 마쳤다.

거창군도 한 국책사업 주민투표...오영훈은 "못하겠다"

제주도에서도 국책사업에 대한 주민투표 요구가 거세게 일고 있다. 제2공항 건설여부에 대해 주민투표를 요구하는 서명에 1만3000여명이 참여했다. 시민사회는 오영훈 지사에게 제2공항 주민투표 실시 촉구 서명부를 전달했다. 제주지역 종교, 문화, 학계, 원로 등이 주민투표를 통해 제2공항 갈등을 해결하로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영훈 제주지사는 거부하고 있다.

오영훈 지사는 "(제2공항 건설사업이)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주민투표법에 따라 주민투표 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이미 국토부가 주민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며 주민투표 추진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지방선거를 전후해 '제주도민의 자기결정권'을 몇 차례 거론한 바 있다.이에 제2공항 건설 관련 도민의 자기결정권을 실현하고 갈등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주민투표에 대한 기대가 모아졌다. 하지만 오 지사가 스스로 자기결정권을 내려놓았다. 자기결정권을 어떻게 실현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제주도인터넷신문기자협회와 신년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주도 제공)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제주도인터넷신문기자협회와 신년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주도 제공)

행정체제 주민투표 시 제2공항 주민투표 공동 실시 검토해야

거창구치소 주민투표 사례를 유심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합의를 통해 국책사업에 대한 주민투표를 이끌어냈다. 심지어 공사를 진행하다가 중단 된 상태에서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제2공항 주민투표도 못할 이유가 없다. 이는 거창군 사례가 말하고 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대한민국 법무부 장관이 상찬했다. 총인구 6만명인 거창의 군수가 해낸 국책사업 주민투표다. 오영훈 지사가 거창군수 만큼만 노력을 기울인다면, 제2공항 주민투표를 실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현재 오 지사는 행정체제 주민투표를 서두르고 있다. 주민투표를 이르면 올해 말에 실시할 것으로 보이나 시간이 촉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후 일정을 충분히 검토하면서 행정체제 주민투표를 실시할 때 제2공항 주민투표도 함께 실시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오영훈 지사는 국토부가 제2공항 기본계획을 고시하면 제2공항 갈등조정협의회 구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밝혔듯, 거창구치소 갈등조정협의회는 '주민투표'를 권고했다. 주민투표 합의의 시작점이됐다. 제2공항 갈등조정협의회 역시 자율적으로 최선의 갈등해소방안을 권고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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