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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지자체 처음으로 영리병원 '공론조사추진위원회' 만들어진다심의회 결정 전면 수용키로...조만간 공론조사추진위 구성
신고리 원전 이후 숙의형 공론화 다시금 이뤄져
보건복지부의 승인은 이미 결정...개원 허가 여부만 논의여서 한계점도
김관모 기자 | 승인 2018.03.08 15:15

제주특별자치도가 지자체에서는 처음으로 영리병원 허가 여부를 두고 공론화추진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8일 오후 도청 기자실에서 영리병원 공론조사추진위원회를 설립하겠다는 내용을 밝히고 있다.@제주투데이

◎주민과 관계자, 전문가 함께 숙의하는 '공론조사추진위원회' 만든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8일 오후 1시 30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숙의형 정책개발청구심의회의 결정을 존중해 도민 공론 형성 후 녹지국제병원 개원 허가 여부를 최종결정키로 했다. 

이날 오전 숙의형 정책개발청구심의회는 '의료민영화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가 지난 2월 1일 제출한 1067명의 서명이 담긴 '제주 영리병원의 숙의형 정책개발 청구서'가 숙의형 정책개발 청구 대상에 해당한다고 최종 결정했다. 

이날 심의회에서는 이 안건이 숙의형 정책개발 청구 대상이 되는지를 두고 다소 논란이 있었다. '제주특별자치도 숙의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주민참여 기본조례'에 따르면 '사업계획이 확정되어 추진 중이거나 처리가 이미 종료된 사업'은 청구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에서 녹지국제병원 설립사업계획을 승인했기 때문에 이미 사업계획이 확정된 사안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위원들이 "사업계획 승인은 됐지만 허가가 나지 않았으니 현재진행형"이라며 청구 대상에 포함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녹지국제병원의 개원 허가과 관련해 주민이 참여하는 숙의형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10명의 심의위원들이 만장일치로 의견을 냈다.

따라서 제주 영리병원 공론화 방식은 조례에 따라 '공론조사' 방식을 따르게 된다. 공론조사는 일정 수 이상의 참가자 선정 후 의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토론을 거쳐 실시하는 여론조사 방법을 말한다. 이는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운영됐던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와 흡사한 방식이 될 전망이다. 도는 이같은 공론조사를 민간과 주민 중심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이른 시일 안에 '공론조사추진위원회(가칭)'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숙의형 정책개발청구심의회가 8일 오전 도청 한라홀에서 영리병원 청구 건과 관련해 심의회를 갖고 있다.@제주투데이

◎"민간 중심 공론조사추진위 될 것"

원 지사는 "심의회의 심사숙고 끝에 내린 이같은 결정을 존중한다"며 "이번 결정을 계기로 도민사회의 건강한 공론 형성과 숙의를 통해 민주주의를 실현하는데 앞선 모범 사례를 만들어 갈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청구 건은 제주만이 아니라 국내1호 외국인 투자병원이라는 점에서 공공의료 약화-의료영리화 논란을 빗어온 사회적 갈등대상이었다"며 "시민사회는 공익적 관점에서 세밀한 공론화 과정을 밟을 것을 요구해왔다"고 이번 결정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원 지사는 "또 다른 한편에서는 투자유치 정책의 일관성 유지와 제주도 및 국가 대외 신인도를 훼손해서는 안된다는 요구도 여전히 존재한다"며 "의료분야 외국투자와 관련해 중앙정부의 의견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해 지속 협의와 내부 검토를 해왔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는 시민단체만의 의견을 수렴해 일방적으로 결정한 일이 아니라는 해명인 셈.

이에 도는 효과적인 공론 설계를 통해 사업승인 기관인 보건복지부와 JDC, 녹지그룹, 시민단체, 보건의료단체, 도민사회 전반의 의견을 수렴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줄 것을 당부했다. 

원 지사는 "도는 행정기관이기 때문에 공론화를 주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포괄적으로 공론조사추진위에 위임하여 공론형성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며, 도는 자료제공과 행정적·재정적 지원만 하겠다"고 밝혔다.

▲제주헬스케어타운 조감도@자료사진

◎숙의형 민주주의의 가능성...남은 과제는?

제주도내 주요한 사안이 숙의형 민주주의 방식을 거친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이번 결정과 관련해 상당 부분 한계점도 우려되고 있다.

먼저 이번 공론조사추진위가 다루는 내용이 도의 개원 허가 여부만 다루며 보건복지부의 설립계획 승인까지 다루지 못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설사 공론조사추진위를 통해 개원 허가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녹지국제병원 측에서 다시금 허가 신청을 낼 수 있는 근거는 여전하다.

이와 관련해 도의 관계자들은 "아직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며 "추진위의 과정을 지켜보고 차후에 고민해보겠다"고만 답했다. 사실상 별다른 방안을 아직은 마련하지 못한 것.

게다가 이같은 과정을 이유로 도가 허가기한을 계속 미루고 있어, 녹지그룹에서 행정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이미 일각에서는 녹지그룹이 행정소송 절차를 밟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상황이다.

또한, 이번 공론조사추진위는 지자체에서는 첫 사례이기 때문에 구성 과정이나 절차상 논란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도는 지난해 7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방식을 차용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해관계가 걸린 첨예한 사안이니만큼 논쟁이 커질 수도 있다.

특히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활동기간이 3개월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추진위가 지방선거 중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정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영리병원 문제가 지방선거를 두고 제주도 사회를 뜨겁게 달구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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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모 기자  whitekg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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